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어십아, 함께 놀자(Ⅰ)
팔로어십아, 함께 놀자(Ⅰ)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10:28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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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신 - 한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리더십은 친숙한데 팔로어십(follership)은 웬지 생소하다. 리더십은 인류탄생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라이온 킹, 그는 분명 리더이며, 강한 리더십으로 자신의 영역을 지킨다. 이미 문명의 역사가 시작한 5000년 전부터 이집트의 상형문자에서 리더십(seshemet), 리더(seshemu), 팔로어(shemsu)라는 문자를 찾아볼 수 있다.

인간도 리더에 의해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들에 의해 이끌려 갈 것이다. 하지만 리더는 팔로어 없이는 존재가치가 없다. 이들은 띠의 양끝에 각각 리더와 팔로어라는 단어를 기록하여 양끝을 꼬인 상태로 연결시킨 뫼비우스의 띠(mobius strip) 처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다.

리더십이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팔로어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이라 한다. 지금도 팔로어는 리더에 이끌리는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을 하고 있다. 그런데 조직 성공에 리더가 미치는 기여도는 10-20%에 불과 하며, 나머지는 팔로어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대부분 조직내 구성원들은 리더이면서 팔로어들이다. 명령을 내리기도 하고 명령을 수행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리더가 되기도 하고 팔로어가 되기도 한다. 김부장은 나과장에게는 리더이지만 최이사에게는 팔로어이다. 김부장은 리더이면서 팔로어이다. CEO를 제외한 대부분은 리더이면서 팔로어이거나 팔로어들이다.

그런데도 우린 리더십만을 너무 강조하고 있다. 리더에 의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진다고 본 것이다. 수동적인 팔로어가 어떻게 능동적인 리더가 될 수 있겠는가? 이젠 팔로어도 팔로어십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MBA과정에 리더십과 함께 팔로어십을 개설한 대학들이 많이 있다.

조직에서 팔로어들의 가치가 왜 높아지고 있는지 그 이유를 보자. 첫째, 급격한 환경변화로 팀제처럼 팔로어 중심의 참여적 조직구조가 늘어나고 있다. 둘째, 학력이나 근무연수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셋째, 팔로어의 능력이 향상되어 리더의 능력을 능가한 팔로어의 수가 많아지고 있다. 넷째, 정보통신기술의 향상으로 리더만이 가졌던 제한된 정보를 팔로어들도 쉽게 공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팔로어의 독자적인 의사결정과 능동적인 행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다섯째, 기업이미지의 결정자는 팔로어들이다.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에 잘생긴 주차요원들이 왜 서 있는지? 여섯째, 조직내에서 리더의 수보다 팔로어의 수가 더 많으며, 팔로어는 잠재적인 리더이다.

창의적 사고와 적극적 행동을 기반으로 한 지식사회에서는 연공에 따라 리더와 팔로어를 결정할 수 없다. 이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난 리더가 아니어서 모르겠어?’, ‘난 팔로어가 아니어서 그런 하찮은 일은 못해?’라고 따지고만 있을 수 없다. 주어진 상황에 따라 리더가 팔로어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고, 팔로어가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해야 한다. 우리 조직을 하나의 배구팀이라고 생각해 보자. 공을 상대편 네트로 넘기기 위해서는 아무나 세 번까지 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누가 그걸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득점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에게 공격의 기회를 부여할 뿐이지 반드시 어느 선수여야 하는 법이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센터가 상대의 네트에 공을 쳐서 공격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데도 조직들 뿐만 아니라 우리들도 리더와 팔로어를 종속관계로 보고 팔로어보다는 리더가 되고 싶어한다. 우리 문화를 명함문화라 한다. 명함은 상대에게 나를 알리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하지만 명함에 직위를 무엇으로 인쇄하느냐를 더 중요시 한다. 직위 인플레이션이다. 길거리에서 “회장님” 하면 여러 사람이 뒤돌아 볼 것이다. 리더와 팔로어는 지위가 아닌 자신의 역할이 결정한다. 팔로어가 바람직한 팔로어십을 발휘할 때 리더로서 바람직한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다. 이젠 리더십과 팔로어십이 함께 어우러진 즐거운 놀이판이 되어야 한다.
팔로어십아, 함께 놀자!
 

입력 : 2005년 08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