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윤동주 백일장 대상작(전라남도교육감상)] 골목길
[제14회 윤동주 백일장 대상작(전라남도교육감상)] 골목길
  • 광양뉴스
  • 승인 2021.06.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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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순천제일고등학교 2학년)

골목길이라는 단어는 참 정겹다.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길 사이로 빼곡히 채운 집의 행렬은 그리운 향수를 자극한다. 주택 보다는 아파트가 더 많이 들어선 요즈음 골목길이란 그리우면서도 조금은 낯설어져버린 단어다.

두려울 게 없던 어릴 적에는 무서운 개가 있는 골목 구석구석까지 탐험을 했던 나인데, 왜 이렇게 겁쟁이가 되었을까. 지금은 눈에 익지 않은 길은 고민 끝에 결국 발을 붙이지 못한다. 달리다가 넘어져 울다가도 일어서 달리던 용기가 다시금 생길까 싶어 골목길을 가보지만 지금은 조그매진 길만이 어색하게 있을 뿐이다.

어느 날은 바닷가였고 또 어떤 날은 우거진 정글이었던 상상의 공간이 이제는 조용한 회색빛 골목길이 되었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어머니의 정겨운 잔소리가 들리던 길이 이제는 반쪽 밖에 남지 않았다.

그동안 성장한 건 나일까 이 골목일까, 의미 없는 질문을 던져보며 골목길을 눈에 담는다.

어쩌면 이 작은 골목길에는 나의 유년시절이, 나의 현재가, 나의 미래가 담겨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항상 내 길을 찾아 헤맨다. 굽은 골목길 사이의 길을 찾아 헤매듯이. 그리고 항상 두렵다. 내가 가는 길이 틀렸고, 이 길의 끝에는 집이 아닌 막다른 곳이 있을까 싶어.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막다른 골목이 있다면 뒤로 돌아가면 된다. 그것은 그리 큰 일이 아니다. 그저 지나오며 본 들꽃을 한 번 더 보고, 지나오며 놓친 풍경을 한 번 더 보게 될 뿐이다.

골목길보다 대로변이, 흙길보다 포장도로가 익숙한 요즈음의 사람들은 길을 헤매는 재미를 모를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 한 번, 두 번 닿다보면 그 길은 온전히 내 소유가 될 것이고 그것 또한 의미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때로는 부딪히고, 때로는 되돌아가더라도 숨겨진 열쇠를 찾아가듯이 내 삶에서 골목대장을 지킬 것이다. 그러다 마주친 막다른 곳은 어쩌면 막다른 곳이 아닌 지름길로 향하는 숨겨진 문일 수 있고,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나의 비밀 장소가 될 수 있으니. 내 속의 동심을 지켜나가며 꾸준히 골목길을 걸어올 것이다.

작은 체구는 이젠 사라지고 없고 웃을 줄 모르는 인물만 남았지만 마음 한켠에 남아있던 천진한 웃음을 짓는 방법을 살아나게 해 주는 나의 작은 골목길에 나는 감사한다.

넘어져 울다가 금세 털고 일어나는 작은 아이를 품어준 나의 넓은 골목길을 나는 기억한다.

그 작았던 아이는 넘어지지 않는 법은 모르지만 이제 넘어져도 울지 않는 법은 알아가고, 아직도 발길이 막다른 길에 자주 닿지만 웃으며 돌아가는 법은 배워가고 있다.

그곳이 막다른 길인지 새로운 길인지 마주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법이기에 나는 앞으로도 골목길을 탐험한다. 그리고 돌아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