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각 회의’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이유
[기자수첩] ‘지각 회의’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이유
  • 지정운 기자
  • 승인 2022.07.11 08:30
  • 호수 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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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운 선임기자/국장

제9대 광양시의회가 개원식 후 첫 회의부터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의회 운영에 미숙함을 보였다. 

광양시의회는 지난 4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제310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20분 정도 늦게 시작했다.

개회가 늦어진 이유는 의원간담회가 길어진 까닭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새롭게 출발한 의회가 시작부터 시민과의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비판의 소리가 나온다. 

특히 서영배 의장은 본회의 개회를 선언하면서 회의가 늦어진 것에 대한 해명은 물론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서 의장은 총무위원장과 산건위원장을 선출한 후 잠시 정회 시간에 기자석을 찾아 “출마 예정자의 사퇴로 의견 조율이 길어졌다”며 간담회가 늦어진 배경을 설명했지만 비난을 피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임시회 개회를 10여분 앞두고 의원간담회를 했다는 사실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의회 안팎에서는 넉넉한 시간을 두고 간담회를 하던지, 약속된 개회를 하고 정회를 선언한 후 간담회를 해도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이유 등으로 시의회가 약속 시간을 어긴 것은 결국 약속의 대상인 시민을 가볍게 여긴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시민들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입맛대로 의회를 운영하려는 의도로 보여질 수 있어서다.

이번 ‘지각 회의’ 사태를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이유로 제9대 의회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겹친다는 점에도 있다.

이번 9대 의회는 전체 14명 중 9명이 초선의원이란 점에서 제대로 시정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게다가 공직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일부 초선 의원들의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체는 아니라 할 지라도 일부 의원이 이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제9대 의회는 본연의 기능을 잃고, 그토록 자신들이 외치된 ‘시민의 신뢰’마저 잃어버릴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의회를 대표하는 서영배 의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당장 의장 본인도 40대의 젊은 정치인이며 민주당 경력 역시 얼마되지 않는 점에서 서 의장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는 앞으로 의회가 나가는 길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서 의장이 중심을 잡고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원들은 선거 과정부터 의회에 입성한 이후에도 입만 열만 “초심을 잊지 않고 오직 시민만을 바라보고 낮은 자세로 섬기겠다”는 말을 해오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의원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과 순간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