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 열풍은 계속됩니다”
“분홍색 열풍은 계속됩니다”
  • 이성훈
  • 승인 2006.10.19 18:01
  • 호수 1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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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의원 낙선한 민주노동당 김상기씨
“친구야! 힘내라 우리는 상기가 자랑스럽다 옥곡중 7회 동창회”“당선되신 모든 분들 축하드립니다. 공약은 모두 지켜주십시오 낙선자 김상기”중동 주요 도로에 걸린 낙선자 김상기씨(35)에 대한 현수막이다. 하나는 김씨의 중학교 동창들이, 하나는 김씨가 직접 내건 현수막이다.김상기씨는 이번 5ㆍ31선거에서 민주노동당 광양시 제2선거구 전남도의원후보로 출마해 김재무 당선자, 김종호 후보에 이어 6232표(24.1%)로 3위를 차지했다. 3명이 출마했으니 그는 꼴찌를 차지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의 이번 선거는 의미가 있다. 24.1%라는 지지율은 전남지역에서 출마한 민주노동당 후보를 통틀어 가장 높은 백분율을 자랑하고 있다. “꼴등했어도 나름대로 선전했습니다. 지지해주고 격려해주신 분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선거가 끝난후에도 김씨의 목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유세차량에 올라 아침부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선거구 지역을 돌다보니 선거운동 첫날부터 목이 쉬었던 것이다. 선거운동 당시 항상 입고 다녔던 분홍색 와이셔츠는 어느새 그의 상징물이 됐다. “분홍색 옷은 몇벌 더 있습니다. 분홍색 하면 ‘김상기’를 떠오르게 할려고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이지요. 앞으로도 분홍색 옷은 항상 함께할 것입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다른 후보들이 모두 사용했던 선거운동원을 동원한 춤추기 등의 모습은 일절 보여주지 않았다. 리더가 될 사람들이 잠깐 동안 눈요기로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에서 였다. 오로지 자신감과 열정, 정책과 공약으로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하루 24시간이 선거운동기간이었습니다. 새벽부터 돌아다니고 하루 5개 동(중마ㆍ금호ㆍ태인ㆍ골약ㆍ광영동)을 모두 다녔지요. 등산할때도 선거운동하고 밤에는 여기 저기 호프집을 돌아다니면서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당선될 줄 알았던 김씨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낙선’이었다. 그는 지역과 이벤트성 선거운동에 한계를 느꼈다고 이번 낙선의 원인에 대해 분석했다. 단 한번이라도 후보자들끼리 모여 정책과 공약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 자리가 있었다면 결코 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이들의 투표율 저조도 그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김씨는 선거운동기간에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남 앞에서 당당하기 위해 얼굴 들고 다니고, 연설문 준비해서 유세차량에 올라가는 과정들이 모두 자신과의 싸움이더군요.” 그는 또한 임신한 아내를 선거운동에 동참시킨 것도 미안하고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민노당은 데모정당’이라는 시민들의 편협된 인식과 이른바 ‘묻지마 투표’인 후보들의 공약은 뒤로한 채 그저 아는 사람이라며 한표 찍어주는 모습들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래도 목 아프겠다며 살구씨를 갖다주는 시민들도 있었습니다. 택시기사들은 운전하시면서 저에게 많은 지지를 해줬지요. 이번 선거를 통해 얻은 것도 많습니다.” 김씨는 본 업무인 학원 운영과 함께 앞으로 주민소환제 추진위를 구성해 당선자들이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꼼꼼히 지켜볼 생각이다. 김씨는 이번 선거가 끝이 아니다. 앞으로도 정치를 계속하고 싶다는 그는 아내와 당이 허락한다면 2008년에는 국회에 도전할 계획이다. 민노당이 지역문화를 바꾸는 대안세력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있는 김씨는 “앞으로도 지역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며 시민들의 채찍과 격려를 당부했다. /이성훈 기자 입력 : 2006년 06월 07일 20:5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