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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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양뉴스
  • 승인 2021.03.05 16:48
  • 호수 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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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연관단지 대한시멘트 1공장

각자무치(角者無齒) : 뿔이 있는 짐승은 이빨이 없다

뿔이 있는 소는 이빨이 날카롭지 않고 이빨이 날카로운 호랑이는 뿔이 없다는 말이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꽃이 가장 아름다운 장미는 열매가 별 볼일 없으며 모과는 꽃은 화려하지 않아도 열매는 튼실하다. 이렇게 땅위에 사는 모든 것들은 장점만을 가지지 못함을 나타낸 것이다. 사람들이 모든 것을 다 갖추지 못함을 짐승을 통해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신은 한 사람에게 모든 능력을 주지 않았으며, 완벽(完璧)한 성품을 내리지 않으셨다.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속담에도 한 가지 흉은 흉도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동양의 도가(道家) 사상을 노자(老子)에 이어 나타난 장자(莊子)가 쓴 《장자(莊子)》〈추수(秋水)편〉에 나오는 기(夔)라는 외발 짐승이 있었다. 기는 외발임에도 덩치가 크고 모든 짐승의 우두머리였다. 무엇을 보고 뛰면 못 잡는 짐승이 없고 무서운 것이 없는 천하무적(天下無敵)이었다.

하루는 모든 짐승들이 모여 기를 찬양하며 부러워했다. 그래서 기에게 몰려가서 말하기를“너는 좋겠다. 너는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살면서 어떤 것도 무서운 것이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하고 부러워하며 물었다. 그런데 기의 대답은 의외로 초라했다.“나도 부러운 것이 있다.”천하무적 기가 무엇이 부러울까 모든 짐승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들으려 하자“나는 지네(蜈)가 정말 부럽다.”고 했다.

너무 작고 외소(矮小)한 지네를 부러워하는 이유를 물었다.“자 지네를 봐라 발이 얼마나 많은가. 발이 하나밖에 없어 나는 항상 불편하단다.”

그래서 다시 지네에게 몰려가 부러운 듯“우리 모두가 부러워하는 기가 그러는데 네가 부럽다고 하더라”고 물었다. 그러자 지네는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나는 뱀(蛇)이 부럽다. 뱀을 봐라 발이 없어도 발이 많은 나보다 훨씬 잘 가지 않느냐”고 이유를 설명한다.

그러자 다시 뱀에게 가서 물었다. 뱀도 역시 기다렸다는 듯이“나는 바람(風)이 부럽다”고 했다. 그 이유는“나는 아무리 빨리 간다고 해도 모두가 볼 수 있는데 바람은 보이지 않도록 가니 바람이 얼마나 좋은가”고 대답했다.

그래서 또 다시 바람에게 몰려가 물었다. 너도 부러운 것이 있는가.“나는 짐승의 눈(目)이 부럽다”고 했다.“바람은 불면 나무가 흔들리고 직접은 보이지 않아도 어디로 부는지 모두 방향도 알 수 있는데 눈을 방향도 알 수 없고 가는 것도 보이지 않아도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부럽다”고 하였다.

그러자 눈 역시 기다렸다는 듯“나도 부러운 것이 있다”고 했다. 너는 무엇이 부러운가?“나는 사람의 마음(心)이 부럽다”고 했다. 그 이유는“나는 보려면 고개도 돌려야 하고 먼 곳은 잘 보이지 않아 가까이 가야되고 또한 어두우면 답답한데 마음은 아무 때나 생각하고 결정적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 줄 다른 사람이 모르니 마음이 부럽다”고 했다.

그래서 또 다시 모든 짐승들은 사람의 마음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이 부러운가. 사람의 마음은“천하무적이고 덩치가 큰 기가 부럽다”고 했다. 저렇게 무서운 것도 없고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잡아먹을 수 있는 기가 부럽다고 했다.

인간이나 짐승이나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장점이 때로는 단점이 되고 단점이 상황에 따라서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행복은 경제적인 풍요로움이나 외모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또한 외적 환경에서 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감사하는 마음에서 오는 것이다.

물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듯 사람도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 언제나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살면서 현재 내 모습에 만족할 줄 알고 바라보면 행복이 가까워질 것이다.

장자는 짐승을 비유해서 말을 했지만 인간을 말한 것이다. 인간마다 서로 장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다른 사람이 가지지 못한 장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장점을 부각 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장점만 본다는 것이다.

이 시대에도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그 내면에는 힘들고 처절한 고난을 이겨내고 이루었음은 알 수 있다. 어느 누구나 가만히 앉아서 성공을 이룬 사람은 없다. 조물주는 인간에게 재주와 복을 한꺼번에 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간혹 돈 버는 재주와 성공하는 재주, 그리고 운까지 좋은 사람이 없지는 않다.

이런 사람은 매우 드물다. 반면에 재주도 없고 운도 복도 없는 사람도 있다. 재주와 운이 겹치는 금상첨화(錦上添花)를 원하지만 이것은 희구(希求)해서는 안 되는 넘치는 것이다.

다만 재앙이 겹치는 설상가상(雪上加霜)만 피할 수 있으면 괜찮은 것이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일이 없듯이 겸손하게 숙이고 양손을 먼저 내밀면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