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촐한 취임식
어느 조촐한 취임식
  • 이성훈
  • 승인 2006.10.20 15:04
  • 호수 18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6일(토) 오후 3시. 동광양 농협 3층 예식장에서는 중마동 청년회 창립총회 및 회장·감사 취임식이 열렸다. 행사장에는 예상했던 대로 행사장 입구에는 화환이 있었고 방명록도 비치,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청년회원들의 손님들을 맞이하는 모습과 행사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는 과정을 보며 창립총회라는 긴장감을 엿볼 수 있었다.

행사장 좌석에 비치된 팸플릿을 펼쳐보니 어느 모임과 다를 바 없었다. 청년회 임원진소개, 초대회장, 시장과 시의회 의장 및 동장의 축하 인사말을 훑어본 후 당연히 시장 및 의장이 참석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은 조금씩 빗나갔다. 행사시간인 3시가 조금 넘었으나 시장과 시의회 의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참석 인원은 서경식 시의원과 강복중 중마동장이 행사에 참석, 자리를 빛내주고 있었다. 중마동은 시청을 비롯, 소방서, 우체국 등 관공서가 있으며 제철소를 비롯한 컨부두 공단 등이 가까이 있어 말 그대로 광양의 행정중심지이자 심장부라 할 수 있다.

이런 요충지인 중마동 청년회 행사에 더군다나 보통 임원진 이·취임식이 아닌 첫모임이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비중이 있는 행사였다. 이런 자리에 시장과 시의회 의장이 안 보인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의아해 할 수도 있는 장면이다. 참석하지 못한 이유는 두 가지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청년회측에서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거나 시장과 시의회 의장이 다른 행사 참석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다. 어떤 게 정답일까? 다행히 정답은 첫 번째였다. 아니, 이제부터는 '다행히'가 아니라 '당연히'라는 말을 써야할 것 같다.

청년회 측에서 첫모임인데 이들을 초청, 자리를 더욱 빛나게 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행여 모르겠다. 초청건 가지고 회원들끼리 옥신각신 다양한 의견이 있었는지….결과론이지만 중마동 자체 행사라는데 의미를 둔 것과 어른들이 좀 더 시정에 전념하라는 의미에서 초청을 자제한 중마동 청년회 측의 과감한 결단에 무한한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이날 행사는 비록 시장과 시의회 의장이 빠져 있었으나 전혀 초라한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오히려 기존의 딱딱함을 벗어나 회원들 간의 화기애애하고 신선한 분위기를 더욱더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어떤 행사건 어른들이 있으면 사뭇 긴장되고 조심스러워 지는 게 사실이지 않는가.
나는 약 3개월 동안의 짧은 기간 동안 광양에서 기자생활하며 여러 행사를 무수히 쫓아 다녔다. 각종 읍면동 이·취임식, 기념식, 시상식 등 여러 행사를 취재 하면서 봤던 초청자 중에는 이성웅 시장과 남기호 시의장의 모습이 당연 으뜸이었다.

'시장과 시의회 의장님이 이렇게 작은 곳까지 와서 자리를 빛내주니 주민들이 정말 기뻐하겠구나'라는 생각 이면에는 한창 시·의정에 전념해야 할 시간에 행여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김홍원 중마동 청년회 초대회장은 시장과 시의회 의장 참석여부에 대해 회원들간의 이야기가 오갔으나 동자체만의 행사인점을 감안, 시장과 시의회 의장에게 인사만 드리고 참석은 해당 시의원과 동장으로 한정시켰다고 말했다. 이는 다른 청년회 및 읍면동 자치단체행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느 행사건 이제 시와 의회를 대표하는 분들에 대한 초청을 좀 더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꼭 이분들이 있어야만 자리가 더욱 빛나고 행사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아니다. 행사주최측도 이런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고 말 그대로 행사 주최 측 회원들을 한명 더 초청하는데 힘을 쏟아 부어야 한다. 행사의 주인공은 시의장이 아닌 행사 주최 측과 해당지역 주민들인 것이다.

앞으로 시장과 시의회 의장 초청은 인사말이나 축전으로 대신하고 대신 시정에 더욱더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줘야 할 것이다. 시나 의회에서도 행사참여시 좀 더 분별력을 가지고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입력 : 2005년 0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