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순심 숲해설가(숲마루)
[기고] 안순심 숲해설가(숲마루)
  • 광양뉴스
  • 승인 2021.12.17 17:54
  • 호수 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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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병설유치원, 희망을 보다
- 스무 번째 이야기 -

“새로운 눈이 생긴 것 같아요.”

5월, 순천에 있는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현장 숲 컨설팅이 끝나고 병설유치원 교사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다. 올 한 해를 뒤돌아보며 내가 들었던 말 중에서 떠올려본 가장 행복한 말이다.

작년에 한 차례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숲 컨설팅을 소개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올해는 순천여수지역 10곳이 넘는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숲 컨설팅을 진행했다. 

숲 컨설팅은 병설유치원 교사들을 대상으로 유아들과 숲을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을 학교 교정, 도시공원, 하천, 산과 계곡 등 다양한 학교 주변 생태 공간에서 교사들이 직접 체험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숲해설가로 3년 동안 현장을 뛰면서 사립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 유아숲체험은 많이 진행했지만 병설유치원 유아숲체험 기회는 별로 없었던 터라 병설유치원의 숲 체험 인식이 사립 유아시설에 비해 낮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작년부터 병설유치원 숲 컨설팅을 시작하면서 병설유치원 교사들의 숲에 대한 열정적인 반응에 놀랐다. 

내가 진행하는 숲 컨설팅의 핵심은‘숲 탐색과 관찰이 곧 놀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교구나 기획놀이 중심이 아니라 아이들이 숲에서 살아 숨 쉬는 생명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들여다보고 관찰하면서 신기함과 놀라움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아이들은 그 과정을 통해 표현력이 길러지고,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공간에 사람 아닌 다른 많은 생명들도 함께 살고 있음을 체험하고 다른 생명에 관심을 갖게 되어 환경 친화적인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 

또 현장에 있는 다양한 자연물로 스스로 놀이를 찾아내서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사회성, 창의성도 기를 수 있다. 

더불어 숲에서 탐색과 관찰 놀이를 하면서 자유롭게 숲을 뛰어다니고, 자연조건이 잘 갖춰진 곳이라면 나무타기, 바위타기, 장애물 넘기, 경사지를 이용한 미끄럼타기 등 다양한 신체활동도 허락해야 한다. 

아이들은 적당한 위험에 노출되어 자기 몸을 스스로 보호하는 경험이 많을수록 위험 감지 능력도 향상되고 그 위험에 대응하는 신체 능력도 더불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교정, 학교 주변 도시공원과 하천, 산 등에서 숲 탐색과 관찰의 즐거움, 자유로운 신체놀이를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려면 교사들과 부모들의 숲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교사와 학부모가 숲과 만나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늘 갖고 있었다. 그 바람이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숲컨설팅을 계기로 부분적으로나마 이루어졌다. 

올해 숲 컨설팅을 한 병설유치원 대부분이 2회 이상 요청해서 컨설팅 결과에 대한 자연스런 후일담이 이루어졌다. 

병설유치원과 교사들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현장에서 실천 의지를 갖고 노력한 경험을 들려줘서 고마웠다. 

그리고 아이들과 산책에서 만났던 정체가 궁금한 식물, 곤충 사진을 찍어뒀다가 물어오기도 했다. 

가장 큰 변화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예전과 달리 아이들과 산책을 나가면 자연에서 보이는 것이 많아졌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자연에서 발견하는 즐거움, 그것을 관찰하는 놀라움이 커 졌고, 아이들이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에 감탄하고 감동한다고도 말했다.

내가 숲에 들어 와서 느끼고 있는 감동을 교사들 역시 느끼고 있는 듯하다. 젊은 교사들은 숲을 호기심으로 접근하고, 경력이 많은 교사들은 어릴 적 추억들을 소환하는 듯도 보였다. 

어떤 경로로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유치원 교사들이 숲에 호감을 갖게 된 것은 고맙고 반가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