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아쉬움 가득한 ‘시정질문’…시민이야기 꽃은 언제쯤 피나요
[현장에서] 아쉬움 가득한 ‘시정질문’…시민이야기 꽃은 언제쯤 피나요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3.03.19 15:01
  • 호수 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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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기자
김성준기자

제316회 광양시의회 임시회가 마무리됐다. 절반 가까운 의원들이 2023년 첫 시정질의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모습에 시민들은 ‘열정적인 의회’라며 기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쉬움이 가득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모습은 정책 질의가 부실했다는 점이다. 매 회기 반복되는 모습이지만 정책과 시정에 관한 질의보단 민원 질의 형태의 질문이 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초선의원들에게 도드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제안하고자 하는 정책 관련 법이나 조례를 사전에 파악하고 제도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단순한 민원 이행 권고 수준에 머물렀다. 

신용식 의원은 시가 노후가스관을 교체나 개보수 해야한다며 공동주택관리법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시는 공동주택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일부 지원하고 있지만 관련 법령 등에서 공급사업자가 수선하도록 명시하고 있어 뾰족한 대책을 찾기에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에 신 의원은 “그럼 가스를 끊겠다는거냐”며 “폭발사고가 일어난 후면 늦는다”는 등의 발언을 이어가 다소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음날 안영헌 의원 또한 비슷한 전개가 이어졌다. 산후조리원과 관련해 “광양읍 출산자들은 관외 이용이 많을 수 밖에 없으니 지원금액에 차등을 없애거나 읍권에 산후조리원 신설을 검토해달라”고 주장했다. 

답변에 나선 김복덕 보건소장은 “관내 산부인과를 보호하면서 산후조리원 이용혜택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차등을 두는 선에서 내년부터 지원금액 상향을 계획 중”이라며 “산모들이 산부인과가 없는 산후조리원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져 산부인과 유치가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안 의원은 “광양읍에서 관외출산자의 절반가량 될 것”이라며 “미리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거듭 요청했다.

더불어 날카롭고 부적절한 표현 및 행동들도 몇 차례 연출됐다. 송재천 의원이 “기업 유치는 공직자의 노력보다 산업 생태계 특성 때문”이라고 발언하자 정인화 시장이 반박하며 이어진 설전에서 서로 ‘그건 내 생각이다’ 라는 태도로 맞받아치는 등 내용을 떠나 부적절한 신경전이었다는 지적이다.

박철수 의원은 지난 시정질의를 반면교사 삼아 조례안에 관해 날카로운 지적으로 시를 당황케 만들었다는 평이지만 “사실 제 ‘꼬라지’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발언해 의아함을 샀다. 

‘꼬라지’는 성깔을 뜻하는 전라도 방언이지만 공식 석상에서 발언하기엔 부적절한 비속어다. 

이를 두고 한 시민은 “평소 격식을 차리지 않는 모습은 좋지만 공식 석상에서 꺼내기에 적합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전반적으로 질문이 구체적이지 않아 단편적인 문제 해결에만 급급했다는 평이다. 정회기 의원은 누구나 공감하는 ‘수장고 필요성’에 대해 질의해 담당국장으로부터 “뼈아픈 이야기”라는 대답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결국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문제를 되짚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결국 초선의원이 64%를 차지한 광양시의회는 신선함과 의욕 넘치는 모습으로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시작했으나 미숙한 모습들을 노출하며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시민이야기 꽃을 피워내겠다는 제9대 광양시의회가 ‘시정’에 대한 요구인지, 단순한 ‘민원’인지 구분하지 못한 채 무의미한 시정 질의가 이어진다면 피워내기도 전에 시들어버릴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