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아무런 진전 없었다”
“지난 1년간 아무런 진전 없었다”
  • 광양신문
  • 승인 2006.10.11 19:29
  • 호수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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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인동주민대책위, 집회신고 내고 강경투쟁 방침 밝혀
태인동환경개선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김재신)가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상대로 강경한 투쟁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태인동주민대책위는 최근 광양경찰서에 포스코를 상대로 한 투쟁에 나서겠다는 것을 알리는 집회신고서를 냈다. 대책위의 집회신고서를 보면 지난 5일부터 12월 1일까지 태인교와 금호교 입구, 그리고 오는 26일부터 12월 1일까지 광양제철소 본부 앞과 그 부근 도로에서 집회를 여는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따라 태인동에는 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인터뷰] 집회신고 낸 배 훈 부위원장“호박 달라는데 콩을 주니 싸우는 수밖에요” 이번에 집회신고를 낸 배훈(38)씨는 19명의 태인동주민대책위 구성원 중 태인동 내 5개 마을별로 주민직선으로 뽑은 5인의 주민대표(1구 도촌마을) 중 한 사람으로 대책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를 만나 태인동 주민대책위의 사정을 들어보았다. ▲ 태인동환경개선주민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인 배훈씨. 그는 주민대책위 일을 위해 다니던 직장도 정리하고 지난 1년간 일심히 일해왔다.
▲집회신고를 왜 부위원장 이름으로 내게 됐나
대책위 내에 입장 차이가 크다. 한편은 강경한 투쟁으로 맞서 우리가 얻을 것을 정당하게 얻자는 쪽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제철소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적당히 타협하자는 쪽이다. 심지어 주민들이 투쟁을 하면 제철소가 주겠다는 20억원마저 못 받을 수 있다고 주민들을 회유하면서 주민들의 마음을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실정이다. 대책위원들은 권한을 위임받은 대표가 아니라 주민들이 원하는 바를 대신 수행하는 사람이다. 대책위원들이 개인적 입지 때문에 민심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주민들이 원하는 바는
지난 20년 동안 코와 입을 막고 살아왔던 내 부모님과 자식의 몸이 과연 어떤 상태인지 우리는 알고 싶다. 우리는 호박만한 크기를 원하는데 포스코는 콩만한 것으로 넘어가려 한다. 이를 주민들이 받아들일 리 있겠는가? 콩만한 것은 싸우지 않고서도 얻을 수 있고 이미 얻고 있다. 일부에서는 콩만한 크기를 가지고 타협하자고 한다. 그 콩만한 크기도 힘께나 쓰는 사람들 일부가 독식해왔다. 주민들의 불신이 어디서 형성됐는지 대책위원들은 알아야 한다. 대책위원들이 대책위를 처음 만들었을 때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녀회에서도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싸우자고 말한다. 주민들의 마음은 하나로 결집돼 있다. 집회가 열리면 주민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지역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시위가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포스코와의 협상에서 진전된 것이 하나도 없다. 태인동 주민들은 보다 깨끗해진 환경에서 건강하게 살고 싶다. 싸우지 않고서는 우리의 환경을 개선할 수가 없다. 다른 지역 시민들께서 태인동 주민들의 아픔과 행동을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태인동주민대책위는 지난해 10월부터 광양제철소로 인해 태인동 주민들이 입고 있는 피해를 보상하라고 포스코에 요구하면서 그동안 이에 관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태인동 주민들이 포스코에 피해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광양시가 서울대 백도명 교수팀에게 용역을 의뢰해 실시한 태인동 주민건강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서 태인동 주민들의 건강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데 따른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당사자간의 갈등이 깊어지자 지난 5월에는 광양시가 중재를 나서는 형식으로 태인동주민대책위와 포스코, 광양시 3자가 참여하는 태인동환경개선협의회가 구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3자 협의회가 구성된 뒤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고 여전히 두 당사자간의 협상은 협의회 틀 밖에서 계속 이루어져왔다.

태인동주민대책위가 그동안의 협상을 중단하면서 강경투쟁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된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자리잡고 있다.

광양시는 지난해 주민건강조사 이후 추가용역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 예산으로 추가용역비 1억5천만원을 확보해뒀다.

그러나 3자 협의회 구성 이후 포스코 측이 추가 주민건강실태조사를 벌이는 것에 반대하면서 추가용역이 실행되지 않고 있다.
광양시도 추가용역 불필요성에 대해 환경부에 주민건강역학조사를 건의해 받아들여진 상황에서 시 차원의 용역조사보다는 이를 환경개선사업으로 돌리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민대책위는 환경부조사가 언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확실하지 않고 1차 용역조사결과와 연속성 있는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한 가지 원인은 태인동주민대책위가 지난 10월 14일 광양제철소 측에 최종적으로 제시한 4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광양제철소 측이 지난 8일자로 답변을 보내왔는데 주민대책위의 요구사항 대부분이 수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대책위가 요구한 네 가지 사항은 △세대 당 천만원씩(약 1200세대) 120억원 + 매년 20억원 보상 △제철소 환경개선자금 중 10%를 매년 태인동 지역 협력사업으로 사용 △과거 20년 동안의 피해에 대해 1200억원 상당을 협력사업으로 요망 △500억원 상당의 사단법인(아웃소싱기업을 말하는 것으로 보임) 설립 후 태인동에 환원 등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태금중 이설부지매입자금과 주민자치센터건립부지 매입 자금으로 20억원 지원 △현재 진행하고 있는 나눔의 집 운영 및 각종 행사지원금 계속 지원 △외주사업 발주 시 태인동 주민 중에 자격을 갖춘 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세 가지를 들어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 같은 포스코의 답변이 제시되자 주민대책위는 포스코가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고 강경투쟁 방향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 한편, 주민대책위 안에는 강경투쟁으로 맞서자는 입장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자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의 집회신고가 대책위원장 명의가 아니라 부위원장 명의로 이루어진 데서 입장 차이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대책위가 이른바 매파와 비둘기파로 나눠 이번 투쟁과정을 통해 대책위가 재편될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아무튼 태인동주민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강경한 투쟁에 나설 것은 분명해 보인다. 포스코와 광양시, 광양경찰이 이 문제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입력 : 2005년 11월 0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