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 도심 곳곳에 유기농 채소가 자란다
아바나 도심 곳곳에 유기농 채소가 자란다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7.03 09:32
  • 호수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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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난, 생태농업으로 돌파한 쿠바
미국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연일 정국이 들끓고 있다.
하지만 촛불집회로 표현되는 이 거리집회의 주체는 축산업자들이 아니다. 청소년에서부터 남녀노소가 연일 거리로 나온다. 특히 유모차를 끄는 어머니들도 대거 나섰다. 이는 다름 아닌 남편과 자녀들의 식탁에 오를 먹을거리 문제이기 때문에 주부들도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나라 경제가 나아지면서 이제는 단순히 허기를 채우던 시대가 아니다. 농약에 범벅된, 방부제에 절은 식품이 아니라 건강을 보존하는 안전한  먹을거리가 우선시 되고 있다.  
그렇다면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게다가 가격도 저렴한 식품을 언제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나라가 있는가. 바로 쿠바이다.
지난 5월 17일부터 27일까지 본지 프리랜서인 한관호씨 등 국내 지역주간지 7개사 기자들이 생태농업 도시, 쿠바를 취재했다. 이번 특별취재는 비단 생태농업뿐만 아니라 인종, 복지, 교육 등 쿠바 사회 전반을 알 수 있는 기회였으며 취재단은 큰 교훈을 안고 돌아왔다. 생태농업을 중심으로 쿠바의 이모저모까지 겸해 보도한다. <편집자 주>
 
 
제 5회 쿠바 유기농업대회가 열린 지난 2003년 5월,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농업인들은 쿠바 생태농업의 면모를 보고 감탄을 자아냈다.
한반도의 반 정도 되는 크기의 섬나라, 우리에겐 생소하기만한 이  쿠바라는 나라의 생태농업은 이처럼 전 세계에서 견학을 오는 하나의 전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생태농업은 쿠바의 전통적인 농업방식이 아니라 고육지책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 애초 쿠바인들은 쇠고기, 돼지고기, 달걀 등의 고칼로리가 주식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초 소련의 붕괴가 쿠바 경제에 수난을 몰고 왔다. 사탕수수를 비싼 값에 파는 대신 농약의 98%, 화학비료의 94%, 가축사료의 97% 등 종자에서 연료까지 동구권에 의존하던 쿠바는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막혔다.
 더구나 미국에서 경제봉쇄 조치를 단행해 식료품, 농기계, 일반상품 공급이 끊기면서 산업이 쇠퇴하고 국민들의 생활은 극도로 피폐해졌다. 
 
이때 식량난을 극복하기 위해 화학비료와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유기농법을 시행했다. 더구나 도시 속 쓰레기장 같은 버려진 땅, 자투리땅을 국민들에게 임대해 농사를 짓게 함으로서 도시 환경까지 쾌적해지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일궈냈다.
이렇게 유기농으로 전환 한 이후 식량난에 허덕이던 쿠바는 2002년 95%의 식량자급률을 이뤄냈다.
뿐만 아니라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던 때 보다 농업생산 실적도 웃돌고 있으며 육류위주에서 채식위주 식생활로 바뀐 이후 병원 출입 환자수가 30%나 감소해 국민 건강도 매우 좋아졌다. 영아 사망률도 세계 2위로 부쩍 낮아지면서 그야말로 사회 전체가 건강한 사회가 된 것이다.
 
 
토지개혁 
 
쿠바의 생태농업은 한 가지 작물을 중심으로 대농장체제였던 기존 토지를 개인이나 협동조합에 저렴한 비용으로 분배하는 토지개혁을 단행하면서 시작됐다.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이 행정기관에 토지를 신청하면 적당한 토지를 알선해 준다.

이때 노는 땅이 없는 경우 땅에 일정한 권리를 가진 사람이 놀리고 있는 땅의 경우 권리자가 농사를 희망하면 반년 간 유예 기간을 준 후 이후에도 농사를 짓지 않을 경우 땅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땅을 빌려주게 되어 있다.
이 제도를 시행 한 후 국가직영 80%, 협동농장과 개인농장이 20%였던 것이 국가 직영 20%, 협동농장과 개인농장 20%, 여러 가족농이 구성한 협동생산기초농장이 60%를 차지하게 됐다.
 
토질개선
 
생태농업은 생명력을 잃은 땅을 살려내는 게 급선무다. 땅심을 고려하지 않는 관행적인 농업은 소출은 줄어들고 더 많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필요로 한다. 각 지역마다 설치된 쿠바 토양연구소는 그 지역 토양연구와 작목별 이용성을 연구해 농가에 보급한다.
또 협동조합 자체에서도 지렁이와 버려진 식물을 썩혀 퇴비를 생산하여 땅심을 돋군다. 또한 지렁이 배설물로 자연산 농약을 만들어 쓰고 천적 식물을 심어 해충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며 여러 가지 작물을 번갈아 심어 년 간 10여 가지 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했다.
 
 
농산물 소비도시가 생산지로
 
철길 옆 건물이 들어서거나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 공장 인근, 회사와 병원 그리고 주택 옥상과 발코니 등 아바나에는 개인이나 집단으로 어디에서든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다.
나아가 이런 농산물들을 아바나 시민들은 시장바구니만 들고 나가면 언제든지 싼 값으로 사서 식탁에 올릴 수 있다. 이처럼 사회주의 국가이면서 토지 사유화를 인정한 정책, 생산자에게서 농산물을 바로 살 수 있는 직거래 시장정책, 지렁이분변토 등을 이용한 땅심 살리기, 윤작, 간작, 휴경작 등의 순환농업으로 농산물을 소비만 하던 도시를 농산물 생산지로 둔갑시켜 놓았다.

이처럼 쿠바의 수도인 아바나 시내에서도 이뤄지는 생태농업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단순한 농업이 아니다. 도시를 보다 사람이 살기 좋은 생태환경 도시로 변모시키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