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중고등학생…“폭력에 시달려도 하소연할 곳 없어”
지역 중고등학생…“폭력에 시달려도 하소연할 곳 없어”
  • 이성훈
  • 승인 2008.02.14 09:00
  • 호수 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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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폭력, 보복 폭행 두려워 ‘고통’
광양시가 더 이상 학교 폭력, 청소년 유해환경의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광양시는 현재 교육환경개선사업으로 우리지역 인재 육성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또한 백운장학회를 통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교육 환경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시민들이 광양을 떠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교육 환경 문제이다.

시는 인구유입, 교육환경개선을 위해 다양한 교육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학교 내에서 청소년들은 각종 폭력에 멍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를 빠져 나오면 각종 유해환경업소로 인해 마땅히 쉴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실태가 어느 정도인지 아직 정확한 실태조차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이에 본지는 김진환 광양시청소년문화센터 기획팀장이 한려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에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 ‘학교폭력과 청소년유해환경의 실태와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광양지역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를 바탕으로 학교폭력과 청소년 유해환경에 대해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이번 주에는 우리지역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한 학교 폭력의 위험성에 대해 보도하며 다음 주에는 우리지역 청소년 유해환경업소의 실태와 이번 논문을 발표한 김진환 팀장의 인터뷰를 게재할 예정이다.

우리지역 학교 폭력, 남의 일 아니다
 
우리 지역내 학교 폭력도 더 이상 안전지대는 아니다. 김진환 청소년문화센터 기획팀장은 한려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에 제출한 졸업 석사논문을 통해 “학교폭력과 청소년유해환경에 대해 가정을 비롯한 지역사회가 모두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환 팀장의 논문에서 사용된 학교 폭력 설문조사는 광양지역 중고등학교 2학년 학생 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배부했다. 설문지는 국내외 자료와 선행연구논문 등 문헌연구를 토대로 제작하고 배부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 표본은 광양지역 중학교 5개교, 고등학교 5개교를 대상으로 했으며 지난해 10월 20일부터 30일까지 10일 동안 1100부의 설문지를 배부해 이중 999부를 회수, 빈도분석과 교차분석을 토대로 이뤄졌다.

논문에 따르면 우리 지역내 중고등학생들은 학교 폭력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을 3가지 복수 응답하게 한 결과 만만해보이거나 이유 없이 괴롭히고 싶어서 학교폭력이 가장 많다고 응답한 비율이 28.6%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동료와 의견충돌로 인한 대립(26.2%) 학교 또는 학급의 주도권 다툼(20.9%) 순으로 응답했다.

이는 우리 지역내 학교 폭력은 학생들 간의 대인관계와 학생 개인의 욕구 불만에 기인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진환 팀장은 “이 같은 현상은 다른 지역의 연구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청소년 폭력의 전형적인 형태다”고 말했다.

학교내 폭력집단의 유무에 대해서는 999명의 응답자 중 572명(57.3%)이 없다고 대답했으나 421명(42.1%)은 존재한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팀장은 이에 대해 “절반 가까이 폭력집단이 존재한다고 대답했다는 것은 교내 폭력 집단이 있다는 것을 증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면식이 있는 사람이 전체 852명(85.3%)으로 같은 반 친구ㆍ동급생, 선배 등이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중학생이 고등학생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학교 폭력 방지를 위해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논문에서는 학교 폭력 방지를 위한 방안을 2가지씩 중복 응답하게 한 결과 563명이 처벌규정 강화(28.2%), 474명은 감시활동 강화(23.7%), 430명은 상담기관의 확대(21.5%) 순으로 응답했다. 이 같은 대답은 학교 폭력이 더 이상 가정,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광양시를 비롯한 유관기관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폭력 피해자,
‘한번 당한 학생이 계속 당해’
 
이번 논문에는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들에 대한 조사 결과도 나왔다.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75명 중 42명이 1~2회 폭행을 당했다고 응답했으며 나머지는 3~7회까지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중 7번 이상 폭행을 당했다고 응답한 학생도 14명을 차지해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진환 팀장은 “폭력을 경험했던 학생이 계속 경험하는 현상이 되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폭력 피해 유형도 응답자 중 26명이 구타 및 집단폭행으로 가장 많았고 17명은 심한 욕설이나 괴롭힘, 13명은 금품갈취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폭행을 당한 후 증상에 대해서도 37명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 답했으나 △또 당할 것 같은 두려움(18명) △학교 다니기 싫어짐(9명) △두려움 때문에 죽고 싶다(6명)라고 대답해 절반 이상이 폭행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학생들이 폭행을 당해도 이에 대해 마땅히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다는데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75명의 학생 중 33명이 보복이 두려워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움을 요청한 학생들을 살펴 보면 친구나 선배(20명), 선생님(8명), 가족(8명), 경찰상담실(3명)순으로 조사됐다.

김진환 팀장은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거나 친구나 선배에게 요청한 것은 결국 피해자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피해학생을 줄이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동료학생들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훈련과 학생들 사이에 서로 돕는 지지체계를 형성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폭력 가해자, ‘묻지마 폭력’ 다수
 
논문에는 학교폭력을 행사한 경험자에 대한 응답자는 총 6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을 행사한 이유에 대해 응답자들은 피해학생이 마음에 안 들어서(30명), 이유 없이(15명), 유흥비 마련(7명) 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뚜렷한 이유 없이 ‘묻지마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가해자들은 폭력을 행사한 후 심정에 대해 미안한 생각이 든다(24명), 아무 생각이 없다(14명), 기분이 좋아진다(13명) 순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김진환 팀장은 “상당수 가해 학생들이 폭력행사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가해학생지도에 있어서 심리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해자들의 역 폭력에 대한 응답에 63명 중 22명은 가능성은 있지만 두렵지는 않다고 대답했고 15명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가능성이 있어 두렵고 조심한다는 대답은 14명에 달했으며 10명은 보복에 대해 두렵다고 응답했다.
 
폭력 방지,
가정ㆍ학교ㆍ사회단체 모두 나서야
 
김진환 팀장은 “가해학생에 대한 정부의 대처방안은 학교폭력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단속과 처벌위주의 일시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가해학생에게 사회봉사명령 등 처벌위주의 정책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학교폭력 발생 초기에 단호한 태도와 청소년 상담소, 비행예방 프로그램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설문조사결과 학부모가 학교 폭력에 인지하는 정도가 가장 낮았다”며 “학부모와 교사가 상호 연계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교사들의 학생지도방법에 대해 스쿨 카운슬링제도와 전문상담교사제를 도입해 정신적 고통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치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이어 “학교내 폭력 신고함과 신고체계 구축을 의무화시켜 주1회 개봉해 피해신고를 접수해야 한다”면서 “피해신고가 들어오면 철저히 조사해 가해ㆍ피해 학생에게 상담지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학교 폭력 방지 대책은 학교와 가정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며 “민간사회단체와 연계를 통해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