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 제정에도 1년간 ‘소홀 행정’
정회기 “市, 컨트롤타워 역할해야”
전문가 “정책 전문성·유연성 필요”
최근 우리지역에서 발생한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 광양시가 한발 늦은 대응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디지털 성범죄 대응 체계를 마련하지 않고 피해 현황 파악에만 수일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조례에 따른 역할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양지역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관련 경찰신고는 지난달 27일 고등학교 2곳에서 각각 13건과 5건 고발로 시작됐다. 광양 경찰은 이날 오후 곧바로 수사를 시작하고 피해 사진 차단과 삭제를 의뢰하는 등 초동조치에 나섰다.
전라남도교육청과 광양교육지원청도 즉각 대응에 돌입했다. 광양교육지원청은 지난달 25일 관련 내용을 인지한 후 26일에는 지역 53개 초중고에 디지털 성범죄 예방·대응 교육을 요청했다. 27일부터는 피해 학생·학부모와 면담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임을 보였다.
전라남도교육청은 28일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해 피해자 지원 강화와 수사 적극 협조 등 대응 계획을 확정하고 일선 교육지원청에 해당 내용을 전달했다. 이처럼 각급 기관이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처에 나선 반면 광양시는 피해 현황조차 지난달 30일이 돼서야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국적인 피해 조짐이 감지된 지 일주일, 실제 지역 피해가 확인된 지 4일이 지난 시점이다.
광양시의회는 지난해 4월과 11월, 조례를 제정해 지역 디지털 성범죄 대응 컨트롤타워로서 광양시 역할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광양시는 지난 1년 동안 이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
광양시는 조례에 규정된 △디지털 성범죄 예방 △피해자 보호 △자문위원회 구성 △시민 인식 개선 계획 등을 수립하지 않았다. 또한 광양시 범죄 피해자 지원 자문위원회와 경찰·교육청·의료기관 간 협력 체계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상황이다.
정회기 시의원은 “광양시가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제정된 조례를 실행하지 않고 관계기관 대처에 따라가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며 “앞으로는 조례에 근거해 시민 안전을 지키는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에 충실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 예방 자문위원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청소년 사이 증가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문 지식과 정책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남동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 광양지부 관계자는 “광양시가 컨트롤타워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단순히 공무원 중심 운영만으로는 현재 변화하는 범죄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어 자문위원회 구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광양시는 광양시여성상담센터와 디지털 성범죄 지역특화상담소 등 과 협력해 심리 치료비를 지원하고 피해 학생에게 법률 지원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광양경찰은 학교 전담 경찰관을 파견해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 활동을 수행하며 관계기관에 수사 진행 상황을 적극 공유, 대책 마련을 돕고 있다.
또한 광양교육지원청은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을 지속실시하고 재발 방지에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피해 학생의 심리상태가 불안정할 경우 전문 기관 연계 상담을 진행하며, 피해 학생과 학부모 요청 사항을 적극 수렴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