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전에 너무 용감한 광양시
[기자수첩] 안전에 너무 용감한 광양시
  • 지정운 기자
  • 승인 2022.10.0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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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운 선임기자/국장
지정운 선임기자/국장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로 향하던 지난달 초, 전국의 주요 방송과 신문 등 언론매체들은 역대급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경고하며 며칠 동안 발생부터 예상 경로, 진행 과정 등을 실시간 중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별것도 아닌데 며칠씩 대대적으로 방송을 하고 호들갑을 떤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후 처참한 태풍 피해가 현실화됐다.

이 태풍으로 인해 별 피해가 없었던 우리 지역과는 달리 경북 포항 지역을 중심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물에 잠기며 다수가 숨지고 포항제철소 공장이 멈추는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이를 통해 국민들은 안전에 대해서는 과도할 정도로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달았다.

안전과 관련 지난달 23일부터 3일간 진월면에서 개최된 전어축제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주 행사장인 무접섬광장 앞에 조성된 목재 산책로의 바닥이 썩고 부식되면서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산책로 일부 구간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서다. 

행사를 주최한 광양시는 산책로의 문제를 미리 알았으나 위험성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채 행사를 진행했다. 시는 축제 시작에 앞서 행사장 앞 산책로 대부분에 합판을 덧대어 땜질했고, 연결되는 구간에도 띄엄띄엄 누더기처럼 합판을 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축제 행사 기간에도 포착되며 관광객들과 시민들의 빈축을 샀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광양시가 용감해도 너무 용감하다”고 안전불감 행정을 질타했다.

이같은 지적에 광양시는 사전 점검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했으나 예산 확보가 여의치 않아 전면적인 보수를 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행사 직전 일부 보수를 시행했으나 행사에 예상치 못한 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파손 부분이 많아졌다. 광양시는 어쩔 수 없이 보수공사를 진행하며 축제행사를 병행했지만 안전문제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축제는 그동안 축제가 열리지 않았다는 점과 색다른 프로그램 등으로 사람이 몰려 겉으로는 성공한 것처럼 보였으나 안전불감 문제로 인해 의미가 퇴색했다.

망덕포구의 산책로는 바로 옆 도로와 단차가 크고 안전난간도 없어 이용자들의 안전이 위협을 받는 곳이기도 하지만 광양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안전시설물 설치를 외면해 왔다. <본지 928호 3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망덕포구, 안전은 ‘구멍’ 기사 참조>

이와 관련 광양시가 뒤늦게나마 2023년 정비 예산으로 10억원을 요청하고, 산책로 정비에 반영구적인 자재 사용을 검토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이번 행사에서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 등 다수의 노력으로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위험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계속 이런 행운을 기대하기는 어렵기에 광양시는 안전문제 만큼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가진다.

아울러 취소되거나 미뤄져왔던 각종 문화예술, 축제, 체육행사 등이 앞으로는 계속 이어지는 만큼 광양시 차원의 ‘대규모 행사대응 TF’를 운영해 안전 등 여러 분야에서 빈틈이 없도록 노력하는 모습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