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윤동주 백일장 초등부 금상작(광양교육장상)] 거울
[제14회 윤동주 백일장 초등부 금상작(광양교육장상)] 거울
  • 광양뉴스
  • 승인 2021.06.1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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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정(목포 삼학초등학교 3학년)

나는 거울입니다. 내가 사는 곳은 내 친구 정이의 방 책상 모퉁이 왼쪽이에요. 나와 가까운 곳에 책장도 있고, 작은 어항에는‘마리오’라는 친구도 살고 있습니다. 책장 옆에 옷장이 있는데 정이가 옷을 갈아입고 항상 저를 바라보면서 요리조리 몸을 움직이며 작은 미소를 지을 때 나도 같이 웃습니다.

내 모습은 분홍색 테두리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동그란 모양이에요. 그 분홍색이 너무 좋다고 정이가 자기의 용돈으로 사서 나를 집으로 데려와주었어요. 그렇게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보는 친구 사이가 되었답니다.

저는 가만히 한 곳에 있지만 하루 종일 구경거리가 참 많아요. 정이 언니가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모습도, 책을 읽는 모습도, 정이와 장난을 치다가 웃고 떠들고 가끔 다투기도 하는 모습도 저에게 그대로 비추어져서 구경하지요.

매일 정이 엄마가 정이가 학교를 간 후에 정이와 언니가 함께 사용하는 방을 청소하는 모습, 옆에 있는 친구‘마리모’에게 영양제도 주고 물도 갈아주는 모습도 구경한답니다.

하루종일 이것저것 보느라 심심하지 않아요.

이제는 저를 제일 아껴주고 사랑하는 정이와의 일상을 이야기해볼까 해요.

정이는 10살 초등학교 3학년이고 착하고 웃는 얼굴이 가장 예쁜 아이랍니다. 밤이 되면 정이가 자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옆으로 자는 모습이 아기처럼 참 순하게 보여요.

자고 일어나면 나를 멀뚱히 쳐다보며“내 머리가 자다가 헝클어진 것 같아?, 눈곱은 낀 것 같아?, 나 자면서 코 골았어?”라며 묻는 것 같아요. 그러면 나는 “머리는 괜찮고, 눈곱은 오른쪽 눈 앞에만 살짝 끼어있고 코도 안 골고 새근새근 잤어. 그래도 예쁘니까 신경쓰지마”라고 대답해 주어요. 그럼 정이는 눈곱 정리를 살며시 한답니다. 그 모습이 너무 귀 여워요.

학교 가기 전에 엄마가 예쁘게 묶어준 머리를 저에게 자랑한답니다. 하얀 윗니들이 보이게 씨익 웃는 걸 보면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윙크도 해준답니다. 오른쪽 눈을 살짝 감고 미소 지어주면 저는 왼쪽 눈을 감고 같이 미소 지어줘요. 저의 얼굴을 깨끗하게 닦아주면서 “다녀올게”라며 왼손을 들어 혼들면 저는 오른손을 들어 같이 잘 다녀오라고 인사해 준답니다. 정이는 왼손잡이인데 저는 반대로 오른손잡이인가 봐요.

가끔 마음이 아플 때도 있어요. 정이는 속상할 일이 있으면 턱에 손을 괴고 슬픈 표정을 지어요. 그럼 저도 같이 슬퍼져요. 어떤 슬픈 일이 있는지 저를 보며 눈물을 뚝뚝 흘리면 저도 같이 또 눈물이 주르르 흐른답니다. 저는 정이의 표정과 모습을 누구보다 제일 잘 아는 단짝친구랍니다.

“정이야! 난 네가 너무 좋아. 나를 자주 봐주는 네가 너무 좋아. 그런데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어? 너에게 정이란 이름이 있어서 가끔 부러울 때가 있거든, 나에게도 이름 하나 생기면 너랑 더욱 가까워질 거 같아. 음....분홍 테두리라서 나를 골랐으니 분홍이라 불러주면 어떨까? 네가 자라는 만큼 나도 같이 자라는 것이 너무 좋고 행복해. 나에게 가끔 너의 꿈도 이야기 해 주었으면 해.”

나는 거울입니다, 매일 같은 자리에 있지만 단짝 친구인 정이가 있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거울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