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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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양뉴스
  • 승인 2021.09.10 17:12
  • 호수 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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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임
광양YWCA 이사

당신은 페미니스트인가?

누가 나더러“당신은 페미니스트인가?”라고 묻는다면, 언감생심 그렇다고 대답할 자신이 없다. 왜냐하면 무식해서..

자유주의 페미니즘이니, 급진적 페미니즘이니, 페미니즘 이론에 대해 뭐 아는 게 있어야지.. 그런데 의구심은 든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치도, 투표도, 은행 거래도, 자동차 운전도, 축구 관람도, 재산을 소유하는 것도 불법이었다는 것이, 그리고 사별하거나 이혼한 여성은 일정 기간이 지나야 재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이해가 안 되기는 하다.

아주 일부만 예로 들었지만 위에 예로 든 사례들이 대부분 21세기의 사례들이라면 과연 믿을 사람이 있을까 싶으나 어이없게도 모두 얼마 전까지 존재했었고, 일부는 현재도 존재한다.

이런 사례들을 소환하게 된 계기는 얼마 전 끝난 도쿄올림픽 당시 한 선수의 헤어스타일에서 발단이 된 논쟁 아닌 논쟁 때문이다.

그 선수의 성적이 너무나 대견해서 환호를 지르고 박수를 치면서 기뻐하던 와중에 그 선수의 짧은 헤어스타일을 두고 인터넷상에서 소위 페미 논쟁이 번져나갔다.

그 선수가 예전에 SNS에 올렸다는 글까지 언급하고, 게다가 노란 리본을 달고 다녔다더라... 특정지역 여자대학 소속이라더라. 등등..

그런데, 그런 말들을 내뱉으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왜 안 되지? 그 선수가 설령 페미니스트라 하더라도 페미니스트면 안 되는 이유가 뭘까?

남성과 여성이 서로 억압하거나 억압받지 않고 동등한 권리를 갖자는 건데 그게 비난받을 이유가 되나?

내가 초, 중, 고교에서 강의를 할 때면 초, 중, 고 막론하고 남학생들한테서 공통적으로 자주 나오는 얘기가“여성가족부 없어져야 돼요”인데,“왜?”하고 물어보면 그 논리라는 것이‘애매함’과‘중구난방’일색이다.

“남자들만 군대 가잖아요”,“여성가족부 예산이 1조2000억원이 넘는대요”,“요즘은 남자들이 역차별 당해요”,“모든 남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잖아요”.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 아들이나 친척, 주변의 청소년이 이런 얘기를 한다면 여러분은 뭐라고 답변할 건가요?

남자들만 군대 가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그것이 꼴페미(?)들 때문인지 전쟁 때문인지, 그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의무적으로 군대 가지 않으려면 전쟁을 끝내야 하는지 여성가족부를 없애야 하는지, 그리고 여자들도 군대 가는 거 찬성한다. 그런데 왜 남자들이 반대할까? (2020.10.16. KBS 시사기획 창), (군대 가겠다는 여자들, 여성징병제 반대하는 남자들-국민일보 2020.11.02.)

최소한 이런 얘기 정도는 나눌 수 있어야 토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여성가족부 예산이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몇 %인줄은 아는지(0.2%), 그리고 그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 줄은 아는지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하는 청소년이 없다는 것은 온라인이라는 정보의 바다에서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출처도 불분명한 정보만으로 혐오와 적대감, 공격성을 키워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만든다.

그리고‘페미’라는 단어에 일부 화들짝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들을 보면서 스스로“나는 페미니스트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