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군산세관, 아픈 과거 현장 보존…지금은 뛰어난 명소로
옛 군산세관, 아픈 과거 현장 보존…지금은 뛰어난 명소로
  • 이수영
  • 승인 2008.12.04 09:44
  • 호수 29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현장, 철거위기 직원들이 지켜내 근대건축물 목록화로 근대문화의 도시로 탈바꿈
최근 논란을 빚은 옛 읍청사 활용방안을 두고 지역에서는 ‘철거냐 보존이냐’는 등의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 급기야 문화재청 전문위원 등이 광양에 급파돼 읍청사가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는지 여부의 조사 등이 이뤄졌다.
이에 본지는 한 지역의 근대문화 유산이 어떡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알아 보기 위해 근대문화유산의 보고랄 수 있는 전북 군산을 찾았다. <편집자 주>
 
 
대한제국시절의 군산세관 직원들이 문화재로
 
얼마전, 일본의 한 일간지는 군산을 두고 70년대의 도쿄의 거리를 연상케 한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실로 내항을 중심으로 신흥, 해망동, 월명동의 건물과 거리는 도쿄의 그것을 모조리 빼다 박은 듯 하다. 대한제국 시절 세관건물인 구 군산세관. 군산시 장미동 49-38번지에 자리하고 있는 군산세관 본관은 지난 94년 8월 10일 도지정 문화재가 되기까지는 군산출신 세관 직원들의 지역사랑의 발로에서 기인돼 결국 문화재로 일궈냈다.

92년 당시 군산세관은 청사가 비좁아 신축을 준비 중이었다. 따라서 꽤 규모가 큰 청사를 짓기 위해서는 기존 본관을 꼭 철거해야만 했다. 당시에는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덜해 세관내부에서도 철거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나 당시 이복식(62) 총무계장은 달랐다. “그때는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건물이 오래됐지만 비가 약간 새는 것을 빼고는 외벽이 이태리제 붉은 벽돌로 지어져 튼튼하니 도서관이나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기에 보존해 보자는 의견을 지역출신 직원들과 합세해 관철시킨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됐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지금은 정년퇴임 후 군산에서 관세사무소를 운영 중인 그는 “지금 생각하니 부속 건물들도 보존했으면 했는데 안타깝다”며 “군상의 예를 보더라도 원도심 활성화는 신·구 건물이 조화를 이뤄야 되는 것 아니냐”며 보존에 무게를 실었다.
 
역사의 공간으로 꾸며 명소돼
 
옛 세관을 들어서자 군산시에서 파견된 신경애(49)문화해설사가 반가히 맞는다. 내부에는 군산항 개항 이후의 모습과 군산세관의 옛 모습들이 옛 사진으로 전시돼 기록되어 있다.
이 건물은 군산항을 드나들던 선박과 물품에 대해 세금을 거두던 곳으로 1906년 인천세관 군산지사를 설립, 1908년 8만 6천원의 대한제국 자금으로 청사를 준공했다. 독일인이 설계했다고 전하는 이 건물은 벨기에에서 붉은 벽돌을 수입해 유럽양식으로 건축됐다. 바깥 벽은 붉은 벽돌이지만 내부는 목조로 건축했으며, 슬레이트와 동판으로 지붕을 올리고 그 위에 세 개의 뾰쪽한 탑을 세웠다. 이 건물은 건축사적 의미외에, 곡창지대인 호남지방에서 쌀 등을 빼앗아 가던 일본 제국주의의 수탈의 현장으로 아픈 과거가 묻혀 있는 곳이다.

혹자는 그랬다. 아픈 수탈의 현장이기에 그 기억을 지워버리기 위해서라도 철거해 버리자고. 그러나 아픈 역사의 현장도 엄연한 역사로서 보존해 교훈을 삼는 것이 참다운 역사라고. 그러기에 지금의 옛 군산세관은 영화 장군의 아들, 타짜 등 영화촬영장소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 시절 너무나도 고통스런 삶을 살았을 민중들이 떠올라 가슴 한편이 먹먹해짐을 느낀다.
김중규 군산시 학예연구사는 “현재 군산시는 이 일대를 근대역사 문화지구로 지정해 원도심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광양도 근대문화유산이 있다면 보존해 관광벨트화 사업 등을 통해 지역 활성화에 기여키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옛 광양읍 청사 활용은
 
근래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대도시 뿐 아니라 대부분의 중소 규모 이상의 도시에서도 무분별하게 진행된 도시 확장과 함께 도심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 도심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의 소멸과 지역의 물리적 쇠퇴의 지속, 생활환경 악화에 따른 지역인구 기반의 감소 등이 이어지고 있다. 광양읍이 그렇다. 시청 등 공공 기관들이 신도심으로 이전하면서 빚어진 공동화현상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광양읍이 수년 째 경쟁력의 약화에 따른 경제중심지로서의 위상의 약화 등 제반 도시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대책은 겉치레의 부분적인 용역이거나 단편적인 처방에 그치고 있었다.

늦었지만 현재 광양시가 지난해 발표한 용역을 토대로 도심재생을 위한 논의 들이 진행되고 있어 반가운 소식이다. 차제에 광양읍과 광영동 태인동 등 도시정책에 있어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도심재생기법의 연구와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제 옛 광양읍 청사는 근대문화유산 등록이 대세다. 문화재 전문위원들의 한결같은 주문이 그것이다.
읍청사는 1940년대 지너진 목조트러스트 구조물로 사무실 내부는 기둥이 없는 특이한 건물로 폭이 넓다.
 
지붕위의 굴뚝은 난방용이다. 외벽은 붉은 벽돌로 돼 있다. 지붕은 모임 지붕에 벽동조벽, 현관은 콘크리트로 돼 있는 흔치 안는 복합구조다. 근대건축의 지붕은 대부분 목재 트러스로 벽은 벽돌로 된 구조인데 읍청사는 더 발달해 콘크리크와 벽돌조, 목조로 된 복합구조를 지니고 있다. 2층은 증축된 것으로 이 또한 잘 보존하는 것도 건물의 지난 온 과정의 연륜을 알 수 있다. 등등이 그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광양읍의 유일한 근대문화유산인 옛 읍청사를 보존하되 이를 활용하는 원도심 활성화에 모두 중지를 모아야 할 싯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