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가족센터 ‘가나다 인형극단’] “우리에겐 가족센터가 친정 같아요”
[광양시가족센터 ‘가나다 인형극단’] “우리에겐 가족센터가 친정 같아요”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3.02.24 17:36
  • 호수 99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원 12명 모두 결혼이주여성
3년째 운영, 다양한 무대공연

다문화가정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제결혼을 통한 결혼이주여성들은 해가 지날수록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고 길에서 외국인을 마주치더라도 어색하지 않다. 

실제로 광양시에 등록된 결혼이민자와 귀화자 등 결혼이주여성은 2016년 912명이였으나 2021년 1108명으로 늘었다. 해마다 평균 40여명씩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다문화가정이 우리 사회 중요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결혼이주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은 여전하다. 언어, 문화적 차이로 인해 가정 내부에서는 부부갈등이나 고부갈등이 잦으며 사회적으로는 일자리 부족, 차별과 소외 등 다양한 문제에 마주해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색다른 방법을 통해 결혼이주여성을 돕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광양시 가족문화센터에서 사업 3년차를 맞이한 ‘가나다 인형극’이다.

가나다 인형극단’은 전원이 결혼이주여성으로 구성됐다. 기존에 결혼이주여성 한명이 강사로 나서 수업하는 식상한 강의 방식을 탈피해 보다 재밌고 새로운 느낌으로 문화 다양성을 전달하고자 시작됐다. 

어느 사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사업 초창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우선 결혼이주여성들이 참가하는 걸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며 단원 모집이 힘들었다. 한국어로 무대를 진행해야 하다보니 언어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올해 단장을 맡은 이숙자 씨(57)는 “처음에는 우리가 어떻게 한국어로 인형극을 하냐며 걱정이 많았었다”며 “한국사람이 하는 인형극보다 연습량을 배로 열심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젠 사업이 자리를 잡으며 서로 친구들을 데려와 신입단원 모집이 수월해졌다. 올해는 기존단원 8명에 신입단원 4명이 추가되며 12명으로 구성됐다.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캄보디아 등 다양한 국적으로 구성돼 문화다양성을 전파하기도 용이해졌다.                                  

 

결혼이주여성으로 구성된 전국 최초 인형극단

 

전국 최초로 결혼이주여성으로만 구성된 이 특별한 인형극단은 지난해 굵직한 성과들을 많이 거뒀다. 2021년 목포문학박람회에서 전문공연팀으로 무대에 서기도 했고 지난해 12월에는 ‘가족센터 소통의날’에서 우수프로그램 분야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나다 인형극단’이 보다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친정’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양에 온 지 19년차로 극단 초창기부터 함께해온 장단 씨(46)는 “인형극을 하면서 자신감, 자존감이 많이 올라가 취업에 성공한 동료들도 많다”며 “고급어휘들도 익히고 각종 자격증 취득도 하게 되면서 진짜 광양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센터는 우리에게 친정 같은 곳”이라며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우리 엄마가 인형극을 하고 있다’며 자랑하고 친구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을 보고 감정이 벅차올랐다”고 덧붙였다. 

결혼 8년차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형극을 하고 있는 조빙빙 씨(38)는 “엄마로써 애들한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뿌듯하다”며 “연습과정이 힘들고 고되지만 보람찬 마음을 생각하며 힘든 점을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극단은 연습에 한창이었다. 색깔과 종이 다른 개구리와 오리의 사랑을 다룬 ‘개구리가 사랑에 빠졌데’, 학교에서 겪는 편견을 다룬 ‘하쿠나 마타타’, 시어머니와 겪는 에피소드를 다룬 ‘고부열전’에 이어 양성평등과 성역할을 다룬 ‘방귀며느리답게’와 환경을 주제로 한 인형극을 새롭게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시나리오도 단원들이 실제 겪은 에피소드를 포함해 직접 작성하고 있으며 공연에 사용되는 인형들도 직접 만들고 수선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형극단이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다. 포스코 1%나눔재단의 지원을 받아 공연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지원이 끊길 경우 운영이 힘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손경화 가족문화센터장은 “지원 중인 포스코 1%나눔재단의 지원이 종료되더라도 각종 예술단체 공모사업을 통해 고정적인 공연단체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단순히 지원받아 진행하는 하나의 사업에 그치지 않고 결혼이주여성들의 ‘친정’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는 이 특별한 인형극단이 올해는 얼마나 더 다양하고 색다른 모습으로 광양시민들을 찾아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