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거주 우크라이나 결혼이민자 ‘쉬마르훈 마리아’ 씨
광양 거주 우크라이나 결혼이민자 ‘쉬마르훈 마리아’ 씨
  • 김호 기자
  • 승인 2022.03.07 08:30
  • 호수 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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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발발 후 매일 가족들과 연락…안전 걱정 뿐
필사적 저항 자국민 응원…“끝까지 조국 지키자”
대한민국 정부 도움·지원 절실 호소…“도와주세요”
△ LG헬로비전 아라방송과 인터뷰하는 쉬마르훈 마리아 씨

지난달 24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군사작전 수행을 공식 선언하며, 전쟁이 발발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비롯한 주요 도시와 국경지역에 대한 동시다발 공격을 감행했고, 개전 10여일이 지난 현재 수백명의 우크라이나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와 제2의 도시라 불리는 하르키우의 민간인 거주 지역까지 공격을 가해 국제사회로부터 비난과 우려를 사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계엄령 및 국가총동원령 선포와 동시에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재한 우크라이나인들도 러시아 침공 규탄과 함께 한국정부에 전쟁을 멈추게 해달라며 전국에서 호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광양에 살고 있는 ‘쉬마르훈 마리아 씨(28)’도 그중 한명이다.

쉬마르훈 마리아 씨를 만나 고국 우크라이나에서 발발한 전쟁에 대한 심경과 한국사회에 하고 싶은 말을 들어봤다.

마리아 씨는 우크라이나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2015년 한국에 유학을 와서 만난 한국인과 결혼해 현재 광양에 정착해 살고 있다. 현재 캐나다 건축회사(재택근무)에서 일하고 있는 마리아 씨는 광양시 외국어 명예통역관(러시아어)과 광양시 외국어 SNS기자단으로 위촉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마리아 씨 가족들이 보내준 참혹한 전쟁 영상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마리아 씨 가족들이 보내준 참혹한 전쟁 영상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마리아 씨 가족들이 보내준 참혹한 전쟁 영상<br>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마리아 씨 가족들이 보내준 참혹한 전쟁 영상

부모·오빠·친지 20여명 거주
매순간 가족들 안위 걱정

마리아 씨는 우크라이나 남부에 위치한 자포리쟈市 출신으로 5살 때 수도 키이우로 이주해 결혼 전까지 살았다. 우크라이나에는 마리아 씨를 제외한 20여명의 가족과 친지들이 키이우를 비롯한 전국에 살고 있다.

마리아 씨는 “고국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발생해 불안하고 마음이 매우 무겁다”며 “특히 어머니와 아버지, 오빠가 키이우에 거주하고 있어서 매순간 가족들의 안위가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마리아 씨는 전쟁이 일어난 뒤 매일 끊임없이 가족들과 연락하고 있다.

그녀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위로하기 위해 전쟁에 대한 대화는 많이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일상생활에 대해 주로 대화하려고 한다”며 “어머니와의 통화 중에 키이우 상공에서 러시아기가 격추되면서 나는 폭음소리에 공포를 느꼈다. 창문 밖에서 불이 나고 폭발음이 들린다고 생각해 보라. 현지는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라고 울먹였다.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마리아 씨 가족들이 보내준 참혹한 전쟁 영상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마리아 씨 가족들이 보내준 참혹한 전쟁 영상

 


















푸틴 무력, 구시대적 어리석음
이번 전쟁, 나라 잃느냐 지키느냐 문제

마리아 씨는 고국에 있는 가족, 친척, 친구들에게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다”라는 ‘니체’는 말을 인용해 용기를 내라고 응원했다.

그녀는 “푸틴은 대부분의 자국민들이 현 상황을 자각하고 있음에도 어린아이가 강해 보이려 떼쓰는 것처럼 말도 안 되는 명분을 만들어 무력으로 협상하려고 하는 것은 매우 구시대적이고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마리아 씨는 러시아군에 맞서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Слава Україні!(우크라이나 만세!) 힘을 내고 끝까지 우리 조국을 지키자”는 말로 응원과 함께 심경을 이어갔다.

그녀는 “남들은 그냥 러시아가 원하는 것을 주고 대충 협상하고 더 이상 죽는 사람이 없기를 바랄 지도 모른다”며 “그러나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이번 전쟁은 나라를 잃느냐 지키느냐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자녀와 아내가 있음에도 모든 남자들이 자의로 총을 들고 항전에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리아 씨는 끝으로 대한민국 정부에 우크라이나를 위한 도움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간절히 호소했다.

그녀는 “한국도 수많은 희생을 통해 독립을 이뤄냈고, 수많은 이들의 고통과 희생 위에서 결국 건강한 자유민주주의를 이뤄낸 것처럼 우크라이나도 많이 부족하지만 반드시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며 “우크라이나군에게 필요한 장비들이 너무 많을 것이다. 부디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을 딱하게 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울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