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 동시 이야기] 부글부글 끓어요
[융합 동시 이야기] 부글부글 끓어요
  • 광양뉴스
  • 승인 2022.03.04 17:22
  • 호수 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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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행신 작가

부글부글 끓어요

 

부글부글 끓어요

주전자처럼

엉덩이가 뜨거운 주전자처럼

내 마음이 들썩거려요

 

냉장고 안의 한라봉을

동생이 홀라당 다 먹어버렸어요

 

동생은 어디론가

잽싸게 도망가 버리고

 

부글부글 끓어요

건들면 터질 것만 같아요

가까이 오지 마세요

 

<초등학교 과학 4-1 2. 물의 생태 변화>

 

공룡 인형과 귤 즙

슬이가 학원에서 돌아오니 거실에서 엄마가 낯선 아기를 안아 재우고 계셨어요.

“엄마, 이 아기 누구예요?”

“동생 하날 데려왔단다. 너도 잘 보살펴 주거라.”

아기 이름은 진하였고, 태어난 지 6개월쯤 되었다고 했어요, 교통사고를 당해 엄마는 아직 의식이 깨어나지 않았고, 아빠 역시 걸어다닐 수 없을 정도라고 했어요. 사고 당시 진하 엄마가 진하를 꼭 껴안고 있어서 아가는 안전할 수 있었다네요.

진하네 엄마나 아빠는 다른 가족들이 없었어요. 얼마 전에 우연히 공원에서 만나 이야기하던 중 서로 같은 성씨라 하여 슬이 엄마를 언니라고 부르게 되었어요.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급히 병원에 달려가 봤더니, 진하를 누군가가 돌봐주어야만 했기에 별수 없이 데리고 왔다고 했어요.

“아빠는 거실에서 주무시고, 슬이랑 진하랑 침대에서 자도록 하자구나.”

진하가 슬이네 집에 들어오자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생겨났지요. 슬이네 집은 큰방과 작은방 2개에 주방 겸 거실이 있었어요. 큰방에서 아빠・엄마・슬이가 자고 작은방은 누나인 민이가 잤어요. 거실에는 벽걸이 TV와 소파 의자가 하나 있어서 겨우 아빠 한 사람이나 누워 잘 수 있을 정도였어요.

“진하 이유식 값에 보태게 니네들 용돈 좀 내놔야겠다.”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내 용돈도 부족하단 말예요.”

슬이가 볼멘소리로 말했지만, 민이는 선뜻 방으로 가서 돈을 가져왔어요.

“얘, 진하를 위해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너도 빨리 가져와!”

슬이는 머뭇거리다 마지못해 돈을 가져왔어요.

그런데 문제가 또 있었어요. 잠자리였어요. 진하는 밤이면 자다 깨 자주 울곤 했어요. 그러면 엄마는 진하에게 이유식을 먹이거나, 다독여 재우곤 했어요. 가끔 칭얼거리며 잘 자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엄마가 진하를 안고 방안으로 거실로 돌아다니며 달래도 소용이 없었어요. 그럴 땐 아빠뿐만 아니라 슬이 역시 잠을 설쳐야만 했어요.

“엄마, 나 오늘부터 아빠랑 거실에서 잘래요. 진하랑 같이 자기 힘들어요.”

어쩔 수 없이 슬이는 소파에서 잠을 자게 되었지만, 그날 밤 거실에서는 한 바탕 소동이 일어났어요. 슬이가 소파에서 아빠의 배 위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어요.

“괜찮니? 어디 다치지는 않았어? 안 되겠다.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 자려무나.”

슬이는 다시 안방 들어갔지만 매일 잠을 설쳐야만 했고 짜증만 늘어났어요.

“엄마, 진하 좀 어떻게 해 보세요!”

“애, 나 지금 바쁘니까 네가 좀 봐주면 안 되겠니?”

“난 싫다니까요! 아이 정말 짜증나!”

슬이는 시간이 갈수록 진하에 대한 불만을 앞세워 투덜거렸어요. 진하가 기분이 좋아 울지 않을 때도 거들떠보지도 않았어요. 그러다 조금이라도 칭얼거리거나 울면 대뜸 소리치곤 했어요.

“여보, 진하를 어쩌지요? 슬이가 저렇게 힘들어 하니 큰일이네요.”

“그렇다고 저 어린 것을 누구에게 보내겠소. 슬이를 달래는 수밖에 없지.”

아빠와 엄마도 슬이 때문에 걱정이 많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오후에 엄마는 진하를 재워놓고 슈퍼에서 물건을 사 오던 중이었어요. 현관문을 열다말고 그 자리에 꼼짝 못하고 말았어요. 언제 왔는지 슬이가 유아용 보행기에다 진하를 앉혀놓고 함께 놀고 있었어요.

슬이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공룡 인형도 꺼내와 진하의 손에 쥐어주면서 까꿍거리고 있었어요. 진하도 맞받아 방글거렸어요. 슬이는 얼른 귤과 접시를 가져왔어요. 귤껍질을 벗긴 후 접시에 담아놓고 작은 작은 수저로 짓이겨 즙을 짜 진하에게 먹였어요. 진하가 쩝쩝 잘 받아먹었어요.

엄마는 현관문을 열어 들어서지 않고 한참동안 바라만 보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