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각사, 정부기준을 뛰어 넘는 문화재 방재 체제
금각사, 정부기준을 뛰어 넘는 문화재 방재 체제
  • 박주식
  • 승인 2008.11.26 21:15
  • 호수 2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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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2008년 2월 10일, 6백년 넘게 굳건하게 서울 한가운데를 지켜오던 국보 1호 숭례문은 화재 발생 5시간 만에 숯덩이로 변하고 말았다. 서울 한복판에서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숭례문의 모습에 전 국민의 가슴도 숯덩이로 타들었다. 당시 숭례문 화재는 허술한 문화재 관리 시스템, 한심하기 짝이 없는 화재 대처 능력, 관련기관 간 책임 미루기 등 다양한 분석이 제기됐다.

숭례문은 조선 첫 임금인 태조 때 건립돼 무려 610년을 버텨 온 자랑스러운 문화재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한국전쟁의 치열한 시가전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은 문화유산이었다. 1907년 주변 성벽을 헐어낸 일제도 숭례문만은 손을 대지 못했다. 그런 숭례문이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에 타 무너지고 말았다.
이미 이전부터 낙산사, 창경궁 문정전, 화성 서장대 화재 등의 화재로 심각한 경고음이 있었음에도 우리는 국보 1호를 어이없게 화마에 넘겨주었다. 선조에게도 후손에게도 낯을 들기 어려운 부끄러운 참사가 바로 우리 세대에 벌어진 것이다.
 
금각사, 첨단 방재시스템 구축
 
일본의 문화재 역시 한국처럼 목조인 탓에 화재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일본은 지난 1949년 1월 26일 나라현의 호류지(法隆寺)에 불이 나 금당 벽화가 소실된 사건을 계기로 체계적인 문화재 방재체제 마련에 들어갔다. 50년 문화재보호법의 제정에 이어 55년 호류지 화재일인 1월 26일을 ‘문화재 방재의 날’로 지정, 해마다 사찰·신사 등 문화재를 대상으로 방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1397년에 건축돼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금각사의 방재시스템은 대표적인 첨단설비로 꼽힌다. 하지만 년 간 300만 명의 관람객이 찾고 있는 일본인들이 자랑하는 문화유적인 금각사도 1950년 방화로 인해 대부분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금각사의 첨단방재시스템은 소실된 불사를 재건하며 방재설비에 남다른 신경을 쓰면서 시작됐다.

 당시 금각사는 국가 기준이 금각사에서 원하는 기준보다 낮아 방재시설 등을 국가기준에 맞추는 데 만족하지 않고 자신들 나름의 기준을 만들어 방재설비를 갖췄다. 화재발생시 초기진화를 위해 65mm와 45mm 규격의 소화호스가 연결된 소화전 30개를 갖춘 금각사는 외곽에 설치된 ‘물대포’의 보호를 받고 있다. 물론 작은 불씨도 잡아내는 열감지기와 연결, 화재에 대처하고 있다. 화재가 나면 이를 센서가 감지하고, 먼저 소화기로 끄고, 45mm 소방호수를 이용해 소방관 출동 시 까지 7~8분 걸리는 시간 동안 소화를 한다.

하지만 물대포가 사방에서 발사되지만 직접 시설에 겨냥하지 않는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지붕으로 뿌리면 흘러내려 소화가 되도록 하고 있다. 실내소장 문화재는 가급적 소화기로 대처한다. 금각사는 일반소화기는 약재가 들어있어 문화재가 손상됨에 따라 물만 들어 있는 소화기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비치하고 있다.
 
만일의 사고에 완벽대비
 
금각사의 방재 시스템은 23년 전 금각사를 전체적으로 수리하면서 또 한 번의 개혁을 이뤘다. 일반 전선이 낙뢰로 단선, 시스템이 단절되는 일이 발생함에 따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보를 보내는 모든 부분은 광섬유로 교체한 것이다.

오가타 호슈 금각사 스님은 “처음 기계 도입할 때 히타치에 부탁했더니 ‘그런 시설이 왜 필요하냐’고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그러나 “낙뢰시를 대비해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 이었기에 만에 하나라도 사고가 나면 안 된다는 점을 이해시켜 결국 공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매년 1~2차례 낙뢰로 시스템이 단절 되던 금각사는 광통신으로 교체 후엔 그런 일이 없었고 이런 시스템은 이곳이 유일하다.

 
 이처럼 만에 하나를 대비하는 금각사의 방재시스템은 중앙통제실에서 CC-TV와 적외선 카메라 등으로 경내 모든 것을 24시간 감시함으로써 또 한 번 완벽한 방재시스템을 자랑한다. 겉보기엔 매표소처럼 꾸며진 금각사의 중앙통제실은 목조건물 같지만 화재에 대비한 철조 건물로 관람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관리한다.

오가타 스님은 “20여 년 전 설치된 중앙통제실은 “절 소속 직원들이 주간 2명 야간 4명으로 24시간 근무체제로 돌아간다”며 “주로 소방관 출신을 직원으로 고용해 자체 방재에도 한 몫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에서 시설을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기준에 맞지 않아 취소하고 스스로 설치했다”며 “문화재가 많지 않기 때문에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시설도 중요 하지만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