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어려운데 600만원 쾌척...이름없는 광양 기부천사
자신도 어려운데 600만원 쾌척...이름없는 광양 기부천사
  • 지정운 기자
  • 승인 2022.01.20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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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고령 노인, 광양읍사무소 방문
"취약 계층 위해 써달라" 당부
80대 고령의 기부천사가 광양읍사무소에 맡기고 간 현금.(광양읍사무소 제공)

 

"내 생애 보람있는 일 하나 정도는 남겼으면 하는 마음에 하는 일이지만 이름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3시쯤 광양읍사무소 총무과 민원창구에 지팡이를 짚은 고령의 노인이 찾아와 두툼한 돈봉투 2개를 내밀었다. 봉투에는 각각 5만원권 지폐 60장씩이 들어있었고 총액은 600만원에 달했다. 

창구직원은 노인에게 돈의 용도와 이름을 물었지만 이 노인은 대답 대신 "그냥 좋은 데 사용해 달라"는 말만 남기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고, 이 직원은 곧바로 같은 부서 팀장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해당 팀장은 노인을 뒤따라가 돈을 기부하게 된 이유 등을 물었다.

이에 노인은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에 무엇인가 보람있는 일 하나 정도는 남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며 "작은 지원이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언제나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름이라도 알려달라는 공무원의 요청에는 한사코 입을 다물었다.

광양읍사무소 측은 수소문 끝에 이 노인이 80대의 고령에 가정형편도 넉넉치 않은 가운데 이전에도 돈을 기부한 점 등을 확인했지만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신원은 외부에 공개 하지 않기로 했다.

노인의 기탁금은 광양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대상자 추천을 통해 추운 겨울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있는 저소득층과 복지사각지대 가정에 지원할 예정이다.

지규갑 광양읍 총무과장은 "기부를 해 주신 어르신이 알리기를 원치 않았으나 이러한 선행은 코로나19 등으로 몸과 마음이 꽁꽁 언 요즘 시대에 널리 알려 훈훈한 온정이 아직은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익명으로 기탁해 주신 어르신의 뜻을 헤아려 소외된 주민들을 위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용하도록 최선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