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좀 더 여유롭고 지혜롭게
[기자수첩] 좀 더 여유롭고 지혜롭게
  • 지정운 기자
  • 승인 2022.04.25 08:30
  • 호수 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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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운 선임기자 / 국장

지역사회의 관심의 대상이었던 포스코상생협의회TF 1차 회의가 반쪽으로 전락하며 불발된 것을 놓고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당장 TF회의에 참석했던 기관과 단체 관계자들은 불만을 표출했고, 광양참여연대는 성명까지 발표하며 포스코 측의 태도를 성토했다. 포스코가 이번에도 지역을 무시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하지만 포스코 측의 1차 회의 불참과정에서 보여준 지역사회의 대응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좀 더 유연하고 지혜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아서다.

광양시 관계자는 회의 과정에 대해 “오늘(20일) 아침 포스코로부터 회의를 연기할 수 있는지 요청이 있었다”며 “하지만 다른 기관에서 모두 참석하기로 되어 있어 연기는 할 수 없다고 전했는데 포스코에서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불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상생TF회의는 지역 상생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인사들이 참석해야 한다”며 “당초 참석키로 한 전남도의 국장급 인사와 광양시의 주무국장 등이 먼저 참석할 수 없다고 전해왔다”고 답했다.

양측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광양시는 회의 당일 연기 요청이 들어와 정해진 일정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었고, 포스코는 회의에 참여할 구성원들의 ‘급’을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권한에 관한 얘기이고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적한 것으로도 읽을 수 있다.

실제로 이번 1차 회의를 앞두고 갑작스런 변수가 있었다. 1차 회의를 앞두고 윤석열 당선인이 전남을 방문하면서 전남도 고위층이 이곳에 신경을 써야했기 때문이다. 광양시도 해당 국장이 불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이었다면 광양시나 전남도는 하급자를 대신 참석케 하는 것 보다는 한발 물러 회의 일정을 변경하면서, 포스코에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는 유연함도 필요했다고 보여진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가 제대로 연기나 불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면 이는 향후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면 될 일이다.

마음 속에서는 불이 일어나도 얼굴은 평화롭고 한없이 여유로운 협상가의 모습을 기대하기에 하는 말이다.

냉정한 시각으로 볼 때 포스코 상생협의회TF는 지역사회가 포스코에 협조를 요청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칼자루는 포스코가 쥐고 있는 셈이다. 지역사회는 대의명문과 다수의 여론이 협상의 무기가 된다.

포스코는 현재 부담스러운 회의를 앞두고 신중할 수 밖에 없다. 빠른 회의와 결과물 도출은 지역사회의 바람이다. 서로의 이해와 요구조건이 상충하는 협상에서 승자는 누가될까. 당연히 더 많이 상대방이 내놓을 카드를 예상해 분석하고, 그에 걸맞은 대안을 준비하는 쪽이 될 것이다.

지역사회는 그동안 포스코 측이 약속한 내용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번에는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목표가 설정돼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지혜와 유연함이 필수적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