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은 넘쳐나는데, 한가한 광양항 ‘대책 없나’
부산항은 넘쳐나는데, 한가한 광양항 ‘대책 없나’
  • 지정운 기자
  • 승인 2021.11.22 08:30
  • 호수 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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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 처리 2천만TEU 돌파한 부산항
물동량 증가세 지속…쌓을 곳 없어
제2신항 건설 등 12조 인프라 투자
‘갈길 먼’ 광양항 살릴 길 고민해야
△ 컨테이너가 빼곡히 쌓여있는 부산신항 부두
△ 컨테이너가 빼곡히 쌓여있는 부산신항 부두

“거대한 부산신항 컨테이너부두 마다 수출입 물동량이 넘쳐나고 광활한 배후단지에는 입주기업들이 꽉꽉 들어차 있는 모습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어떻게 따라가야 할지 답답한 마음이 교차합니다.”

지난 17일 부산신항 및 배후단지 견학에 참가한 골약동사회단체협의회 소속 한 회원이 출발 때와는 달리 심각한 표정으로 꺼낸 이야기다.

이날 견학에는 골약동 지역 9개 사회단체협의회원 등 30여명이 참여했다. 항만업계와 지역사회가 뜻을 모아 부산신항을 둘러보고 광양항의 미래 경쟁력 확보와 생존방안에 대해 새롭게 고민을 시작한다는 의미로 마련됐다.

회원들은 부산진해자유무역지역지원센터 8층에 마련된 부산항 홍보관에 들러 동영상을 시청하고 부산항만공사 직원의 안내를 받아 신항배후단지와 신항 부두로 향했다.

방문단은 2018년 기준 컨테이너 물동량 2166만TEU(20피트 컨테이너)를 처리하며 세계 6위, 환적 컨테이너 처리량 세계 2위(1146만TEU)로 올라선 부산항을 눈으로 확인했다.

부산항의 컨테이너화물 처리물량은 2018년 기준 전국 물동량의 74.8%로, 광양항 8.3%(240만TEU)에 비해 월등했고, 환적화물 역시 94.7%(1142만TEU)을 차지하며 2위인 광양항 4.9%(58만TEU)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이같은 부산항의 성장의 비결은 첨단 장비와 항만자동화 설비를 활용한 화물처리의 정시성(시간 준수), 지리적 요건을 최대한 활용한 항만 안정성, 17m 이상의 깊은 수심 등 3가지 효과로 집약됐다.

이밖에 컨테이너 1개의 하역료가 5~6만원으로 중국 항만보다 저렴하고, 발달한 배후부지에서 물량이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점도 강점이다.

이에 반해 광양항은 첨단 장비의 경우 부산항에서 일반적으로 운영 중인 안벽 24열 크레인이 4대에 불과하다. 텐덤크레인(40피트 컨테이너 2개를 동시에 하역할 수 있는 컨테이너 크레인)도 전혀없어 수십대에 이르는 부산신항과 비교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역료도 1TEU에 3~4만원 정도로 부산항보다 더 저렴하지만 오히려 항만운영사들은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는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방문단은 광양항이 부산신항에 비해 투자규모는 물론 물동량 처리, 첨단 장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크게 뒤져있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모았다.

이명섭 골약동사회단체협의회장은“부산항을 직접 보면서 광양항을 다시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광양항도 부산항처럼 발전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관심과 지원을 보내고 항만업계도 각고의 노력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양항 항만업계 관계자는“부산항에 비해 여러 모로 부족한 광양항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꾸준한 물량 창출 노력과 배후부지 활성화, 환적화물의 유치를 통해 적정 물량을 확보하고 수출입 물량도 늘려 항만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며“광양항에 자칫 부담이 될 수 있는 스마트항만구축 사업 등은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대신 기존의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또“부산지역의 시민사회단체나 정치권이 부산항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지원하는 것처럼 광양지역의 정치권과 지역사회도 광양항에 애정을 갖고 항만문화 수준을 높여가야한다”며“부산신항도 처음 몇 년간은 어려움을 겪었고, 심지어 싱가폴 항만들도 초창기 난관을 헤쳐 온 만큼 광양항도 인내심을 갖고 살려나가자”고 화답했다.<관련기사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