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데이터 개방…광양시, 업데이트 안된 데이터 투성이
공공데이터 개방…광양시, 업데이트 안된 데이터 투성이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2.11.11 18:20
  • 호수 9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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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귀농을 준비하는 청년 A씨(35)는 광양시 농작물 재배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공공데이터 포털을 접속했다. 포털에 접속해 ‘광양시 농특산물 재배현황’을 확인하고선 이상함을 느꼈다. 농특산물 중 고로쇠 생산량이 96만5952톤이 생산된다고 표기되어 있었던 것. 일반적으로 물은 1리터당 1kg이기 때문에 자료에 의하면 광양시는 약 9억6500리터의 고로쇠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계산된다. 비현실적인 수치에 깜짝 놀란 A씨는 2020년 자료를 확인해봤지만 똑같은 내용의 자료가 게시 일만 바뀐 채 게시돼 있었다. 마지막으로 광양시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를 찾았으나 이 역시 같은 내용이 담긴 자료가 올라와 있었다. 심지어 하단에는 ‘2020년 1월 15일’이라는 최종 수정일도 함께 게시돼있었고, 담당자와 연락처란은 비어있어 결국 시청 홈페이지에서 담당자를 찾아 직접 문의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에서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목표로 대통령실 직속으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설치하고 지난달 14일에는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동안 민간이 요구해온 다양한 규제를 대거 완화하고 데이터 품질개선을 통해 실질적인 산업화를 논의하는 등 정부와 각 지자체는 데이터활용도 개선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지만 광양시처럼 데이터의 품질이 검증되지 않아 불편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광양시는 최근 3년간 행정안전부가 시행하는 ‘공공데이터 제공 운영실태 평가’에서 보통, 우수, 보통 등급을 받았지만 단순한 평가 결과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데이터 활용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이에 광양신문은 광양시 공공데이터의 운영·활용 방향을 점검하고 개선 방향을 알아보고자 공공데이터 포털에 현재 개방된 광양시 공공데이터를 살펴봤다.

공공데이터 포털이란?

공공데이터 포털 메인화면
공공데이터 포털 메인화면

 

공공데이터포털(data.go.kr)은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에서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개방해 국민들이 보다 쉽고 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이트다.

공공기관이 만들어 내는 모든 자료나 공적인 정보가 등록되며 누구나 이용가능하다. 등록된 정보는 종류별, 내용별로 창업 비즈니스 모델에 활용할 수 있다.

또 목록에 없는 자료라 할지라도 별도로 신청 가능하다. 필요한 데이터를 신청하면 해당기관에서 10일 이내에 공공데이터 제공 여부를 결정한 뒤 신청인에게 통보한다.

단순한 통계자료 뿐 아니라 오픈소스등을 제공해 다양하고 재미있는 서비스나 어플리케이션,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 개발 등이 가능하다.

광양시, 공공데이터 개방 현황

현재 공공데이터 포털에 광양시를 검색하면 파일데이터 115건과 오픈소스 38건 등 총 153건의 데이터가 게시돼있다. 시설물 현황이나 업종별 현황 등이 주를 차지하지만 도시숲 조성현황, 개발현황, 공원VR사진 등도 게시돼 폭넓은 활용이 가능하다. 인근 순천시는 95건, 여수시는 161건의 데이터를 게시하고 있다.

개방된 데이터 개수로만 보면 인근 도시에 비해 부족해 보이진 않지만 자료의 정확성 등 데이터 품질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앞서 설명한 사례의 비현실적인 수치는 물론이고, 단위를 착각해 기입해 놓은 자료도 보인다.

다운로드가 높은 순으로 상위 50여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가 되고 있는 자료는 단 7개에 불과했다. 최초 게시된 해부터 지난 2021년까지 3년간 자료가 바뀌지 않았으나 2022년에만 업데이트가 된 자료가 13건으로 가장 많았고, 최초 게시부터 년도만 바뀐 채 똑같은 자료를 반복 게재한 경우도 10여건에 달했다.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자료들도 2건이 있었으나 과거자료가 게시되 있는 등 활용도가 다소 떨어진다.

이외에도 앞서 나온 부적절한 데이터가 입력돼 있는 사례도 눈에 띄었다. 이 중 ‘암 발생률 및 사망자 현황’은 단위가 %임에도 불구하고 ‘502.9’, ‘639.7’ 등의 숫자가 기입돼 있어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공공데이터 업데이트 문제점

공공데이터포털에 올라와있는 암발생률 및 사망자 현황
공공데이터포털에 올라와있는 암발생률 및 사망자 현황

 

공공데이터 포털은 정보통신과에서 관리하지만 데이터 작성은 각 실과소에서 담당한다. 정보통신과는 받은 자료를 게시하고 행안부 평가 지침에 맞게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데이터 품질 검증 등을 거쳐야 하지만 인력 부족 문제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정보통신과 관계자는 “사실 그동안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며 “올해 4월까지는 일반행정직이 근무하면서 전문성도 부족했으나, 전산직이 새로 부임하며 데이터 관리를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만약 검증을 거쳐 틀린 자료가 있더라도 보완을 요청하기 어렵다. 데이터 업로드가 늦어질 경우 평가에서 감점 대상이 될뿐더러 공직사회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력이 충분치 않고 부서 주요 업무를 우선시 하다보니 주기적인 데이터 관리는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한 공무원은 “부서 업무 처리에도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 데이터의 주기적인 관리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밖에도 개인적으로 관리하는 엑셀 파일의 경우 각 부서마다 양식이 달라 내부에서도 알아보기 쉽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시 관계자는 “각 부서마다 사용하는 엑셀 양식이 차이를 보인다”며 “일관된 양식을 사용한다면 데이터 관리가 보다 수월해 질 것”이라고 전했다.

광양시 공공데이터, 나아가야 할 방향

공공데이터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실례로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빛을 발했다. 일명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던 초창기, 당시 정부가 발 빠르게 공적마스크 판매처와 마스크 정보 데이터를 제공했고 이를 토대로 기업과 민간 개발자가 ‘마스크 판매처 앱’를 개발했다.

국민들은 줄을 서지 않고도 마스크 판매 정보를 휴대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버스도착정보 어플리케이션의 경우는 대중교통 이용자들에게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광양시는 전남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 청년들이 많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미래 산업 성장가능성이 크다. 공공데이터 개방을 확장하고 품질 관리를 통해 유의미한 데이터가 많아진다면, 어플리케이션 개발 등을 통한 청년 창업 등의 발판이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정인화 광양시장은 그동안 “미래 먹거리는 수소산업과 데이터산업”이라며 이 같은 탄소중립산업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혀왔다. 이와 발맞춰 실제로 지난 8월 시민설문조사를 통해 공공데이터 17개를 추가로 개방했다. 또 관련부서는 ‘공공데이터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 제정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젠 단순히 데이터의 개방이라는 1차원적인 수준에서 벗어나 품질 관리, 활용방법 등에 대한 폭넓은 고민을 통해 데이터 산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