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동시이야기 - 털어버려야 (초등학교 과학 4-2 1. 식물의 생활)
융합동시이야기 - 털어버려야 (초등학교 과학 4-2 1. 식물의 생활)
  • 광양뉴스
  • 승인 2021.02.26 17:12
  • 호수 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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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행신 작가

 

털어버려야

그 푸르던 나뭇잎

다 털어버리니

저렇게 가벼운

겨울나무가 된다

털어버려야

한겨울의 거친 바람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단다

털어버려야

이른 봄의 새싹들을

반가이 맞이할 수 있단다

*난 내 식으로 한다구!

산비탈에 늦가을이 찾아오자 울긋불긋 오색으로 물들었던 단풍들이 하나 둘씩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한 나무만이 이파리들을 떨어뜨리지도 않고 모두 부둥켜안고 있었어요.

“난 이 이파리들을 떨어뜨리지 않을 거야.”

“얘, 그러면 안 돼. 우리처럼 이파리가 큰 나무들은 겨울이 오기 전에 단풍잎을 땅에 다 돌려주어야 하는 거야.”

“왜 그래야 되는데?”

“이파리들을 떨어뜨려야 한겨울을 쉽게 지낼 수 있어.”

“난 싫어! 지난봄부터 여름 내내 이 이파리들을 키우느라고 내가 얼마나 고생이 많았다구. 글구 이거 봐! 얼마나 예쁘고 멋진 낙엽들이야. 이런 낙엽을 어떻게 보내니?”

“예뻐도 할 수 없어. 곧 겨울이 온단 말이야!”

“난 싫어, 싫다구! 난 내 식으로 한다구!”

“쟤는 참…. 너 알아서 하렴!”

주변의 나무들이 더 이상 못 말리겠다는 듯 입을 다물고 말았어요.

많은 나무들이 낙엽을 모두 떨어뜨리고 가늘고 긴 가지만 남겨 놓았어요. 마치 뼈다귀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것 같았어요.

“하하하! 니네들은 그게 뭐니? 홀라당 벗어버리고.”

그 나무는 다른 나무들이 발가벗고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비웃는 듯 웃었어요.

“아직 좋아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눈보라에 폭풍이 불어오면 알게 될 거야.”

나무들은 아직도 그 나무가 이파리를 달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했어요.

어느덧 겨울이 다가와 눈보라와 함께 매섭고 차가운 북풍이 몰아치기 시작했어요.

“에취! 벌써 눈보라가 찾아왔군. 마음을 단단히 준비해야겠는 걸.”

“휘이익! 휘이익!”

눈보라와 함께 차갑고 세찬 바람이 무섭게 덮쳐왔어요. 나뭇가지들이 이리저리 흔들이고 휘둘렸어요. 눈보라와 세찬 바람이 나뭇가지 사이를 빠르게 나갔어요.

“아이고 허리야! 내 허리 부러지게 생겼어요! 살려주세요!”

이파리를 아직까지 껴안고 있던 나무가 외마디를 지르며 공포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쳤어요. 눈보라와 바람이 이파리들 때문에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자 크고 작은 나뭇가지들이 정신없이 휘둘리기 시작했어요.

“찌찍! 우지직!”

마침내 아파리들도 갈기갈기 찢어지고, 여기저기서 나뭇가지들이 우지직! 부러지고 꺾여나가기 시작했어요. 나뭇잎을 떨어뜨렸던 나무들은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이 쉬익 쉬익 빠져 나갔지만, 내내 달고 있던 무성한 나뭇잎 때문에 더 큰 피해를 입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