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동시이야기 - 달걀 삶기
융합동시이야기 - 달걀 삶기
  • 광양뉴스
  • 승인 2022.05.23 08:30
  • 호수 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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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행신 작가
박행신 작가

달걀 삶기

<초등학교 과학 4-1 2. 물의 생태 변화>

끓어야 익는다

참아야 익는다

 

누군가의 참맛이 되려면

뜨겁게 끓어야 한다

꿋꿋이 참아야 한다

 

뻐꾸기 새끼 구출 작전

“민이야, 이리와 봐. 새집이 있어, 새집이!”

학교에서 돌아와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누나가 호들갑 떨면서 나를 불렀다.

“어디, 어디?”

누나가 ‘쉿!’하며 자신의 입을 손가락으로 막으면서 뒤꼍으로 나를 끌고 갔다. 

“저기 엉켜진 장미 울타리에 감쪽같이 숨겨 놨더라니까.”

얼른 눈에 띄진 않았지만 마른 풀잎으로 정갈하게 만들어 놓은 새집이 있었다. 새집에는 푸르스름한 새알이 세 개 있었다. 

“누나, 이거 뻐꾸기 알 아냐? 탁란하려구 뻐꾸기가 알을 바꿔치기 했나 봐!”

느낌이 달랐다. 분명 탁란이었다. 세 개 중 하나가 조금 커 보였다. 그때 작은 새 한 마리가 우리 주변을 급하게 날아다녔다. 붉은머리오목눈이라는 뱁새였다. 우리는 급히 자리를 피해 앞마당으로 나왔다. 

“어떡하지? 저 뻐꾸기 알을 꺼내버릴까?”

“그럼 안 되지. 뻐꾸기 알도 생명이잖아.”

그날 저녁 식사시간에 뱁새 집의 탁란에 대해 가족회의를 했다. 

뻐꾸기 알을 그대로 놔두기로 결정했다. 탁란은 자연의 일이니 간섭하지 않은 것이 좋겠다고 했다. 대신 먼저 깨어난 뻐꾸기 새끼를 데려와 키우자고 했다. 그러면 뱁새 새끼들도 안전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집 식구들은 날마다 뱁새 둥지를 살피기 시작했다. 알을 낳은 지 며칠이나 되는지도 잘 몰랐기 때문에 더욱 신경 써야 했다. 알을 품고 있는 뱁새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도록 특별히 조심해야 했다. 

우리 집은 부모님께서 농촌에서 살고 싶다고 해서 몇 년 전에 이곳으로 이사 왔는데, 산자락이 끝나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산이나 들에서 사는 새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다행히 우리 집 2층 베란다에서 뱁새 둥지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뱁새가 먹이를 찾아 나서면 둥지 안이 궁금해 얼른 내려가 살펴보곤 했다. 

그 사이 누나와 나는 뻐꾸기 새끼를 보호할 수 있는 집을 만들고 먹이를 준비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니 좋은 정보들이 많았다. 새 집은 라면 박스에 휴지를 풀어 안락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주기로 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살핀 지 6일째 되는 날 오후였다. 아빠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기쁜 소식. 뻐꾸기 새끼 태어났기에 양자로 데려옴.’

나는 학교는 물론이고 학원에서도 온통 뱁새 새끼들 생각뿐이었다. 학원이 끝나자 득달같이 달려왔다. 아빠와 엄마는 하우스에서 일하고 계셨다.

“혹시나 싶어 가 봤더니 마침 뻐꾸기 새끼가 태어났더구나. 뱁새 알들은 아직 그대로 있어서 얼른 뻐꾸기 새끼만 데려 와 둥지 안에 잘 넣어두었단다.”

얼른 2층으로 올라가 둥지 안을 들여다보았다. 버얼건 핏덩이 같은 뻐꾸기 새끼가 잠을 자는지 꼼짝도 하지 않고 숨만 할딱거리고 있었다.

뱁새 둥지를 내려다보니 어미 새가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곧 태어날 새끼들을 위하여 바삐 움직이는 것 같았다. 뻐꾸기 새끼가 태어나자마자 데려와 천만다행이었다. 

그때부터 어미 뱁새가 뻐꾸기 새끼 기르는 융추 기간인 20여일 동안 우리 집안은 야단법석을 떨어야 했다. 아직 어리디 어린지라 적절한 온도를 맞춰주어야 했고, 제때에 먹이를 주기 위하여 바삐 움직여야 했다. 수시로 삐약 삐약 칭얼대며 울곤 하는데 어찌할 방법을 잘 몰라 무조건 면봉으로 먹이를 먹이곤 했다. 배가 부르면 꼼지락거리다가 곧 조용히 잠들곤 했다. 

가끔 뱁새 둥지 안을 살펴보았는데, 두 마리 아기새를 어미가 잘 기르고 있었다. 

뱁새 새끼까지 잘 자랄 수 있어서 우리들의 작전은 예상대로 성공이었다. 

뻐꾸기 새끼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랐다. 정말 먹보였다. 나중에는 먹이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먹는 만큼 폭풍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오늘 아침 일어나 보니 새끼가 둥지 밖으로 나와 파닥거리고 있었다. 벌써 나는 연습을 하는 모양이었다. 저러길 한 일주일 후면 훌쩍 날아간다고 하던데….

“누나, 곧 날게 생겼는데? 그러면 날려 보내주어야겠지?”

“그러게 말이다!”

누나의 말소리에 서운함이 깊이 잠겨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