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영웅‘고 박태인 경사’ 70여년 만에 귀환
호국영웅‘고 박태인 경사’ 70여년 만에 귀환
  • 김호 기자
  • 승인 2022.10.17 08:30
  • 호수 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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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세 때6.25전쟁 참전,영광 전투에서 전사
유가족 DNA 일치...197번째 신원확인 전사자
유가족 감격“그토록 찾아 헤맨 아버지 유해”
국립묘지 사양...아내 잠든 선산 나란히 안장

경찰 신분으로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남 영광군 전투에서 전사한 진월면 출신 故 박태인 경사의 유해가 영정과 함께 지난 13일 고인의 유가족 품에 전달됐다. 

이날 고 박태인 경사의 유해는 유가족들과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유해봉송단에 의해 고인의 아들인 박완근 씨(75)의 집으로 봉송됐다

고 박태인 경사는 유해발굴감식단의 197번째 유해 신원확인 전사자로서 ‘호국영웅’의 칭호를 얻고 70여년 만에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귀환 행사에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과 유가족, 정재봉 광양경찰서장, 임성재 농협시지부장 및 동부농협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고 박태인 경사의 유해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유해봉송단에 의해    봉송됐다.
△고 박태인 경사의 유해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유해봉송단에 의해 봉송됐다.

유가족 대표 박완근 씨 집 앞마당에서 진행된 이날 귀환 행사는 △신원 확인 통지서 전달 △6.25 참전종군기장 수여 △호국의 얼 함 전달 △헌화 및 경례 △포상금 및 위문품 전달 △신원확인 경과 설명 △전사자 노제 및 선산 묘역 안장 위한 유해봉송 순으로 엄숙하게 진행됐다. 

고 박태인 경사는 2007년 5월 전남 영광군 묘량면 삼학리 학동마을에서 국방부 유해발굴 감식단과 해당 소재 군부대의 합동 발굴조사로 발견됐다.

△유가족 대표 박완근 씨에게 호국의 얼 함이 전달됐다.
△유가족 대표 박완근 씨에게 호국의 얼 함이 전달됐다.

그러나 신원확인을 할 수 없어 보관돼 오다가 고 박 경사의 아들인 박완근 씨가 채취해 신청(2020년 10월 26일)해 둔 DNA와 일치(2022년 9월 22일)해 고인의 신원을 확인하게 됐고 유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유가족 대표 박완근 씨는 “얼마 전 국방부로부터 아버지 유해를 찾아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 신원확인이 가능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처음에는 믿기지 않아 정신이 멍해졌었다. 서울에서 내려온다는 말에 뭔가 기쁜 소식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들어 며칠 밤잠을 설쳤다”고 감격했다.

이어 “예전부터 DNA 시료를 채취해 둘 생각은 했었는데 ‘찾을 수 있겠냐’는 의구심과 바쁜 생업으로 잊고 지냈다”며 “몇 년 전에 ‘그래도 이제 70이 넘었으니 죽기 전에 정리를 해둬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우연히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영수증 안내 문구를 보고 DNA를 채취해 신원확인을 신청했었다”고 밝혔다. 

농협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2월 농협중앙회와 국방부가 ‘6.25 전사자 유가족 찾기’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유가족 박완근 씨가 농협 조합원에 가입돼 있어 이날 행사에 동참했다.

△고 박태인 경사
△고 박태인 경사

고 박태인 경사는 1927년 9월 진월면에서 출생했고, 1950년 6월 혼인했으며. 이후 경찰에 투신 벌교경찰서 소속으로 전쟁에 참전했으며, 1951년 7월 27일 영광작전에 투입돼 전사한 것이 당시 경찰 순직 대장 기록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제적등본상에는 고 박 경사가 벌교작전에 투입돼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어, 영광에서 전사한 것을 전혀 몰랐던 부친과 삼촌 등 유가족들이 당시 시신을 찾으려고 벌교 일대를 수 없이 헤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고 박태인 경사 호국영웅 귀환행사를 주관한 국방부 유해발굴 감식단 관계자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유가족과 최소한의 관계기관 관계자들만 참석한 조촐한 귀환 행사를 마련했다”며 “또한 고인의 유해는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있지만 선산이 잘 조성돼 있고, 할아버지께서 그토록 아버지(고 박태인 경사) 찾기를 원한 만큼 어머니와 함께 선산에 안장해 드리고 싶다는 의견에 따랐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를 위기에서 구하신 고인의 유해를 뒤늦게나마 가족의 품으로 돌려드리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며 “유가족들께 심심한 위로와 함께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유해발굴 감식단장이 신원확인 경과 설명 전 유가족에게 예를 갖추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 감식단장이 신원확인 경과 설명 전 유가족에게 예를 갖추고 있다.

한편 유해발굴 감식단에 따르면 고 박 경사의 유해 발굴 당시 △전투화(2) △전투화 조각(1) △방탄모 이너 조각(1) △각반(1) △챌린지 코인(1) △M1소총 탄피(2) △카빈소총 탄피(2) 등 유품 10점이 함께 발견됐다. 유해발굴 감식단은 이중 챌린지 코인과 탄피 등 5점을 상징적인 의미로 유가족에게 인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