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우녁장사와 광양 김부각
[문화칼럼] 우녁장사와 광양 김부각
  • 광양뉴스
  • 승인 2021.03.19 17:01
  • 호수 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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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북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과거에 우녁장사라는 것이 있었다. 웃녁장사라고도 불렀는데, 표준어는 윗녘장사이다. 윗녘은‘위가 되는 쪽’,‘어느 지방을 기준으로 하여 그 북쪽 지방을 이르는 말’이다. 윗녘은 위가 되는 쪽이므로 우녁장사는 윗 지방에 가서 장사를 하는 것이다.

1960~70년대쯤에는 광양에도 우녁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주로 광양산의 특산물인 김과 건어물 등을 가지고 전라북도, 충청도 등지의 내륙지방으로 이동하면서 팔았다.

가정집에서 묵어가면서 장사를 하고, 물건을 판매한 돈으로는 인삼 등 그 지역의 특산물을 구매했다. 일종의 물물교환이었다. 구입한 것들은 내려 오면서 다시 팔곤 했었다.

그 당시 인기 품목은 광양 김, 김 가루, 김부각이었다. 특히 김부각은 김과 김 가루에 비해 가격 대비 부피가 작고 판매가 잘 돼 우녁장사들이 선호하는 품목이었다. 광양 김부각은 그렇게 우녁장사하는 사람들을 통해 인기리에 각지로 팔려나갔다.

인기가 많았던 광양 김부각은 어느 순간 생산도 판매도 시들해졌다. 교통이 발달하면서 우녁장사가 없어졌고, 김의 주생산지에 광양 제철소가 건립되면서 김 양식을 과거처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광양 김부각은 전통과 제조기술이 우수하고, 우녁장사들이 개척한 시장과 쌓아놓은 명성이 있었지만 제철소 및 유관산업이 들어서면서부터 하찮은 존재가 되었고, 잊혀져갔다. 그 세월이 수십 년이나 되었다.

이제는 과거 광양 김부각을 제조했었던 사람, 우녁장사를 하면서 광양 김부각을 판매했던 사람들 다수가 고인이 되었다.

광양 김부각의 명성을 기억하는 사람도 줄어들었고, 광양사람이면서도 광양 김이 광양 특산물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게 되었다.

광양 김부각이 이대로 잊혀져버릴 것만 같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컸었는데 최근 김부각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김 시식지의 위상에 맞은 김부각 생산지로 발전해 있지 못하며, 우녁장사들이 쌓아놓은 광양 김부각의 명성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시대 변화의 산물이라고는 하지만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광양은 김 시식지라는 점, 광양 전통 음식의 전승, 음식 문화의 다양성, 음식 자원의 개발, 김부각의 활성화를 통한 수익과 일자리 창출 측면을 생각해보면 더욱더 그렇다.

시민과 관, 김부각 업체들이 힘을 합쳐 문화와 산업 양 측면에서 광양 김부각을 발전시키고 명성을 되찾았으면 한다.

그 과정에서 광양 음식 문화 발전에 시너지 효과를 내고, 일자리 창출이 더해지면 금상첨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