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 싶은, 우리가 불러야 할 '여순동백의 노래'
부르고 싶은, 우리가 불러야 할 '여순동백의 노래'
  • 지정운 기자
  • 승인 2022.07.2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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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식 시인, 여순항쟁 희생자 헌정시집 발간

[최경필의 북칼럼]

70여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부르지 못한 노래가 이제야 세상에 나왔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오랫동안 숨겨진 이야기가 바로 '여순사건'이다.

역대 정부는(아닌 정부도 있었지만) 이 '여순사건'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바로 대한민국 개국 이래 최초의 ‘군사반란’이라는 아킬레스건을 공꽁 숨겨놓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국민에게 총구를 겨누라고 할 때 거부한 것이 '반란'일까. 이념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그 이념이 다른 봉기군에게 강제로 식량을 강탈당한 수많은 협조자를 불법으로 죽인 사건이 여순사건이다. 

그 여부를 밝히겠노라고 한 것이 지난해 제정된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다. 이 특별법 제정 1주년을 맞아 한권의 시집이 세상에 나왔으니 우동식 시인의 시집 '여순동백의 노래'(실천문학사)이다. 우 시인은 순천에 거주하며 여수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하는 공무원이다. 정확히 말하면 예비군 중대장이니 5급 군무원이다.

함양은 한국전쟁 당시 11사단에 의해 수많은 민간인들이 억울하게 집단학살을 당한 '거창·함양사건'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처가는 구례라고 하니 국가폭력의 상처가 가는 곳마다 진을 치고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는 작가회의에서 계속 활동하며 여순을 노래해 왔다. 2009년 ‘정신과표현’으로 등단해 시집 '바람평설', '겨울, 은행나무의 발묵법', 시 해설집 '바다 갤러리'을 펴낸 중견 시인이다. 그동안 그는 꾸준히 '여순'을 소재로 시를 발표해왔고, '여순동백의 언어'는 지역음악인들에 의해 민중가요로 만들어져 불릴 정도이다.

예비군 중대장이 '빨갱이'를 노래하는 세상이라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이곳 출신도 아닌 시인이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여순의 동백'을 노래한 것이 더 특별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가 내놓은 '여순 동백의 노래'에 실린 시들은 여순의 서사이기 전에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그날의 상처에 대한 속삭임이 아닐까 싶다.

이 시집은 시인의 소개처럼 그날의 희생자들에게 바치는 헌정시집이다. 이산하, 이청리, 김수열 시인이 목숨 걸고(?) 제주4.3항쟁을 노래했다면 여순항쟁을 그렇게 노래하는 시인은 박두규, 김진수, 우동식 등이 얼른 떠오른다. 

이번에 펴낸 '여순동백의 노래'는 시간의 흐름 속에 해방부터 4.3항쟁, 여순항쟁까지 죽은자를 위로하고 치유와 화해를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비문처럼 쓰여진 학살지를 따라 역사의 순간들을 시로 그리고 있다.

어디로 갔는가
서면전투에 참가하다 죽은
그 시신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혼돈의 시대를 살다가
가뭇없이 사라진 풍운의 아들들
(중략)
죽은 줄 알았던 동백꽃들이
뜨거운 노래를 부르며 걸어 나온다
송이송이
넋이 되어 흩어진 한 많은 영령들의
그 붉은 이름을 불러 본다

시 <순천 여순항쟁위령탑> 중에서 

*외부 기고 및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