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룡 출신 학생들에게 희망 줘 기뻐”
“옥룡 출신 학생들에게 희망 줘 기뻐”
  • 이성훈
  • 승인 2008.03.06 09:11
  • 호수 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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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룡장학회, 20년간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 전달
“그동안 학생들에게 지급한 액수가 많지도 않은데 어떻게 연락을 듣고 왔나?” 서용식 옥룡장학회장은 내심 쑥스러워했다. 조그마한 일 가지고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옥룡장학회는 지난 1989년 11월 옥룡청사 준공기념으로 설립돼 올해로 만 20년째에 접어들었다. 옥룡면민들은 당시 옥룡청사가 완공되자 십시일반 성금을 거둬 청사 내부 시설에 사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주민들은 이어 면사무소 시설에 사용하고 남은 돈을 두고 어디에 활용할 지 회의를 연 끝에 장학회를 설립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시 남은 기금과 서용식 회장이 1천만 원을 출연해 설립한 것이 옥룡장학회의 태동이다. 옥룡장학회는 설립이후 해마다 6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옥룡장학회는 20여 년 동안 100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그동안 학생들에게 지급한 장학금은 약 4500만원. 서 회장은 “다른 장학회에 비하면 우리는 터무니없이 액수가 낮아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이다”며 “그래도 주민들이 정성이 들어가 20년 세월동안 끊기지 않고 학생들에게 지급해왔다”고 말했다.

현재 옥룡장학회원들은 20여명 정도. 정해진 회비는 없으며 10만원에서 30만원까지 다양하다. 어떤 지인은 1천 만 원이라는 거금을 선뜻 내놓기도 했다. 장학생은 옥룡면 각 마을 대표를 이사로 임명해 성적과 가정형편 등 다양한 자료를 심사한 후 투표로 결정해 선발한다. 옥룡장학회는 지난달 28일 대학생 3명과 고등학생 3명에게 각각 장학금을 전달하고 이들을 격려했다.

서 회장은 “89년에 장학회를 설립한 후부터 지금껏 회장을 맡고 있다”며 넌지시 웃었다. 그는 “장학회에서 그동안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수많은 사연을 접했다”고 회상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어떤 학생은 한겨울에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4km의 거리를 걸어서 읍에 도착, 막노동판 현장에서 일을 한 후 귀가할 때에도 걸어서 집까지 되돌아왔다고 한다.

서 회장은 “추운 겨울에 매일 고생하고 있는 학생을 보니 마음이 쓰라렸다”며 “이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개인적으로 조금 도와준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지금 20대 중반을 넘긴 그 학생이 대학도 진학하고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에게 연락이 오고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자체로 기쁘다” 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우리 장학회는 주민들의 소중한 정성이 모아진 것”이라며 “많지는 않지만 학생들이 장학금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활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옥룡장학회의 사진자료나 서 회장의 사진 게재를 요청하자 그는 “사진만큼은 허용할 수 없다”며 완곡히 거절했다. 그동안 남모르게 활동해온 장학회였고 앞으로도 이런 원칙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소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