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환경미화원 황순원 “나같은 피해자 없어야”
전세사기 피해자 환경미화원 황순원 “나같은 피해자 없어야”
  • 이대경
  • 승인 2024.06.17 08:30
  • 호수 1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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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SNS 모임방 관리, 법적 대처법 안내
여수·순천·나주 등지 입소문 “바쁘지만 보람”

매일 새벽 4시 30분 황순원은 부지런히 일어나 광양읍으로 나선다. 5시가 되면 덕례리에서 봉강과 옥룡 일대를 돌며 쓰레기와 농작물 폐기물을 깨끗이 치운다. 황순원은 자랑스러운 광양의 청결 지킴이다.

황순원은 광양 토박이로 군 복무 후 광양제철소에서 1년을 근무하고 2022년부터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그는 전세 사기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전세 계약이 끝났지만 집주인은 연락이 없었다.

그 전부터 낌새가 이상했다. 누전·누수·보일러 문제로 연락했지만 차일피일 수리를 미뤘다. 

자기 돈을 들여 수리하고 넘긴지 몇 달 후 이번에는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그를 덮쳤다. 어머니의 전 재산인 전세보증금 9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그의 삶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섰다.

변호사를 찾아 소송을 문의했지만 비용이 너무 컸다. 다행히 한 법무사의 도움으로 고소장을 접수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황순원은 자신이 받은 도움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인터넷에 글을 올려 다른 피해자들을 찾기 시작했다.

황순원은 오후 2시에 퇴근한 후 쉼 없이 활동을 이어간다. 피해자 95명이 등록된 단톡방을 관리하며 법적·정신적 대응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피해 방지 위한 노력 펼쳐

피해자 중 30% 문제 해결

 

황순원의 이러한 노력은 입소문을 타고 광양·순천·나주로 퍼져 나갔다. 광양 지역 커뮤니티는 물론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순천지역 커뮤니티에도 자문하고 있다. 응원과 격려는 그를 버티게 하는 유일한 힘이다.

그의 노력 덕분에 피해자 중 30%는 문제를 해결했고 나머지는 소송과 경매를 진행 중이다. 

아직도 가족에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도 있다.

그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온오프라인 모임을 계속하면서 공직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있다. 

최근 간담회 참여 인원이 줄어 상실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 덕에 극복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암흑 같은 시간을 버티게 해준 담당 부서 공무원·시의원·경찰관·법무사는 그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됐다.

황순원은 기자에게 진심으로 부탁했다. “계속해서 싸울 테니 가해자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이다. “광양시는 임대아파트가 많아요. 이곳에 사는 분들은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나 시청 직원 교육이 필요해요. 피해는 계속 발생합니다. 임차인도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뜨거웠다.

황순원은 개인적인 생존을 넘어 공동체를 위한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를 보면 그는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소속과 애정을 추구하는 비현실적인 인물이다.

그는 생존과 안정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고 현실적·정서적으로 소통한다. 나보다 공동체를 앞에 두고 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황순원과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은 전세 사기 피해자이기에 앞서 모두 생활인이다. 이들에게 밥줄은 질기고도 구체적이다. 

이런 그들이 매일매일 일터에서 처리해야 하는 어려운 일 사이에 어둠 말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블랙홀이 자리하고 있다.

기자 마음에는 노파심이 스미고 말았다. 젊은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든든한 바탕 없이 위태롭게 서서 비틀거리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눈치 없이 드러난 것이다.

그 고귀한 마음에 쓸데없는 근심이 자리할까 기자는 아무 말 없이 응원한다고만 항상 옆에 서서 있겠다고만 그래서 서로에게 희망의 불빛이 되자는 말만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