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부 전남 대표, 바둑 영재 ‘광양용강초 류건웅 군’
초등부 전남 대표, 바둑 영재 ‘광양용강초 류건웅 군’
  • 김호 기자
  • 승인 2023.04.30 14:55
  • 호수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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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둘 때 제일 편안하고 행복”
아마 5단·타이젬 7단 수준 평가
오는 26일, 전국소년체전 ‘출전’
△류건웅 군이 바둑을 두고 나서 복기하고 있다.
△류건웅 군이 바둑을 두고 나서 복기하고 있다.

바둑은 어린아이들에게 차분한 성격을 갖게 하고 집중력을 길러주는가 하면 전략적 사고 능력도 향상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바둑은 또한 승패게임이다 보니 승리와 패배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게 하고, 자신의 감정도 다스리는 능력을 키워 주는 유익한 스포츠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바둑은 보통 10살 이전에 많이 배우고 있으며, 세계 바둑랭킹 10위권 프로기사 모두 20대 초반에서 20대 중반이 차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광양에도 이처럼 바둑에 입문한 지 5년만에 천재적인 소질을 나타내며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는 13살 초등학생이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광양용강초 6학년 류건웅 군이다. 

건웅 군은 2학년에 올라갈 무렵이던 9살에 바둑을 시작했고, 3학년때까지 △광양시장배 바둑대회 저학년부 우승 △전남도교육감배 장려상 △한화생명배 8강 △순천만국가정원배 전국학생바둑대회 전남부 장려상 △순천만 국가정원배 전국학생바둑대회 전국부 장려상 등을 수상했다.

바둑에 입문한 지 채 2년이 되기 전에 거둔 놀라운 성과지만 건웅 군의 아버지 류충희 씨는 “이때까지는 바둑을 그냥 아는 정도의 5급 수준에 불과했다”며 자만심을 경계했다.

건웅 군이 4~5학년이던 2021~22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이 절정이었던 시기로 바둑대회도 많이 열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바둑발전연구회가 주최하는 온라인대회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4학년 때 전남대표 3위로 선발됐고, 5학년 때는 전남대표 선발전 1위를 차지하며 소년체전 대표로 출전하는 등 발군의 실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는 지난 3월 소년체전 바둑대표 2위로 선발돼 오는 26일부터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전에 초등부 전남대표로 출전할 예정이며, 현재 한국바둑고 지역연구생으로 훈련 중이다.

현재 건웅 군의 바둑실력은 대한바둑협회 아마 5단, 타이젬(온라인) 바둑 7단 정도의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연히 시작한 바둑

발군의 실력 드러내

건웅 군이 바둑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바둑 학원을 다니던 친구 때문이었다. 

초등 1학년 말쯤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그 친구가 바둑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그 친구가 바둑 한판 두자고 해 바둑을 뒀고, 친구에게 완패를 당한 건웅이는 집에 돌아와서 울고 있었다. 아버지가 왜 우느냐고 묻자 건웅이는 “그 친구가 바둑을 너무 못 둔다”며 놀렸다는 것이다. 

아마 1단 수준의 바둑을 두는 건웅 군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틈나는 대로 바둑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바둑 학원을 다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바둑과 친해지게 됐다.

건웅 군을 지켜봐 왔던 아버지 류충희 씨는 “하루 1시간 정도 바둑을 가르쳐 봤는데 건웅이가 은근히 바둑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고 남보다 수도 빨리 읽는 등 바둑에 소질이 있어 보였다”며 “그때부터 하루 2시간으로 늘려 가르쳤더니 대회에 나가서 깜짝 우승도 하더라”고 기특해 했다.

이후 건웅 군은 아버지의 권유로 순천에 있는 바둑학원을 찾아가 본격적으로 지도를 받으면서 성장을 시작했다.

4학년때는 전남 대표 3위로 선발되더니 5학년 때는 전남대표 선발전 1위를 차지해 소년체전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5학년때 거둔 성적은 △전남교육감배 고학년부 준우승 △전남도지사배 고학년부 우승 △순천만정원박람회 고학년부 우승 △국수산맥 유단자부 3위 △광양시장배 고학년부 우승 등이다.

건웅 군은 “바둑을 두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코로나19로 많은 대회가 취소됐던 4~5학년때였다”며 “그래도 저를 위해 깊은 관심으로 지도해주시고 관심가져 주셨던 전동규 순천바둑학원 원장님께 감사드리고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학교 성적도 최상위권

장래희망, 정형외과 의사

신진서 프로바둑기사(9단)를 가장 좋아한다는 류건웅 군은 성격은 내성적이지만 바둑만큼은 전투바둑을 좋아한다. 

건웅 군은 “아빠하고 6학년 때까지만 바둑을 하고 이후부터는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기로 약속했었는데 바둑이 너무 좋고, 실력도 계속 느는 것 같아서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바둑 둘 때가 제일 편안하고 행복한데 가끔 바둑 성적이 떨어지면 아빠가 바둑학원을 끊으실까봐 걱정했던 적도 있었다”고 넉살을 떨었다.

아버지 류충희 씨는 “5학년때까지 학원을 다녔다”며 “그때는 하루 5시간 정도 바둑 훈련을 했었는데 요즘은 집에서 개인적으로 하루 1~2시간 정도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웅이가 전교에서 1~2등을 할 정도 공부도 잘하는데 여전히 바둑에 미련을 못버리는 거 같다”며 “바둑으로 성장하고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했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 말대로 건웅 군의 장래희망은 서울대학교 의과대에 진학해 정형외과 의사가 되는 것이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지만 영어·수학·국어 등의 과목은 중학교 과정 선행학습 중이며, 고등학교는 전주상산고나 광주과학영재고로 진학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