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관사, 철거냐 보존이냐…역사적 의미 ‘숙고’
시장관사, 철거냐 보존이냐…역사적 의미 ‘숙고’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2.08.29 08:30
  • 호수 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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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주민, 주차장·공원 조성 선호
광양 동학운동 깃든 역사적 장소
일각, 다양한 활용방안 고민 필요

정인화 광양시장의 주요 공약 사항 중 하나인 시장 관사 폐지 및 활용방안이 ‘철거 후 부지 활용’과 ‘보존 활용’으로 좁혀지고 있다. 

시장 관사 폐지는 지난 2010년 행정안전부가 원칙적으로 관사 폐지를 권고하며 정현복 전임 시장 시절부터 주차장이나 공원 등의 다양한 활용방안이 제시돼 왔지만, 전임 시장이 관사에 계속 거주하며 종종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인화 시장은 취임 후 관사를 사용하고 있지 않아 사실상 폐지된 가운데 어떤 형태로 시민들 품으로 돌아가게 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는 차후 활용계획에 따라 담당부서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철거 후 주차장 등으로 활용될 경우와 보존 활용이나 광양문화원 이전(신축) 등으로 활용될 경우, 예산확보 부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관사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공원이나 주차장 등의 선호도가 높았지만 확정된 것은 아직 없다”며 “광양문화원이나 문화재 지정 등의 목소리도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문화시설부지로 지정돼있어 철거나 개·보수 등을 논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차후 계획에 따라 담당부서를 이관하고 예산 확보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학농민운동과 밀접한 연관 장소

광양시장 관사터는 광양읍 광양문화원 뒤편에 위치하고 있으며, 조선시대 객사로 사용되던 장소로 동학농민운동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장소다.

1894년 12월 8일 영호도회소 대접주였던 김인배 장군과 수접주 유하덕이 효수된 곳으로, 광양 봉강접주 박흥서 등 약 100여명의 농민군도 잇따라 처형된 장소다. 당시 영호도회소 대접주는 영남과 호남을 아우르는 농민군 최고 책임자였다. 

지난 2020년 동학기념재단 따르면 광양시는 동학농민군의 등록희생자수가 전남에서 3번째로 많은 도시라고 발표했다. 등록되지 않은 무명 농민군까지 포함하면 희생자는 재단 추산 1000여명에 이른다. 그동안 지역 문화계는 광양시에 추모비나 위령탑 등 동학농민운동을 기릴만한 상징물이 없어 추모비 등의 건립을 촉구해왔다. 진상 섬거마을 입구에 조그마한 동학정이라는 정자가 있긴 하지만 당시 광양지역 동학농민운동의 규모를 고려하면 타 지역에 비해 다소 초라하다는게 지역 문화계 설명이다. 

 

타 지자체 다양한 관사 활용, 광양시는?

광주 동명동에 위치해 2007년까지 전남도 교육감 관사로 쓰였던 건물은 리모델링해 여행객들을 위한 편의공간으로 조성됐다.‘여행자의 집(ZIP)’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물은 개관 한달만에 4000여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방문하며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위치한 옛 부산시장 관사는 부산시가 지난달 한국교육방송공사(EBS)와 업무협약을 맺고 1층 열린 행사장을 세계적 명사 강연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추가로 건물 2층도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방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는 2001년 이후 2020년까지 인천역사자료관으로 활용해오다 지난해 7월 ‘인천시민愛집’으로 새로 조성해 개방했다. 인천시는 보존 가치가 높은 시장관사 건물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권위주의를 벗고 시민을 위한 복합역사문화공간으로 조성·운영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게스트 하우스로 활용돼오던 보성군수 관사도 지난 2016년 리모델링을 통해 역사문화공간으로 개방됐다. 

이순신 장군의 장인이자 전 보성군수인 ‘방진’의 이름을 따 ‘방진관’이라는 ‘이순신 리더십 교육관’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이외에도 시장과의 소통공간, 미술관, 문화체험관, 청년공간, 문화예술복합공간 등 다수의 관사가 문화와 역사성을 살려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광양시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