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칼럼 - 등고망원(登高望遠):높은 곳에 올라야 멀리 볼 수 있다.
고전칼럼 - 등고망원(登高望遠):높은 곳에 올라야 멀리 볼 수 있다.
  • 광양뉴스
  • 승인 2022.07.22 16:55
  • 호수 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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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연관단지 대한시멘트 1공장

높은 곳에 올라가면 멀리 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그러니 누구든지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목표가 뚜렷하고 목적이 있어야하며 거기에 노력이 동반하여야 됨을 말한다.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 순자(荀子)의 권학편(勸學扁)에 보면 군자가 이르기를 “배우기를 아니하면 안 된다. 푸른 물감은 쪽 풀에서 얻지만 쪽 보다 더 푸르고 얼음은 물이 얼어서 되었지만 물보다 더 차다. 곧은 나무가 먹줄을 맞더라도 구부려서 바퀴로 만들면 그 굽은 것이 그림쇠에 들어맞는다. 비록 그 나무를 뙤약볕에 말려도 다시는 되돌아가지 않는 것은 구부린 것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무는 먹줄을 받으면 곧게 되고 쇠는 숫돌에 갈면 날카롭게 되며, 사람은 두루 배우고 날마다 스스로 반성하면 앎이 밝아져서 행동에 잘못이 없어지는 것이다. 수레와 말을 타면 발이 더 빨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천리 길을 갈수 있고 배와 노를 이용하면 물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강을 건널 수 있다.”고 했다.

군자는 나면서부터 남과 달랐던 것이 아니라 사물을 잘 이용했기 때문에 존경을 받고 큰일을 할 수 있었다. 그들은 훌륭하게 되는 방법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알았고 앎을 행동으로 옮긴 사람들이다. 알고 있어도 행동으로 직접 옮겨 행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국의 지도자 후진타오가 2011년 미국 방문 때 높은 곳에 올라가 난제를 함께 풀어보자고 오바마에게 건넨 말도 여기에서 말한 ‘등고망원’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에 앞서 2009년에 오바마도 중국의 후진타오에게 관해청도(觀海聽濤)라는 품격 있는 족자를 선물한 적이 있었다. 바다를 보면서 파도소리를 듣는다는 뜻이다. 바다를 보지 않고 파도소리만 들으면 현장감이 떨어지니 현실을 직접 보지 않고서는 문제해결을 할 수 없다는 심오한 이야기다. 

《논어(論語)》 〈위령공〉편에서도 공자는 사람이 멀리 내다보며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 근심이 따른다는 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라는 말도 있다. 

안중근(安重根) 의사가 여순 감옥에 갇혀있을 때 인무원려 난성대업(人無遠慮 難成大業)이라는 유묵을 남겼다. 사람이 멀리 내다보지 않으면 큰일을 이루기 어렵다는 말이다. 논어에서 말한 멀리 내다보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 근심이 따른다는 논어의 가르침보다 안중근 의사의 말이 훨씬 호방하고 범위가 넓어 스케일이 크게 보인다. 미래 예측은 정해진 틀 안에서는 생각 할 수가 없다. 미래를 멀리보고 스스로 만들어가라는 것이 미래 예측 이지 수시로 변하는 수많은 과정 중에 이미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쓴 유묵 인무원려 난성대업은 중국 문헌에는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고 우리나라 문헌에도 보이지 않는 말인데 안중근 의사가 후세 사람들에게 바라는 마음에서 사용한 말로 보인다. 

지도자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 멀리보고 목표와 목적을 공유할 줄 알아야 한다. 높은 곳에 올라야 멀리 바라보면서 여러 가지 움직임을 파악 할 수 있다. 멀리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전략적 사고를 가질 수 있고 일의 진행방향과 선과 후를 설정할 수 있다. 이렇게 전략적으로 계획을 세운다면 코앞에 요동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노자(老子)는 《도덕경(道德經)》에서 무거운 것은 가벼운 것의 뿌리요, 고요함은 조급함의 주인 이라고 했다. 이 말을 왕필(王弼)은 쉽게 이해하도록 주석을 달아 설명한다. “무릇 사물은 가벼운 것이 무거운 것을 실을 수 없고 작은 것은 큰 것을 누를 수 없다. 가지 않은 사람은 가는 사람을 부릴 수 없고, 움직이지 않은 사람은 움직이는 사람을 제압할 수 없다. 그러므로 무거운 것은 가벼운 것의 뿌리고 고요함은 조급함의 군주이다.”높은 산에 올라가야 멀리 볼 수 있다는 것은 무슨 일이든지 행동을 해야만 이룰 수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마음은 태산 같은데 가만히 앉아 생각만하면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근사하고 거대한 목표를 세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목표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여러 가지 각도에서 강구해야 함을 말한다. 

그렇다고 나의 성공을 위해 남을 밟고 피해를 주어서도 안 되겠지만 불법이나 비리로 얼룩진 어긋나는 일을 해서 이룩한다면 한방에 수포로 돌아가는 수도 있다. 혼자보다도 동료들이나 가까운 사람들과 공유하며 가깝게 보이는 눈앞의 것보다는 한걸음 물러서서 멀리보고 신중하게 앞을 내다보라는 말이다. 키가 커야만 멀리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키가 비록 작더라도 높은 산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얼마든지 멀리 볼 수 있다. 누구든지 목표를 세우고 정진하면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