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기능에 맞게 ‘단순하고 실용적으로’
가로등, 기능에 맞게 ‘단순하고 실용적으로’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4.17 09:13
  • 호수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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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자체, 홍보용으로 전락…본연 기능에 충실해야
 
공공시설디자인은 크게 교통시설, 편의시설, 공급시설로 나눌 수 있다. 교통시설에는 쉘터(버스정류장 등 대합실), 볼라드(경계석, 말뚝), 가로등, 교통차단물이 있다. 편의시설에는 벤치, 휴지통, 가판매점, 무인키오스크(간이판매대)가 있으며 공급시설에는 맨홀, 공중전화부스, 무인민원처리기, 교통정보판 등이 있다. 이들 각각의 시설물들이 도시 곳곳에 널려있다.

이중 가로등은 도로조명, 도시와 거주지 조명 등을 함과 동시에 보행자 안전 등 안전시설과 밀접히 관련돼있다. 그만큼 가로등 자체의 기능이 중요하다는 말이 된다. 도로조명은 특히 야간에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각 환경을 개선해 안전성을 확보, 쾌적하고 원활한 도로교통의 흐름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나라 도로조명의 현실은 어떠할까. 윤종영 교수(한양대 산업디자인전공)는 “가로등 디자인은 기능성과 안전성에 우선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최근 여러 지자체의 도로조명을 살펴보면 지나치게 외형적인 모습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등기구에 동물, 새 등 형상을 집어넣는다거나 가로등 주에 자치구 로고를 새겨놓은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윤 교수는 “요즘 지자체 홍보를 위해 도로조명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안전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로조명은 최대한 단순하게 제작해 조명 자체의 기능이 주된 목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또한 “주변가로시설물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통합된 디자인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윤 교수는 이와 함께 △조명 색깔은 가급적 원색을 피하고 중성색이나 무채색을 사용할 것 △등기구 성능 개선을 통해 등기구의 크기를 최소화 시킬 것을 주문했다. 윤 교수는 “높이가 다른 보안등에 가로등 등기구를 그대로 적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높이에 따라 이에 걸맞는 등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바른 도로조명…안전 시설물의 필수
 
윤종영 교수는 도로조명은 안전과 에너지절약에 중점을 두고 도심/거주지 조명은 편안함과 분위기, 미적 감성에 주목적을 두고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로조명을 적절히 사용하면 효과적인 교통사고와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윤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바른 조명을 사용한 외국 사례에 대해 △공공시설파괴 50~80% 파괴(뉴욕) △자동차절도 10% 감소(시카고) △소매치기 주거침입 13% 감소(세인트루이스) △폭력/폭행 80% 감소(런던) 등을 꼽았다. 결국 빛의 양과 품질, 효율성 등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가로등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윤 교수는 특히 야간에 사물과 뚜렷이 구별할 수 있도록 연색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색성은 같은 색도의 물체라도 어떤 광원으로 조명해서 보느냐에 따라 그 색감이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백열전구의 빛에는 주황색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 빛으로 따뜻한 색깔 계열의 물체를 조명하면 선명하게 돋보이는 데 반해 형광등의 빛은 청색부가 많으므로 흰색이나 차가운 색깔 계열의 물체가 선명해 보이는 것이다. 의복이나 화장품 등을 살 때 상점의 조명에 주의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윤 교수는 “미국, 유럽의 경우 높은 연색성계열 광원을 사용해 사물을 좀 더 명확히 판별, 각종 사고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가 더욱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단체장의 마인드가 중요하다”면서 “가로등을 포함한 도로조명은 최대한 단순하게, 조명 기능 중심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잘못 적용된 가로등…경관 헤치는 주요인
 
윤 교수는 우리나라 지자체의 잘못 적용된 가로등이 도심 경관을 가장 많이 해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정 사물의 형상을 적용시키거나 조형성과 지역 상징성에 치중해 설치한 가로등은 부조화를 가져올 뿐더러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윤 교수는 “정작 투자해야 할 곳은 조명분야인데 우리나라는 필요이상으로 가로등 외형에 치중하고 있다”며 “왜 가로등에 지자체 로고를 붙이고 시 상징물을 설치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가로등은 단순하고 실용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가로등주에 교통표지판, 국기꽂이, 배너걸이 등 여러 가지 부착물이 설치돼 혼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이어 “도로의 특성과 위치와는 상관없이 거의 동일한 규격의 가로등 암을 사용하고 있는 국내에 비해 외국은 주변 여건을 고려해 암길이를 차별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세심한 관찰이 결국 도시미관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가로등, 심플하고 실용적으로…본연 기능에 중점 둬야
 
윤 종영 교수는 “가로등 램프는 나트륨 종류보다는 에너지 효율과 연색성이 좋은 메탈계열의 고성능 램프로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램프를 설치할 경우 보행자 안전성 향상은 물론, 에너지 절약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윤 교수는 이밖에도 가로등 설치에 대해 △간격은 기본 25~30m로 설치하되 등기구 성능이 향상될 경우 간격을 조정할 것 △교통표지판, 안내판, 신호등은 설치목적에 지장이 없는 한 가급적 통합지주를 이용해 설치할 것 △십자로나 T자로 등 넓은 교차로에는 여러 개의 램프가 결합된 통합지주형 가로등 설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광주광역시는 최근 ‘가로등 밝기 개선사업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해 추진한 결과 광주도심 주요 도로의 조도가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광주시는 도심 곳곳에 노후 가로등 교체작업을 진행 중이며 신설 가로등은 도심 밝기와 미관을 고려해 높고 간결한 디자인의 가로등주를 선정해 시공하는 등 가로등 본연의 기능에 중점을 두는 등 인근 지자체에서는 가로등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현재 광양시에는 다른 지자체처럼 시 홍보를 위해 로고를 제작하거나 복잡하게 설치한 곳은 없다. 또한 조형물을 설치해 가로등 본연의 기능을 분산시킨 가로등도 없는 상태이다. 광양시 가로등 조도는 평균 20~25럭스다. 우리시에는 가로등 조도에 대한 조례가 없어 우리나라 보편적인 기준에 따라 각 차선에 따라 조도가 조금씩 차이가 난다.

시 관계자는 “설계자들이 차선, 보도 등을 판단한 후, 그곳에 맞게 밝기를 조절하지만 20~25럭스 안에서 지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로등 암길이는 주변 경관과 상관없이 일률적인데다가 가로등주 곳곳에는 각종 부착물이 어지럽게 설치되어 있다. 광양시도 이제는 도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도시 미관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우선 가로등부터 먼저 점검하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