들꽃산책 - 보이텔스바흐(Beutelsbacher) 협약
들꽃산책 - 보이텔스바흐(Beutelsbacher) 협약
  • 광양뉴스
  • 승인 2021.02.26 17:10
  • 호수 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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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명
순천제일대학교 교수

 

2021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코로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교육을 통해 지향해야할 가치가 있다. 신학기를 맞아‘보이텔스바흐 합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초중등 단계의 학습자들은 교과 지식을 배우는 학교 울타리 너머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금기시됐다.

그러나 사회적 대화와 소통은 교과 학습을 위한 보조적 역할로써 지역사회와의 연계된 학습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배움이 통합됨을 추구한다.

학교에서의 배움과 학교 밖에서의 배움이 일관되고 통합되기 위해서는 교육만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변화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

마을교육공동체는 경쟁보다 공동체성을 우선시한다. 단순한 교육자원의 공유 이상 지역 공동체의 현안을 동료 혹은 세대 구분 없이 개방된 자세로 토의, 토론하며 문제의 특성을 분석하고 맥락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가운데 어떤 가치나 원리를 우선시하며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미래 학교가 급격한 인구감소와 4차 산업혁명의 기술 발달 등으로 빠르게 변화해 성인들도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며, 여러 세대가 더불어 학습하는 평생학습센터와 같은 곳이 돼야 한다.

그룹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에 한 명의 교사와 다수 학습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성인도 함께 참여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 사회, 특히 교육계에서 교과서 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정치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금기시되어 있는 현상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문제에 대한 분석이나 이해에 머물 문제가 있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 참여해야 할 문제도 있다.

지역 사회의 현안들 가운데에는 집단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 비합리적이고 부조리한 문제들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것들에 대해 교육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정책적인 이슈가 돼야 한다.

종래 우리 사회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교육의 자율성 보장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교육을 통제하는 개념이기도 했다.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며 정치 문제는 어른들의 문제로 치부되곤 했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정치교육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것으로 민주시민교육의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독일에서 정치교육은 광의로는 개인들이 생각을 통해 현실적인 정치사회 문제들을 판단할 수 있도록 개인의 능력을 길러주고 공공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 사회와 정치에 책임을 질 수 있게 책무성을 개발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 독일에서는‘보이텔스바흐 합의’라 불리는 좌우 진영의 합의에 의한 정치교육의 지침을 마련했다.

그 핵심은 학생의 자율적 판단 능력과 비판 능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으로, 교사의 교육활동의 핵심 원칙은 1) 학생의 자주적 판단을 방해하는 교화와 주입금지, 2) 학문과 정치에서 논쟁적인 것은 수업에서도 논쟁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학생의 선택 가능성 보장, 3) 정치적 상황과 이해관계를 고려하면서 정치 관심사를 관철하고 해결하는 능력 배양 등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그 내용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에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역량이다. 미래에 직면하게 될 예상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한 대응은 개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많다.

민주시민 역량을 기르는 것이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공동체에 함께 참여하는 시민으로서 합리적인 민주시민교육과 정치교육을 위해 우리 사회에서도 교육의 맥락에서 활용될 수 있는 보이텔스바흐 합의와 같은 원칙이 시민사회에서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