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려 버리면 홍수, 모아 놓으면 자원’
‘흘려 버리면 홍수, 모아 놓으면 자원’
  • 모르쇠
  • 승인 2008.11.20 09:38
  • 호수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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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이용의 지혜…일본 스미다구
 
일본 동경도(東京都) 스미다구(墨田區)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마코토 무라세(57) 박사는 “일본의 하수도 설계조건은 일 50mm가 내려도 처리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이는 콘크리트나 아스팔트가 없을 때 얘기다”며 “홍수 예방을 위해선 흘려보내지 않고 모으는 게 우선이다 는 생각에 빗물 이용을 시작케 됐다”고 한다.

무라세 박사로 인해 빗물이용에 있어 세계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스미다구는 면적 13.75㎢, 인구 23만 명이 살고 있지만 2개의 강(스미다 강, 아라카와 강)이 도시를 에워싸고 있어 비가 왔을 때 침수 위험이 상존하는 지역이다. 이처럼 잦은 홍수피해는 스미다구의 치수정책의 필요를 불러왔고, 이는 스미다구청 보건소에서 말단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무라세 씨로부터 시작됐다. 무라세 씨는 홍수로 상수도가 오염되고 이를 소독하는 과정에서 홍수로부터 피해를 막을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그는 결국 빗물저장이라는 방법을 마련했다. 빗물을 한꺼번에 흘려보내지 않고 모으면 어느 정도 홍수조절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상수원을 상류에 의존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지금은 상식적인 얘기지만 당시엔 미친 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3개월에 걸쳐 구체적 실천방안을 만들어 내고 다시 3개월간 구청장 설득에 나서 결국 1991년 구청사 건물 지하에 1천 톤 용량의 빗물저장탱크를 설치했다.

무라세 씨는 이어 지붕이 큰 건물의 물을 받으면 더 많은 양의 물을 모으게 돼 홍수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에 스모 경기장인 료고쿠 국기관의 빗물 저장시설 설치에 나섰다. 처음엔 스모협회의 반대에 부딪혔으나 오랜 설득 끝에 빗물저류시설을 설계에 반영해 구청사에 이어 두 번째로 빗물이용 시스템을 갖췄다. 면적이 8400㎡인 국기관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최대 1천톤 용량의 지하탱크에 절반 정도 채워 그 빗물로 수세화장실, 용수와 냉각탑의 보충수로 사용하는가 하면 나머지 빈 공간을 홍수 시 임시 저류탱크로 사용하고 있다.

이후 스미다구는 도시 내 전 가구와 건물에 빗물탱크가 보급된 상황을 가상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결과 홍수조절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특히 빗물을 얼마나 모을 수 있을지 계산해 본 결과 공교롭게도 구에서 필요로 하는 물의 양과 강우량이 비슷했다. 결국 흘려버렸던 빗물을 자원화해 재해를 방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빗물 저장으로 홍수도 막고 자원화도 성공
 
스미다구는 1984년부터 1991년까지 본격적인 빗물저장사업을 추진했으며, 1995년부터는 가정집에도 옥외 빗물탱크를 보급해 현재까지 200여 가구에 설치를 완료했다.

그러나 스미다구 주택가의 빗물탱크 설치 율은 사업기간에 비해 아직은 많이 부족한 편이다. 이는 일본 집들의 특성이 건물 사이가 비좁아 빗물탱크를 들여놓을 공간이 부족해 보급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빗물의 수질이 좋지 않다는 사람들의 인식과 물탱크의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스미다구는 설치비를 지원해 주는가 하면 조례를 통해서 신축건물에 대해서 빗물탱크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청에서는 가구당 설치비용의 50%(2만5천엔~3만5천엔)를 보조해준다. 또 25톤 규모의 지하탱크를 설치할 경우 1백20만 엔 비용 중 1백 엔을 구청에서 지원해준다. 특히 올해 7월부터는 스미다구만의 빗물 관련 조례를 시행해 바닥면적 500㎡ 이상의 건축물을 신축할 경우 빗물탱크 설치를 의무화했다.

무라세 박사는 “빗물저장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이후부터 스미다구는 물과 관련한 재난의 영향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며 “지금은 재난보다는 빗물을 이용해 다양하게 자원화 하는데 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난으로부터 안전구현…돗토리현의 방재시스템
 
일본 내 타 지역에 비해 거리상 한국과 근접해 역사적으로 한국관 밀접한 지역인 돗토리현은 재난발생시 단순한 정보전달을 뛰어넘어 위성을 이용해 소방방재 헬리콥터에서 찍은 영상까지 이용하며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또한 지역주민들 사이에 ‘스스로 지키자’는 의식이 자리 잡으면서 행정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로 보다 현실적으로 재난에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돗토리현은 재난발생시  재난의 영향을 덜 받는 위성을 이용, 현청과 종합사무소, 소방국, 방재관련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중산간에 설치된 통신망을 통해 차량과 지역주민의 이동전화에 직접 재난상황과 재난대응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하기도 한다. 현청과 소방국 간에는 재난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방재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설치됐다.

이와 함께 소방방재 헬기가 재난 현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찍은 동영상은 재해대책본부를 거쳐 일반가정의 텔레비전으로 지역주민들까지 시청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돗토리현은 재난 시 지원이 필요한 고령자, 장애인, 영유아, 외국인 등에 대한 대책을 강화하기 위해 현청 방재국과 복지부국내에서 원호대상자에 대한 최신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외국인의 재난대응을 돕기 위해 방재관련 홈페이지를 통해 외국어 서비스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2000년 10월6일 발생한 진도 7.3의 돗토리현 서부지진의 교훈을 반영해 돗토리현은 2001년 7월6일 '재해자주택재건 지원조례'를 제정했으며, 전파주택 등의 재건·구입·증개축시 1가구당 최고 300만 엔을 지급하고, 그 외 파손 주택의 보수, 석축·옹벽보수에 150만 엔 한도로 지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