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사이를 걷다
도시 사이를 걷다
  • 광양뉴스
  • 승인 2021.07.09 17:38
  • 호수 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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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진
건축가(도시공학박사)
노성진공간연구소장

흔적을 파는 도시들

박물관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박제스럽다. 고루하다. 너무 교육적 현안에 맞춰져 있다. 두 번 가지 않는다. 숙제하러 간다.’등등이랍니다.

그러한 인식의 배경에는 정치적이거나 사회, 문화적 책임도 없지 않겠지만 가난과 굴욕을 벗어나기 위한 우리민족의 바쁜 발걸음은 그러한 것들이 조금은 사치였을 것을 감안해 우리 서로 자인하면서 이제 새로운 생각과 인식의 변화에는 가속도를 붙여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는 나라마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베를린의 유대박물관, 런던의 자연사 박물관, 과학박물관, 샌프란시스코의 익스프로네타리움 등등 도도하게 자리 잡고 서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한사람으로서 조금은 부럽고, 조금은 반성하고...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는 비례한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머릿속이 만사가 교차돼 돌아오곤 했습니다.

나폴레옹 시대부터 무력으로 타 국가를 섭렵하면서 전리품들을 모아두고 세계인을 향해 비싼 값에 보여주는 장사로 목에 힘주는 프랑스의 상술이나 세계대전을 일으켜 수십만의 유대인을 학살하거나 학대한 독일이 버젓이 베를린 한가운데 유대박물관을 세워 관광객을 끌어 들이는 일은 참 아이러니 합니다.

박물관이 뭐 길래 그런 힘을 발휘하면서 군림할 수 있는 것인지 원론적 이야기로는 박물관(Museum)은 고대그리스신화의 문예, 미술, 철학의 여신‘Muse’에게 바치는 신전이라는‘Museion’에서 근거하면서 조각 및 회화 등의 조형예술뿐 아니라 신전에서의 활동이 되는 역사 철학 공연예술까지도 포함하여 보존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했었습니다.

박물관의 형성은 그렇게 시작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기능과 역할을 하기 시작 한 시기는 3세기경으로, 이집트에서 최초로 수집품, 조각상, 미술품, 서적, 기타 특별한 동물까지 모으고‘Museion’이라 이름 붙이면서 그 발전의 불을 당긴 이후로 질적, 양적 발전은 지대하게 성장했습니다.

박물관헌장에서는“박물관을 인간, 환경의 물질적인 증거를 수집, 보존, 연구하여 전시라는 행위를 통해 교육, 과학에 이바지하는 비영리적이고 항구적인 시설을 말 한다”고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능적 정의 속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박물관과 지금의 박물관은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미술, 과학, 고고, 민속 등 이외에도 식물원, 동물원, 수족관, 자연보호지구, 과학센터, 천문관, 생태원, 표본전시관 등 사회전반에 걸쳐 포함되지 않은 산업이 없을 만 큼 그 범위가 넓다는 것을 알면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현재의 박물관 기능은 모으고 연구하여 보여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광, 오락까지도 포함함으로써 그 기능과 역할이 매우 다양해져 가는 현상은 링크와 크로스로 대변되는 우리말로‘섞음현상’다른 예술과 문화 분야의 크로스오버현상과 같은 이치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은 급변하는 사회현상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소비자, 문화 소구자, 관람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밖에 없는 다양성의 시대에 나타나는 당연한 요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박물관으로 형성되는 산업구조가 매우 크고 넓어 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디자인, 공연문화 및 이벤트, 보존과학, 조명, 건축, 모델, 음향, 영상, 기계 등의 일반적인 부분에서 특수매체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시나리오 등 다양한 분야까지 확대 될 수 있게 되었고 더 나아 가서는 약 30여개의 학문과 기술이 총체적으로 요구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을 위시한 서구의 박물관인프라는 우리가 생각하는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전문화되어 있습니다. 박물관과 전시관의 숫자와 질은 혹시 국가의 파워를 대변하는 바로미터로 보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박물관 수가 국·공·사립·대학박물관을 합해 약 미국 1.71개, 프랑스 2.22개, 독일 4.93개, 폴란드 1.43개, 일본 2.59, 한국은 폴란드보다 반 수준인 0.46개로 나타난 것을 보면 인구 비례를 감안 하더라도 참 적은 숫자입니다.

결국 박물관은 그 민족과 나라의 자부심으로 이어지고 곧 그 사회가 닥쳐올 미래를 예측해 내는 자료로서의 박물관은 이제 더 크게 존재되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90년 중반 이후 지방 분권화를 실행시키는 지방자치단체의 가동으로 지방화 시대에 발맞춰 지역 인식물(IDENTITY) 찾기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심지어는 지자체끼리 캐릭터 싸움까지 벌일 정도입니다. 도시는 독특한 흔적들의 창고이며 살아 움직이는 추억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것들은 도시의 매력요소가 되고 가치로 나타납니다. 도시의 경쟁력이며 강력한 차별적 무기입니다. 우리도 이제 흔적과 콜랙션을 팔아야 합니다.

지금은 조금 늦었지만 가까운 미래에 다시 뒤돌아보면 미소를 머금게 될 그런 것 쯤 쉽게 예측되는 좋은 본보기가 우리에겐 있다고 믿습니다. 흔적과 시간은 곧 미래의 거울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