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유인하여 관광으로 돈 벌자’
‘문화로 유인하여 관광으로 돈 벌자’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7.10 09:05
  • 호수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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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개념을 문화예술교육에 적용
지난 19일부터 2박3일간 한국언론재단 광주사무소 주최로 ‘폐교의 성공적 활용방안’ 현장 연수가 열렸다. 이번 연수는 장수와 평택, 평창, 정선, 밀양지역의 성공적 폐교활용을 견학하고 운영자들로부터 성공 사례를 듣는 것으로 진행됐다.
본지는 이에 ‘폐교의 성공적 활용방안’ 라는 주제로 4차례에 걸쳐 기획 기사를 게재해 이번 연수를 통해서 알 수 있었던 폐교의 성공적 활용상황을 공유하고 향후 광양시의 폐교활용에 대한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강원도 평창의 ‘감자꽃스튜디오’
 
강원도 평창의 작은 산골마을 이곡리에 자리 잡고 있는 감자꽃스튜디오는 노산분교라 불리던 폐교를 활용해 지역의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곳이다. 감자꽃스튜디오는 강원도와 자연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에게는 창작을 위한 공간이며,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과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지역주민들에겐 문화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감자꽃스튜디오의 성공은 2002년부터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이선철 대표의 특별한 이력이 있었기에 다른 곳과는 달리 독특한 방식으로 펼쳐졌다. 대부분의 문화예술교육 사업주체들이 처음부터 공공영역에서 성장하고 경험을 꾸려나갔다면, 감자꽃스튜디오는 상업적인 영역에서 얻은 노하우를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공공의 장에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펼쳐 나갔다. 마케팅 개념을 문화예술교육에 적용 한 것이다.
이선철 대표는 일찍부터 공연기획을 했다. 대학교 1학년 때인 1985년 처음 기획을 하기 시작해, 1988년부터 김덕수 사물놀이패 기획실장을 맡아 일했고, 중간에 4년 정도 영국에서 예술경영과 행정을 공부했다. 돌아와서 김덕수 사물놀이패 일을 계속 하다가 1996년엔 폴리미디어라는 공연기획 회사를 설립해 운영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2002년 비만으로 인한 뇌졸중과 심근경색으로 건강이 악화되자 서울을 떠나 전원생활을 결심하고 교육청 인터넷을 검색하다 임대물로 나온 노산분교에 주민등록을 이전하고 정착하게 된다.
이 대표는 이미 1997년 경기도 양평 석장리 마을 폐교를 찾아내 전통악기 공방으로 활용한 적이 있었다. 또 김덕수 사물놀이 기획실장을 하던 땐 충남 부여에 있는 폐교를 사물놀이 교육원으로 만드는 등 이미 폐교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두 번의 경험은 실제 평창 마을에 정착해 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폐교 특성 살려 개성 있는 공간으로 활용
 
2002년 이 대표 개인이 임대해 쓰던 공간을 평창군이 매입하고 강원도가 지원에 나서면서 학교 개조 작업이 시작됐다. 이 대표는 폐교의 원형을 완전히 바꾸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가장 저렴하면서도 실용적으로 리메이크하려고 노력을 했다. 흰색 장방형 2층 건물로, 본래 있던 2층 학교건물 전면에 반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로 큰 온실을 짜서 덧붙인 구조로 학교 개조 작업을 마무리 했다.
 
건물 1층에는 어린이 도서관과 옥수수 박물관, 식당, 사무실을 배치하고, 2층엔 다목적 강당과 관사를 마련해 2003년 5월 감자꽃스튜디오를 개관했다. 이후 감자꽃스튜디오는 지역주민의 문화와 여가활동, 마을 행사에 사용되는 ‘문화공간’으로, 또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교육공간’으로 쓰이고 있으며,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소재로 예술활동을 하는 전문가를 위한 ‘창작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선철 대표는 “학교는 언제나 마을의 정서적 중심 공간이자 아이들에게는 꿈의 공간이며 졸업생들에게는 추억의 공간이다”며 “학교를 마을 가치 창출의 도구로 활용키 위해 지역과 소통하면서 서로 협력하고 수용자 위주의 사전 연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성공적 폐교활용을 위해선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더 중요한 만큼 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들과 자주 만나서 대화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며 “폐교는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은 물론 마을사람들과 함께 꾸준한 교육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감자꽃 스튜디오는 앞으로도 마을 주민 누구나가 친근하게 드나들며 문화를 통한 구심체로 발전 할 것”이라며 “폐교는 무엇보다 잣대를 가지고 판단하기 보단 특성을 잘 살려 개성 있는 공간으로 활용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선 아리랑 학교 추억의 박물관
 
정선 아리랑 학교 추억의 박물관은 정선아리랑연구소에서 운영하는 학교와 함께 우리나라 전 근대사 자료를 한눈에 둘러 볼 수 있는 작은 박물관이다.
정선아리랑의 전승 보존과 교육을 위한 아리랑 학교는 아리랑을 유난히 좋아 했던 진용선 소장이 일반 대중에게 친숙해 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키 위해 1991년 정선아리랑 연구소를 만들며 시작됐다. 정선 아리랑 학교는 1993년 여름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아리랑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알려졌고, 1997년 7월 ‘정선군 폐교 문화공간화 사업지원 계획’에 따라 현재 위치인 정선군 신동읍 함백마을 매화분교를 무상으로 임대 받아 사용하고 있다. ‘강원도 폐교활용 1호’인 정선아리랑 학교는 박물관이 더해지기 전까지도 폐교활용 평가 우수학교(1999), 폐교 문화공간 모델학교(2000), 환경부 체험학습프로그램 지원학교(2000),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외국인을 위한 한국문화캠프(1998~2004)에 선정될 만큼 폐교를 활용한 문화공간화 사업의 모델로 인정받았다.

아리랑 학교가 있는 함백 마을은 과거 우리나라 산업화의 밑거름에 됐던 무연탄 생산 지역으로 1990년대 까지만 해도 영화를 누렸던 곳이다. 그러나 1990년대 초 석탄산업 합리화로 폐광이 되자 사람들이 떠나면서 폐광지역 가운데서도 특히나 소외지역이 돼 버렸다. 이런 지역에 자리를 잡은 아리랑 학교는 자칫 어렵게 살아가는 지역 주민에게 사치로 비쳐지거나 폐광지역 어린이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음을 깨닫고 주민들을 위한 문화 활동을 시작했다.
 
정선아리랑 학교 진용선 소장은 2004년 문화관광부 복권기금을 지원받아 추억의 박물관과 야외공연장을 조성했다. 강원도 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추억의 박물관은 우리나라 근현대사 박물관으로 진 소장이 보유한 자료와 주민들이 내 놓은 마을의 역사물들을 모아 전시했다. 지난 6월 현재 추억의 박물관에는 민요자료 1325점, 고문서·고서 1332점, 교육자료 2820점, 광업자료 159점, 서화 116점, 근현대사 자료 등 1만4천여 점의 자료가 전시돼 있다.

추억의 박물관을 연 진 소장은 입장권을 모든 사람들의 추억이 어린 동그란 딱지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 딱지는 함백의 상점과 이발소, 식당, 문구점 등에 배포하고  2천 원 이상 물건을 구입 한 사람에 한해 지급해, 주민들에게 아리랑 학교 문화공간이 지역 가치 창출에 함께 하는 공간임을 이해하게 했다. 추억의 박물관의 시작은 진 소장이 어렸을 때부터 특별한 호기심으로 우표나 상표, 장난감, 딱지 등을 부지런히 모았고 이미 인터넷을 통해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었기에 성공이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해마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엔 5만 명이 넘게 이곳을 다녀갔다.
 
 
폐교활용, 사람에 대한 투자부터
 
진용선 소장은 “동네 자료를 전시 하고부터 마을 주민들이 친척들이 오면 데리고 올라와 박물관을 보여주고 이를 자랑하면서 아리랑 학교가 마을 공동의 공간으로 이해되기 시작 했다”고 말했다.
또 “입장권을 딱지로 만들고 마을 주민들의 상점에 배포하자 방문객들이 마을을 거치게 됨에 따라 식당이 더 생겨나는 등 마을이 활성화 되고 주민들이 크게 반기게 됐다”고 한다. “손바닥만한 운동장과 교실 두 칸과 복도,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특별한 지원 없이 큰 돈 들이지 않고 하나하나 일궈 오늘의 아리랑학교 모습이 있기까지는 12년이 걸렸다”는 진 소장은 “폐교활용은 건물이 중요한 것 아니라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강조했다.

진 소장은 폐교활성화 장애 요인으로 교육청과 폐교에 대한 욕심을 꼽았다. “폐교가 교육청 자산일 경우 건물의 철거나 개축을 할 수 없을뿐더러 설치한 시설은 교육청에 기부 채납해야 한다”며 “폐교활용을 위해선 지자체가 교육청으로부터 이전 받아 시설 투자가 이뤄 질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폐교의 성패는 주민과 함께 화합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폐교는 언제까지나 마을 것이며 지역사회 공동의 것으로 자기 건물이 되지 않는다”며 “마음을 비우고, 있는 동안 열심히 유용하게 사용한다는 편안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진 소장은 “성공적 폐교활용을 위해선 주민들이 폐교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교육과 운영 기틀 마련이 중요하며 지자체도 시설투자와 함께 폐교를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 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