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추억을 담아드립니다”
“아이들의 추억을 담아드립니다”
  • 이성훈
  • 승인 2006.10.16 18:35
  • 호수 1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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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모습 사진으로 담는 조치훈 교사
“하루하루 아이들이 생활을 추억으로 남겨놓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일상생활을 한 장의 사진 속에 담아두는 교사가 있다.

칠성초등학교 6학년 2반 담임을 맡고 있는 조치훈(34) 교사가 그 주인공.
그의 손에는 한시라도 카메라가 떠나질 않는다. 운동장에서 힘차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찍는 것은 당연지사. 야외수업 나갈 때도 조치훈 교사는 늘 사진사가 되어 추억을 만들어 놓는다.

그가 학생들의 모습을 사진 속에 담아 둔 것은 교편을 처음 잡던 지난 98년부터다. “고흥에서 교직생활의 첫 발을 디뎠어요. 첫 부임한 곳의 자연환경과 배경이 너무 좋아 아이들을 주인공 삼아 카메라에 그들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사진에 관심을 갖고 하나 찍어보니 저뿐만 아닌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과 역사가 됐습니다.”

전문가급 실력은 아니지만 마냥 사진과 아이들의 밝은 모습이 좋아 셔터를 누르게 된 조 교사는 최근에 수동카메라를 하나 구입해 카메라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있다고 웃었다.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모습만 찍었어요. 그런데 카메라를 다루다 보니 다양한 장면과 여러 각도에서 찍는 법을 터득했지요. 초창기 뻣뻣한 사진에서 탈출해 지금은 어느 정도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도 담고 있지요.”

그는 “사진이 적은 비용으로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거나 뛰어 노는 모습을 보며 현장을 바로 담을 수 있는 사진이 학급 운영에 맞는 매체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조 교사는 사진을 인화한 후 교실 뒤 게시판에 모두 전시한다. 이중 아이들이 원하는 사진이 있으면 신청을 받아서 인화해준다.

“선생님! 저는 왜 이렇게 찍으셨어요? 왜 저는 뒷모습만 찍으셨나요?” 아이들의 애정어린 질투에 조 교사는 종종 곤혹스러워 하지만 하나둘씩 사진을 찾아갈 때면  아이들이 사진을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면 지금 하고 있는 작업에 큰 보람을 느낀다.

“사람은 지나간 일을 잊어버리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모습을 사진 속에 담아두면 하나의 역사가 되지요. ‘맞아 그 때 내가 이렇게 생활했구나’ 이 아이들이 나중에 어른이 돼서 당시 찍었던 사진을 본다고 생각해보면 한 장의 종이에 불과한 사진의 가치는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조 교사가 근무하고 있는 6학년2반 교실 그의 서랍 한 쪽에는 사진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사진이 흔들렸거나 아이들이 찾아가지 않는 사진들이다. 조 교사는 그것을 버릴 수 없었다. 여기 있는 사진 역시 앞으로 커다란 추억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는 시디로 작업해서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다는 조 교사는 인화값이 많이 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이들도 사진 찾아갈 때 조금씩 보태주고 있어서 불편함은 없다”고 말한다. “아직 디카를 구입하지 않아 사진을 찍은 후 확인도 못하고 필름현상을 맡겨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필름카메라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깊이를 알 수 있어서 더욱더 애정이 갑니다.”

그는 앞으로 사진으로 엮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홈페이지 구축을 통해 차곡차곡 정리할 계획이다. “이제 일 년 동안 가르쳤던 학생들이 중학생이 됩니다. 저와 학생들은 헤어지지만 사진속에서 늘 만나겠지요.”

교직생활을 마칠 때까지 카메라를 손에 들고 아이들의 모습을 추억으로 간직하겠다는 조 교사는 아이들이 어른이 돼서도 아름다운 학창시절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입력 : 2005년 12월 29일 13:3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