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험생은 안중에 없는 광양시의회
[기자수첩] 수험생은 안중에 없는 광양시의회
  • 지정운 기자
  • 승인 2021.11.22 08:30
  • 호수 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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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운 선임기자 / 국장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단순히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학력수준을 측정하는 시험이란 의미를 훌쩍 뛰어넘는다.

우선 수능은 수험생들에게 대학진학을 결정하는 주요인이자 인생의 갈림길을 좌우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또 모두를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탓에 경쟁교육·서열화·학력학벌차별·대학중심주의의 문제를 야기한다는 비판의 대상이다.

이날엔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113만명의 공무원들(군인과 군무원, 국정원, 선출직 공무원 제외)의 출근이 1시간 늦춰지고, 하늘을 나는 비행기조차 외국어 듣기평가 시간에는 이착륙이 제한될 정도다.

이처럼 온 나라가 수능에 집중하는 것은 앞서의 부작용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수능시험의 테두리 내에서 인생의 성장기를 보내야 하고, 기성세대들도 그러한 과정을 거쳐 온 까닭이다.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면서도 많은 이들이 수능이란 제도를 통해 여전히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만들어보려 노력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시민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광양시의회가 수능 당일인 지난 18일 오전 10시 제305회 광양시의회 2차 정례회를 개회했다.

이날이 수능일인지 모를 리 없는 의회지만 평소대로 의회를 시작 하면서‘배려없는 의회’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의회 내부에서도 개회시간을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늦추자는 얘기가 있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진수화 의장은 “의장단 회의 등을 거쳐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오전 10시 개회를 결정했다”며 “오전 9시면 수험생들이 모두 입실을 마치고 지방이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정부도 공무원을 10시에 출근하게 했으니 의회도 10시에 회의를 열게 된 것”이라며 “이것을 문제 삼는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고 오히려 서운함을 표현했다.

하지만 의장의 이같은 해명은 수험생을 최대한 배려하기 위해 공무원들의 출근시간까지 늦춘 정부 지침의 본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의장이 정례회를 평소대로 10시에 개회한다는데 그 어떤 의회사무국 직원이 그 시간에 맞춰 출근하겠는가 반문한다. 의장 본인도 최소한 10시 이전에 출근했을 것이고, 미리 정례회를 준비하는 공무원들은 더 일찍 출근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의회사무국의 경우 임시회나 정례회가 있을 때면 주말이라도 미리 나와 자료나 회의 준비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미래세대에게 작은 배려조차 없는 지역 정치권에게서 미래가 보이지 않음은 필자만의 생각인지 답답하기만 한 가운데 광양시의회는 이날 2차 정례회 1차 본회의를 약 30분만에 마치고 정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