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세무사 시험…광양 거주 수험생 ‘눈물’
불공정한 세무사 시험…광양 거주 수험생 ‘눈물’
  • 지정운 기자
  • 승인 2021.12.13 08:30
  • 호수 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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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과목 과락률 급격한 상승
공무원 출신 합격자 9배나 늘어
수험생,‘공정성 문제 ’행정소송
△ 세무사 시험 수험생들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에서 트럭을 동원해 올해 세무사 시험을 비판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 세무사 시험 수험생들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에서 트럭을 동원해 올해 세무사 시험을 비판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올해 세무사시험에서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에게 면제되는 세법학 1부의 과락 수험생 비율이 무려 82.13%였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최근 발표된 제58회 세무사시험 합격자 중 세무공무원 출신 지원자들이 예년보다 10배 가까이 더 합격하면서 시험의 불공정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에게 면제되는 시험 과목에서 과락률이 치솟으며 일반 수험생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했다는 것이다. 상당수 수험생들이 시험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행정소송을 위한 변호사를 결정하는 등 소송절차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광양읍에 거주하는 김모씨(36)도 지난 9월 세무사 2차 시험에 응시했다. 그는 전체 4과목 중 3교시에 실시된 주관식 세법학 1부 과목에서 과락 점수를 받아 불합격했다.

김씨는“처음엔 제가 시험 준비를 잘못했다고 생각했으나 세법학 1부에서 과락 점수를 받은 수험생 비율이 무려 82.13%에 달했다”며“올해 이 과목의 과락율은 지난해 시험과 비교해도 2.7배 가까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또“수험생들이 결성한 카페에 시험성적을 인증한 인원 약 250여명 중 100명 이상이 주관식 서술형 문제에서 0점을 맞았고 나머지 인원들 또한 2점, 4점 등 낮은 점수를 취득했다”며“과락 점수를 포함하더라도 성적을 인증한 수험생들의 평균점수는 57점 정도이고 이번 시험 합격 커트라인은 평균 45.5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이처럼 세법학 1부 과락률이 높아지면서 2차 과목 면제를 받는 세무공무원들이 이득을 봤다”고 주장했다.

실제 산업인력공단이 공시한 합격자 분포를 보면 올해 전체 합격자 706명 중 237명(33.57%)이 세무사 시험에서 일부 과목을 면제받는 국세청 등의 경력자다. 특히 2차 과목 일부(세법학 1·2부)를 면제받은 합격자는 약 151명(21.39%)으로, 2020년의 17명에 비해 약 9배가 증가했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총 5년간 합격자 102명보다 50명 정도가 더 많았다.

이와 관련 시험을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출제와 채점 기준을 준수했다고 해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논란에 대해 이창식 한국세무사고시회장은 한 언론 기고글에서“정부와 시험관리 당국은 이번 세무사시험 사태와 관련하여 반드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억울한 수험생이 없도록 문제점에 대해 특별조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세무사시험 논란에 대해 조사를 요청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왔다.‘2021년 세무사2차 시험의 불공정/비정상적인 채점 의혹에 대한 조사 요청’이란 제목의 글에는 9일 오후 4시 현재 9300명 이상이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