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칼럼] 맹신(盲信)은 위기의 덫
[위기관리 칼럼] 맹신(盲信)은 위기의 덫
  • 광양뉴스
  • 승인 2022.06.17 17:05
  • 호수 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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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작가
‘소통을 잘해야 천하를 품는다’저자

대부분의 위기는 사람에게서 옵니다. 실수나 실패로 인해서 오는 위기 역시 자기라는 사람에게서 비롯되는 위기입니다. 그러므로 위기가 발생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람을 맹신하지 말고 의심해야 합니다.

특히 타인을 의심하거나 불신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을 먼저 의심하고 불신해야 합니다.

한비는 『한비자』에서 군주가 위기 상황에 빠지는 궁극적인 원인은 신하를 전적으로 믿는 데에서 출발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군주는 결코 다른 사람들을 믿지 말아야 하며,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군주를 믿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믿음을 주고 격려하고 위로하면 더욱 열정적으로 일을 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을 전적으로 믿지는 말아야 합니다. 역사 이래 군주에 대항하고 왕권을 어지럽힌 사람들은 대개의 경우 군주와 대등한 힘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한비는 상은 다른 사람이 줄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할 수 있지만 벌은 군주가 직접 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벌을 주는 사람을 더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타인에게 비롯되는 위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상을 주기보다는 벌을 주는 것이 효과가 더 큽니다. 마찬가지로 사람을 의심하거나 불신하는 것이 신뢰하고 격려하는 것보다 위기를 줄일 확률이 높습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형국과 같은 상황이 발생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특히 사람은 자신의 이익과 명예를 위해서는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는 여력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타인의 부와 명예를 빼앗기 위해 배신을 밥 먹듯이 행하는 사람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불신의 철학이 위기관리의 철학입니다. 모두가 이상 없다고 생각하는 일도 자신만은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고, 모두가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자신은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의심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닙니다. 맹자가 말했듯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천성이 선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의 이익과 명예를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지 하는 본능이 있다는 점을 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여하튼 위기라는 것은 믿음에서 옵니다. 위기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그 사람은 결코 자신에게 위기를 가져올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믿음이 결국 위기를 불러옵니다. 그러므로 자신도 믿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늘 의심에 의심을 해야 하고 또 불신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불신은 상대방을 전폭적으로 믿는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상대방이 자신에게 위기를 가져다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불신을 의미합니다. 아울러 더욱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아는 것입니다. 즉 무턱대고 상대방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입장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도덕경』에 “성인은 자기 마음이 없다. 백성의 마음을 제 마음으로 삼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 노자는 성인은 백성의 마음을 자기 마음으로 삼는다고 말을 합니다. 이 말의 진정한 의미는 성인의 마음 안에는 백성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자기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더불어 조화와 상생을 이루면서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이라고 말하는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도를 깨달은 성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마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가지고 산다는 것을 강조한 말입니다. 요즘 말로 남의 마음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을 지녀야 하고 역지사지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위기가 발생할 확률이 낮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위기는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불신의 마음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