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강수량은 잊어야, 갈수록 비 많이 내릴 듯
지금까지 강수량은 잊어야, 갈수록 비 많이 내릴 듯
  • 김호 기자
  • 승인 2024.05.13 08:30
  • 호수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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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강우량, 증가 폭 ‘확대 우려’
올해 5월, 평년 누적강우량 2배 육박
시, 여름철 풍수해 재난 ‘철저 대비’
△ 광양읍 사면 유실 현장.
△ 광양읍 사면 유실 현장.
△ 광양읍 마을 진입 굴박스 침수 현장.
△ 광양읍 마을 진입 굴박스 침수 현장.
△ 광양읍 세월교 난간 유실 현장.
△ 광양읍 세월교 난간 유실 현장.
△ 진월면 태양광 패널 붕괴 현장.
△ 진월면 태양광 패널 붕괴 현장.
△ 도이동 침수 현장.
△ 도이동 침수 현장.
△ 옥곡면 사면 유실 현장.
△ 옥곡면 사면 유실 현장.

어린이날이던 지난 5일, 광양에 하루 온 종일 내리던 비를 기억하는 시민이라면 ‘예전 5월에 내렸던 비가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을 법하다. 

이날 내린 광양지역 강우량을 보면 이 같은 생각이 결코 착각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가 발표한 이날 강우량 자료를 보면 광양지역에 하루 동안 내린 비는 평균 214.0mm였으며, 봉강면이 314mm로 가장 많이 내렸고, 태인동이 128mm로 가장 적게 내렸다. 광양 백운산에도 248.5mm의 폭우가 내렸다.

특히 봉강면의 5일 20시 시우량(시간당 강우량)은 30.5mm/hr로 나타나 5월의 비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기상청은 시간당 20mm는 ‘우산이나 우비가 소용없을 정도로 옷이 많이 젖는 양’이며, 시간당 30~40mm는 ‘거의 물통으로 퍼붓는 느낌으로 운전 중 와이퍼를 사용해도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날 광양지역의 상수원을 담당하고 있는 댐 담수율은 수어댐 90.4%, 주암댐 85.3%로 나타났으며, 기상특보는 ‘호우주의보’에서 ‘호우경보’로 상향 조정되기도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광양지역에 내린 한달 간 강우량은 258.7mm였으며, 올해는 지난 5월 10일 현재 이미 219mm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 누적 강우량(1~5월)을 비교해 보면 506.6mm였던 지난해보다 올해는 219.7mm가 더 많은 726.3mm를 나타내고 있다. 같은 기간 6년간 누적 강우량인 380.3mm와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통계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인한 많은 강우량과 국지성 호우가 갈수록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자료로서, 이에 대한 피해 우려가 갈수록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생겨난 공식 신조어인 ‘극한 호우’ 역시 이 같은 기상이변을 대변하고 있다.

즉 그동안 우리가 기억하고 있고, 경험해 왔던 날씨와 기후는 잊어야 할 시대가 됐다. 언제 얼마나 많은 비가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기상청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지난 4월 기상청은 월간 기상 발표를 통해 광양지역의 지난 5~6일 강수량은 저기압의 영향을 받겠지만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결과는 전남에서 가장 비가 많이 왔다. 

기상청 관계자는 “1개월 단위의 날씨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급작스럽게 생기는 기상 변화로 인해 정확한 기상 관측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결국 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적극적인 예방과 점검, 대비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다.

 

침수·유실·붕괴 피해, 27건

시설하우스 침수, 144개동 

 

이번 비로 인한 광양지역 공공·사유 시설 피해는 △굴박스 및 도로 침수 △사면 유실 △다리 난간 파손 △ △하천 축대 및 토사 유실 △붕괴 및 파손 등 27건에 달했다.

또한 시설하우스의 경우 17.2ha 면적의 144동(40농가)이 침수돼 애호박, 토마토, 양상추 등 7개 품목이 피해를 입었다.

광양시는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신고 즉시 현장으로 인력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며,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광양시는 여름철 풍수해(호우·태풍) 대비 메뉴얼에 따라 굴 박스 침수 및 사면 유실 현장을 비롯해 10개 마을 23세대(29명)의 산사태 취약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각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시키고 긴급구호 물품을 배부했다.

시에 따르면 재산피해 최소화 및 인명피해 없는 광양을 위한 여름철 풍수해(호우·태풍) 사전 대비를 위한 메뉴얼을 구축하고 재난 예방에 나서고 있다.

특히 광양지역에 산재한 △급경사지 △산사태 취약지역 △반지하주택 △저수지 △공동주택 지하공간 등 인명피해 발생 우려 지역에 대해 주민대피 계획을 수립했다.

더나가 △하천둔치 주차장 △저지대 △세월교 등 하천 범람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은 사전통제 및 마을 방송, 재난안내 문자 송출 등 사전 대비 안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재해·붕괴 위험지역, 73곳 지정

풍수해 피해 대비, 정비 한창

 

광양시는 집중호우로 인한 주택 및 농경지 침수, 붕괴 등 위험요인 해소로 지역 주민의 생명과 재산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총 10개소를 재해위험지역으로 지정하고, 총사업비 1170여억원을 수립했다. 

이중 6개소는 정비를 완료했으며 △옥곡신금지구 △진상청암지구 △진상탄치지구 △다압금천지구 등 4개소는 현재 정비가 추진 중이다.

또한 시는 도로 및 주택, 학교 등 63개소를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으로 지정하고 총사업비 960여억원을 수립, 이중 32개소에 대해 정비를 완료했다. 더불어 13개소는 현재 정비 중에 있으며 18개소는 정비 예정 중에 있다.

시 관계자는 “최근 예측이 어려운 기상이변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산사태 위험지역, 급경사지, 저지대 등 인명피해 우려 지역에 대한 점검과 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광양시 12개 읍면동과 관계부서, 경찰서, 소방서 등 협업이 필요한 13개 유관기관이 SNS 소통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인명피해를 방지하는 것인 만큼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여름철 풍수해 재난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