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 침묵해도 되는걸까?
[사람과 삶] 침묵해도 되는걸까?
  • 광양뉴스
  • 승인 2021.12.10 17:54
  • 호수 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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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임
광양YWCA 이사

누구나 어릴 적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가 몇 편 정도는 있을텐데 오늘은 그 중 초등학생들과 토론했던 동화 한 편을 가지고 우리 어른들의 생각을 노크해 보고자 한다.

<선녀와 나무꾼>

사냥꾼에게 쫓기던 사슴이 자기 목숨을 구해준 마음 착한 나무꾼에게 은혜를 갚는다는 내용인데, 초등학생들의 관점은 어떨까? 착하게 살면 복 받는다?

△ 첫 번째 문제 제기 = 복 받은 것이라면 슬픈 사람이 없어야 되잖아요.

- 슬픈 사람이 누굴까?

- 나무꾼은 행복했겠지만 선녀도 행복했을까요? 선녀는 집에 못 간거잖아요.

- 선녀의 부모님은요? 목욕하러 간 딸 한 명이 못 돌아왔는데 그때는 전화도 없었고, 편지도 못 보내잖아요.

△두 번째 문제 제기 = 진짜 복 받은 것이라면 경찰이 나무꾼이 한 행동들을 봐도 안 잡아가야 돼요.

- 나무꾼의 어떤 행동?

- 목욕하는 것을 몰래 훔쳐봤잖아요.

- 선녀의 날개옷을 훔쳤잖아요.

- 거짓말 했잖아요. (사기란다)

- 자기 집으로 유인했잖아요.

- 학교 전담경찰관이 그러는데 묶어놓거나, 문을 잠가서 못 가게 하는 것만 감금이 아니고 못 가게 하는 것도 감금이랬어요. 선녀가 집에 안 간 게 아니고 못 간 거잖아요.

- 동화에서는 나무꾼이 선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도, 선녀가 허락하는 내용도 없었는데 아기를 2명이나 낳았잖아요.(성폭행이란다) 나무꾼한테 신세지고 살면서 오갈 곳도 없는 선녀가 어떻게 저항을 해요.(성매매란다)

- 그 외에도, 혼자만 하늘나라 집에 못 간 선녀는 얼마나 슬펐을까요.. 모르는 남자한테 알몸을 보여야 했을 때 얼마나 창피했을까요.. 그 남자 옷을 얻어 입고 뒤따라가면서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등등..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의 발표 속에서 한 아이가 카툰터 펀치를 한 방 날렸다.

“선생님, 근데 이 새끼는 어째부까요?(사슴을 가리키며) 젤 나쁜 놈이잖아요.”

- 왜?

- 은혜를 갚으려면 원래 자기 걸로 갚아야 되잖아요.

- 사슴한테 뭐가 있을까?

- 그 산에 산삼이 있는 곳을 알려줄 수도 있고, 사슴뿔 비싸잖아요. 그거 좀 떼어 줘도 될텐데, 자기는 아무것도 안 주고 선녀를 넘겼잖아요.(인신매매란다)

(그 말에 동감하면서 분노하던 아이들의 한마디씩 표현은 상상에 맡기겠다.)

그런데 내가 마지막에 아이들에게 짚어줬던 것은...

- 어디에도 그 아기들에 대한 내용은 없네?

선녀가 날개옷을 다시 입고 양팔에 한 아이씩 안고 하늘나라로 갈 때도, 일방적으로 아빠랑 헤어지게 된 아이들은?

한참을 있다 한 아이가 내놓은 답변 = 그래서 나중에 두레박 타고 나무꾼이 하늘로 올라 갔잖아요. 선녀의 부모님도 처음에는 화냈겠지만 용서해 줄거에요.

끝으로 드는 생각, 요즘 모 정당의 상임선대위원장 1호로 영입됐다가 수많은 논란 끝에 3일 만에 사퇴한 인물, 그 논란이 기네 아니네를 차치하고, 아이의 얼굴까지 공개하며 부추긴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 아들은 무슨 죄냐고.. 정말 인간이라면 한번만이라도 생각해 볼 수는 없었냐고..

이미 누구의 아들이라는 것만으로도 그 아이를 알만한 사람은 다 알텐데 아이에게 가해진 무차별 폭력과 상처는 누가 어떻게 책임질거냐고..

동조 안 했으니 마음 편하십니까? 우리, 침묵해도 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