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광양 숯 문화와 테라 ‘프리타’
[문화칼럼] 광양 숯 문화와 테라 ‘프리타’
  • 광양뉴스
  • 승인 2022.01.07 18:04
  • 호수 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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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북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우리 전통문화에서 숯 문화는 빼놓을 수 없다.

숯은 난방을 위한 화로, 옷을 다리기 위한 다리미, 고기를 굽는데 등 다양하게 사용해 온 전통이 있다. 지금은 숯 문화가 많이 사라졌으나 광양에서는 광양숯불갈비, 광양숯불구이 등 음식의 조리에 숯을 이용한 문화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광양에서는 제사나 명절이면 숯불에 석쇠를 올려놓고 생선을 구워서 이용하는 문화 또한 다른 지역보다 많이 행해지고 있다.

오늘날 광양의 숯 문화는 음식의 조리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으나 과거에는 백운산 일대의 수많은 숯제조 가마와 사용한 숯을 부숴서 경작지에 넣어서 사용한 문화도 있었다.

이러한 문화는 현재 잊혀지고 있으나 남아메리카 아마존 분지의 숯 문화는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남아메리카의 열대 지역은 풍화와 산성으로 인해 작물이 자라기 어려운 옥시솔(Oxisols, 열대 지방의 붉은 흙) 토양이 대부분인데, 아마존 원주민 마을의 흙은 검고 매우 비옥한 토양이다.

이 토양은 포르투갈어로 검은 흙이라는 뜻에서 테라 프리타(Terra preta)로 불린다.

테라 프리타는 8000년 이전에 원주민 거주지의 흙으로 숯 함량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토양에 다량 함유된 숯으로 인해 함수량 및 비옥도가 높아 아마존 저지대의 인구가 600만에서 1000만명으로 증가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되었다는 주장이 많다.

테라 프리타는 최근 토질 개선 뿐 아니라 탄소 중립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식물체에 저장된 탄소의 대부분은 이산화탄소나 메탄이 되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데 숯으로 만들게 되면 탄소의 80% 이상이 수 백년 동안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되므로 온실가스를 격리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토양 중의 숯이 테라 프리타를 통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온실가스를 격리시키는 효과가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 숯을 이용하는 농법이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일본 야마나시현(山梨県)이다. 일본에서 복숭아와 포도 등의 생산량이 1위인 야마나시현(県)에서는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는 전정 부산물인 전정지를 태워서 숯으로 만든 다음 과수원 토양에 넣고 있다.

그다음 전정지를 탄화시킨 숯을 넣어서 생산한 농산물에서 대해서는 ‘야마나시 4퍼밀 이니셔티브 농산물 인증제도’를 만들어 저탄소 농산물로 브랜드화한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벌목한 나무를 숯으로 만들어 농지에 넣어 탄소를 격리시킨 다음 탄소의 할당량 이상을 배출하는 기업들에게 탄소 상쇄권을 판매해 수익을 얻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이 2050년까지 지구 온난화 원인물질로 알려진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zero)’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농업에서 숯은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및 비즈니스 수단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숯이 각광 받는 시대에 광양은 숯불구이처럼 전국적으로 유명한 숯 문화를 갖고 있다.

게다가 매실나무 재배 면적이 전국 1위여서 일본 야마나시현처럼 전정지를 탄화시켜 탄소 중립농업 및 탄소 격리 매실을 브랜드화 하기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탄소배출권 수요를 가진 기업들도 있어 탄소 상쇄 수입 기대도 가능하다. 이 좋은 문화와 자원을 발굴 및 시대에 맞게 손질하고 발전시켜 시민의 이익과 광양의 도약에 활용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