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09:27
  • 호수 17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준호 광주일보 부국장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낳고 자라게 한, 그리고 생활을 영위하게 하는 지역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러면 진정으로 '지역인'은 누구일까. 애향인은 누구란 말인가. 고향에 살고 있는 사람, 아니 지역을 움직인답시고 거들먹거리는 사람, 남들에게 시원찮게 여겨지는 일일망정 맡은 바 직분을 묵묵히 다해가는 사람, 지역발전을 위해선 돌 하나 얹는다는 심정으로 힘을 합치는 사람, 지역을 불우이웃에 선의를 베푸는 사람, 후배를 가꾸는 사람 등등.

'난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것일까'라고 생각해볼라치면 헷갈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지역을 위해, 이웃을 위해 무엇이란 말인가 하는 푸념이 나올만할 것이다. 대다수 많은 사람들은 이 같은 의문에 자신 있게 자신의 현 위치를 찾기가 솔직히 어려울 것이다.

지역, 고향, 이웃 선후배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산다. 그것은 지역을 지키는 사람은 더더욱 예외가 아니다. 가까이 있는 것에는 다소 소홀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어 그렇게 되기 쉽다는 의미다. 글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고향을 떠난 사람은 항상 낳고 자란 그곳을 그리워하고 쉽게 애향인이 되곤 한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만으로 진정한 지역인, 애향인은 물론 아니다.

지역을 움직이는, 어떻게 보면 지역을 위해 가장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는 부류는 단언하건대 분명히 있다. 대개 행정을 비롯한 공직자, 의회의원, 사업가, 언론과 NGO을 꼽는다. 행정기관, 대학, 언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학이 적은 시단위 지역에선 역시 전자가 아닐까 싶다.

이 중에는 행세깨나 하는 자도 없지 않다. 자신의 이익에는 이웃도 고향도 안중에도 없는 자들도 있다. 그리고 몸을 낮추기 보다는 어디에선 대접받기를 원하고 마치 군림하듯 팔자걸음을 하는 자들도 있다. 남의 사소한 잘못에 호통치는가하면, 주민을 위한다는 탈을 뒤집어 씌고 사복(私服)을 채우는 자가 있다. 대의를 좇는 듯 하면서도 단체나 개인의 이기심이 발동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전체주민의 이익, 지역발전을 발목 잡고고 결국에는 낭패를 보게 해 모두가 패배자가 되도록 한다.

언론도 자칫 그런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무책임한 보도로 인해 누군가가 심대한 상처를 입는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가 연못의 개구리를 죽게 하는 꼴이 연출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런가 하면 취재를 빌미로 금품을 뜯어내는 사이비언론의 전형을 닮아가기도 한다. 못된 것은 대개 수월하다. 그래서 그 달콤함에 쉽게 빠져든다. 사이비언론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거창한 목표를 내건다. 그러다가 제창된 지표는 흐지부지되다가 막판에는 온데간데 없다. 오로지 이기심만 난무할 뿐이다. 언론사와 기자의 생명연장을 위한 도구이자, 변명이 계속된다. 독자의 눈에는 가시가 되고 차라리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언론은 본연의 모습을 보일 때 주민들로부터 찬사를 받는다. 본래 취지대로, 처음의 마음가짐으로 언론을 이끌어 나간다면 함께 울고 웃는 정다운 이웃이자, 지역발전의 견인차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그러자면 최근 선임된 미 워싱턴포스트 새 편집국장 필립 베닛(45)의 포부를 새겨들을 만 하다. 그는 "더 재미있고, 더 읽기 편해야 한다"면서 "독자의 일상생활 속 관심사에 더욱 관심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일상의 관심사가 핵심이다. 독자의, 지역민의 관심사가 곧 가장 힘 있는 기사라는 뜻이다.

모처럼 다시 지역민으로 달려가는 '광양신문'이 초지일관하는 자세를 보이고, 주민 또한 격려와지지, 관심을 보일 때 건강한 언론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건전한 비판 세력, 충실한 정보 제공자를 키워내는 몫 역시 진정한 '지역인'이 해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지역을 위해 고향을 위해 '난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것일까'라는 회의를 항상 하면서 참 지역인, 보물찾기에 나서보는 것이 어떨까.
 

입력 : 2004년 12월 0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