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를 창조적 문화공간으로
폐교를 창조적 문화공간으로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7.03 09:11
  • 호수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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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체험 학습장으로 거듭나…수도권 주민들로부터 각광
 
경기 평택의 ‘웃다리 문화촌’ 

지난 19일부터 2박3일간 한국언론재단 광주사무소 주최로 ‘폐교의 성공적 활용방안’ 현장 연수가 열렸다. 이번 연수는 장수와 평택, 평창, 정선, 밀양지역의 성공적 폐교활용을 견학하고 운영자들로부터 성공 사례를 듣는 것으로 진행됐다.
본지는 이에 ‘폐교의 성공적 활용방안’ 라는 주제로 4차례에 걸쳐 기획 기사를 게재해 이번 연수를 통해서 알 수 있었던 폐교의 성공적 활용상황을 공유하고 향후 광양시의 폐교활용에 대한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웃다리 문화촌’은 미군기지와 평택항, 노을로 알려진 평택시에 있는 폐교를 활용한 창조적 문화공간이자 작가·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체험 학습장이다.
개장한지 2년이 다돼가는 ‘웃다리 문화촌’은 2000년 폐교된 서탄초등학교 금각분교를 문화예술 체험 학습장으로 거듭나게 해 수도권 주민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금각분교는 두메산골이나 시골마을에 있는 학교가 아닌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학교였다. 하지만 미군기지내에 위치함에 따라 열악한 교육환경을 벗어나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을 시키겠다는 염원 속에 학부모가 자녀들을 도시학교로 보내는 바람에 학생 수가 감소해 결국 폐교에 이르게 됐다.
폐교가 되자 평택문화원이 이를 적극 활용키 위해 나섰다. 농촌형 폐교가 아닌 도시형 폐교이기에 도시민들의 접근성이 용이함을 장점으로 살린다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한 것 이다. 이에 따라 2005년 4월 평택시가 평택교육청으로 부터 무상임대 사용승인을 받아 평택문화원에 위탁 운영케 했다.
박성복 평택문화원 상임이사 “평택시 인구40만 중 체험활동이 가능한 인구는 8만 명으로 이들이 체험을 위해 외부로 유출하는 금액은 연간 24억으로 추산했다. 20%만 수용해도 5억 원 이기에 이를 근거로 금각분교를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할 것을 시와 시의회 방문해  설득했다”고 한다.
 
문화원이 나서 폐교활용 방안 마련
 
문화원은 먼저 폐교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가? 란 주제로 공개토론회 개최를 시작으로 다양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때 수렴된 의견은 예술촌으로의 활용이 우세했다. 하지만 문화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체험 학습장으로 운영키로 했다. 이는 폐교를 활용한 예술촌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자생력을 갖지 못함에 따라 계속 운영치 못하고 중도에서 포기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때문이다. 폐교 활용의 방향을 확정한 문화원은 ‘웃다리 문화촌 TF팀을 구성했다. TF팀은 웃다리 문화촌이 개장하기까지 30여 차례에 걸친 회의와 폐교 우수 운영사례를 견학하고, 입주 작가 및 프로그램 운영자 공개 모집, 운영방향 수립과 운영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또 2006년 시 예산 7천8백만 원과 문화관광부에서 추진한 ‘생활 친화적 문화공간 조성사업’ 지원금 9천만 원으로 외형은 그대로 유지 하면서 내부 시설만 개선하는 폐교 개보수에 들어갔다. TF팀은 모든 결정을 문화원에서 한다는 것을 배제키 위해 모든 일을 주민과 협의하고 TF팀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실행했다.
전국을 대상으로 모집한 입주 작가는 공개 모집과 심층 면접이라는 방식으로 모집해 생활도자기와 미술, 창작동요, 석화 공예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일곱 명의 입주 작가를 선정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웃다리 문화촌은 2006년 8월 11일 홍보대사 가수 조영남 씨의 공연과 미술 전시로 홍보효과를 극대화 하며 개장했다.
 
 
웃다리 문화촌만의 체험
 
웃다리 문화촌은 계절단위로 20여개의 정기 강좌를 운영하고 1~2시간 소요되는 40여 가지
일일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계절별 3개월 과정으로 운영되는 정기 강좌는 숙련도에 따라 반을 세분화 하고 수강자가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개인지도 방식으로 강습을 받을 수 있어 웃다리 문화촌만의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 솟대 만들기, 천연염색, 토피어리, 전통 민속놀이 등 일일체험학습은 끊임없는 프로그램 개발로 참가자들이 지루함이나 식상함 없도록 운영되고 있어 웃다리 문화촌에서만 즐길 수 있는 체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

폐교를 창조적 문화공간으로 만든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는 웃다리 문화촌은 폐교를 통해 이웃한 지역 공동체를 되살리는 데도 앞장섰다. 폐교 인근 마을 초등학생에겐 무료로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으며, 마을주민들이 제공한 5천㎡의 농지를 기반으로 추진한 주말농장과 동물 농장은 주민과 상생하는 가교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또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짚 풀 공예(‘06), 솟대 만들기(’07), 장승 만들기(‘08) 등을 가르치는 실버문화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60세 이상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실버문화학교는 1단계 배우기와 2단계 청소년에 가르치기에 이어 강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체험비와 강사비 등으로 소득창출이 뒤 따랐고 스스로 즐기면서 선생님 역할까지 하는 것에 자부심 가질 수 있도록 해 문화예술을 통한 문화 복지를 실현하고 있다. 결국 어르신들은 ’희망솟대‘라는 법인을 만들어 솟대를 평택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개발, 소득 창출까지 이어가는 아주 특색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희망솟대’는 실버 문화평가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으며, 희망솟대만으로 200여 곳에 홍보가 되기도 했다.
 
성공적 폐교활용은 자생력돼야
 
웃다리 문화촌은 미군기지 이전과 이주노동자 증가, 국제결혼 등으로 다문화가 급격히 확산됨에 따라 다문화 가족의 문화적 갈증 해결에도 앞장서고 있다. 평택에 주둔중인 미군 장병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우리고유의 민속놀이인 윷놀이와 제기차기, 널뛰기 등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웃다리 문화촌의 성공적 운영은 처음부터 문화원이 중심이 된 체계적이고 계획된 사업추진을 바탕으로 문화예술 소외계층 대상 프로그램 운영으로 양극화를 해소하고 해당지역 주민의 부가수입 창출기회 제공함으로써 폐교의 효율적 활용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박성복 이사는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면 폐교활용은 성공할 수 없다. 작가들의 자생력 확보를 위해 체험이 있어야 하고 작가들은 끊임없는 프로그램 개발로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함으로써 체험에 지루함을 없애고, 창작활동과 병행해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또 “웃다리 문화촌의 긍정적 평가의 한 요소는 무엇보다 주민들에게 일할 기회를 먼저 제공하고, 프로그램 강사활동으로 참여하며 경험을 전파토록 한 것이 주효했다” 며 “주민들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서면 뭐든지 도와주려 긍정적으로 나선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웃다리 문화촌은 체류형 문화예술 시설 확충과 기관·기업체와 메세나 운동을 확대, 지속적인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 개발, 평생학습기관 및 전국 폐교와의 네트워크 구축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