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유수와 같다고 했던가. 사람도 말도 피곤하다는 인곤마핍(人困馬乏)으로 풀이되는 올해의 끝 섣달이다. 우리 모두가 각자 살아온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해 맞을 준비를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우리의 기억 속에는 비극과 희극이 교차하는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머릿속을 스쳐간다. 10월의 핼러윈 대참사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큰 아픔으로 남아 있다. 해외에서는 우리를 선진국이라 부르는 데 이번 인재는 우리의 가슴을 도려내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고를 경험하였는가? 1994년 성수대교 붕괴를 비롯하여 2014년의 세월호 참사 등..
그러나 그때는 잠시 국민의 관심을 끌었지만 곧장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는지 되짚어보아야 한다. 아직도 정녕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자성에 자성을 거듭해도 부족할 것 같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관련 법령과 규정·매뉴얼 등 국가안전시스템의 효율적 작동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국민 개개인도 어떤 것보다도 자신이 존재하는 곳에서 안전불감증을 세밀하게 점검해 보는 습관이 필요할 것 같다. 일차적으로 자신의 안전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결코 국가가 모든 것을 만들어주는 나라가 아니라 국민들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시민의식에서 찾을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삶은 비극처럼 슬픈 시간도 있었지만 카타르에서 태극전사가 만들어낸 승리의 함성은 2002년의 한일 월드컵을 연상시켰다. 우리 선수들은 세계 최강의 선수들과 겨뤄 예상 밖으로 16강에 진입, 국민에게 커다란 희망을 선물하였다.
조금 더 마음을 넓혀 둘러보면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의 한국, 일본, 호주가 16강에 오른 최초의 대회로 기억될 것이다. 이로 인하여 아시아에 대한 자부심도 상승하였다. 이웃 일본선수들의 개인기와 정교한 패스 및 돌파력은 참으로 놀라웠다. 일본은 크로아티아와 연장전도 무승부가 되어 결국 승부차기에서 1: 3으로 석패했다. 월드컵 예선전에서 일본이 독일과 스페인을 무너뜨린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니었고 명실공히 막강한 실력이었다.
2022년 월드컵 평가전에서 한국은 브라질에 1: 5로 대패했으나 일본은 브라질에 0:1로 석패하였다.
예컨데 오늘날 일본 축구 실력은 혁명적 변화를 이뤘다. 이는 마치 2차대전 패전국인 일본이 세계 경제대국을 이뤘듯이..
문제는 대한민국의 실력 수준이다. 이번 대회에 우승을 노리는 브라질팀은 FIFA랭킹 1위다.
이에 반해 한국팀은 28위로 쌍방 전투력은 브라질이 월등히 우세하다.
따라서 한국 선수들은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브라질팀에 대한 압박을 가해 브라질 선수들의 돌파와 정교한 패스 및 슈팅을 막아내며 번개 같은 역습이 요구되었다.
그러나 금번 한국팀이 브라질 팀에 참패한 것은 월드컵 예선 경기, 특히 포르투갈과 시합에서 체력이 완전소진되어 신속한 기동성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FIFA 랭킹 28위인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함으로 12계단을 단축시킨 것이니 엄청난 성과를 이룬 것이다. 김포공항에 금의환향한 손흥민 선수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중꺾마’라는 새로운 단어가 우리 국민 모두 미래세대에 남겨야 할 유산이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우리 선수들이 유럽 선수의 체력과 남미지역선수들의 현란한 개인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쇠 같은 체력을 바탕으로 조직력과 스피드를 강화로 총체적 실력을 갖추는 일이 우선적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