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통한 지역사회 개발 견인
예술 통한 지역사회 개발 견인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7.17 09:06
  • 호수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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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시 지원속에 양질의 공연문화 공급, 밀양연극촌
지난 19일부터 2박3일간 한국언론재단 광주사무소 주최로 ‘폐교의 성공적 활용방안’ 현장 연수가 열렸다. 이번 연수는 장수와 평택, 평창, 정선, 밀양지역의 성공적 폐교활용을 견학하고 운영자들로부터 성공 사례를 듣는 것으로 진행됐다.
본지는 이에 ‘폐교의 성공적 활용방안’ 라는 주제로 4차례에 걸쳐 기획 기사를 게재해 이번 연수를 통해서 알 수 있었던 폐교의 성공적 활용상황을 공유하고 향후 광양시의 폐교활용에 대한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하늘내 들꽃마을과 웃다리 문화촌, 감자꽃 스튜디오 등 앞서 소개한 5곳의 사례와 달리 밀양연극촌은 폐교활용에 지자체가 정책적으로 결합해 성공한 예다. 개인의 의지와 능력을 바탕으로 폐교활용의 성공사례를 일궈온 타 사례와 비교해 처음부터 지자체가 선도적으로 나선 폐교 활용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폐교를 문화 예술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밀양시는 그동안 밀양 연극촌과 미리벌 민속박물관, 밀양영화학교, 가인예술촌 등을 유치해 다양한 문화 인프라 구축과 폭넓은 문화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밀양연극촌의 시작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던 이윤택씨의 극단 ‘연희단거리패’는 극단의 활동영역이 넓어지면서 자체연구시설과 교육훈련, 극장을 갖추지 못해 겪게 되는 어려움이 커지게 됨에 따라 작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간마련이 요구되고 있었다. 서울에서 생산과 판매, 모든 것을 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서울에선 공연만 하고 작품구상과 연습은 또 다른 공간에서 하고자 했던 것이다.

반면 밀양시는 늘어나는 폐교에 대한 활용방안을 찾는 한편 전문예술인 유치를 통한 지역문화 예술 부흥으로 문화도시 이미지 제고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99년초 연희단거리패의 ‘어머니’ 공연기간에 밀양 시장과 시의원들의 공연 관람을 계기로 극단과 밀양시가 의기투합해 밀양연극촌을 세우게 됐다. 연희단거리패는 충분한 작업공간과 시설 확보를 통해 우수한 공연을 가능케 하는 물적 기반이 마련됐고, 밀양시에는 양질의 공연 예술문화를 지역주민들에게 공급하는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밀양시는 가산리에 있는 월산초등학교 폐교를 교육청으로부터 무상임대 해 밀양연극촌에 위탁 운영케 하고 시와 연극촌은 시민을 위한 예술프로그램 실행과 이를 위한 재정과 행정지원을 합의했다.
밀양시는 8억여 원을 들여 연극촌을 정비해 공연장 5개소와 합숙소, 사무실, 연습실 등을 마련하고 여름예술공연축제(8회)에 7억8천만 원을 지원했다. 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밀양연극촌 일대를 공연예술문화 메카로 만든다는 계획으로 2007년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3년에 걸쳐 국비 20억 원을 지원받아 밀양연극촌 기반 복합테마마을 조성에 나서고 있다.
 
 
폐교에 둥지 틀고 주말마다 연극공연
 
연극촌은 1999년 10월 개촌과 더불어 밀양연극촌을 설립하고 50여명의 단원들이 입촌해 상주하며 처음 시도한 사업은 주말극장 공연이었다. 2000년6월부터 ‘숲의 극장’ 이라는 500석 규모의 야외무대와 실내 스튜디오 극장을 마련해 주말극장을 열어 밀양시민과의 만남을 실천했다. 개관이후 현재까지 상설 운영되고 있는 주말극장은 연극촌엔 연극시장으로 나가기 전 시험무대가 되고 있으며, 밀양시민들을 수준 높은 연극관객으로 만들고 있다.

2001년부터 매년 여름철 개최되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젊은 연극인들의 만남의 장을 열어 주었다. 이 축제는 연극공연, 워크샵, 세미나 등을 통해 공연과 교육, 비평과 이론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예술축제로 자리 잡아 명실공히 밀양의 자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여름휴가철에 관광객을 밀양으로 모으겠다는 시의 관광정책과 다양한 연극을 함께 모아 공연하고자 하는 연극촌의 목적이 제대로 결합된 축제라 할 수 있다. 연극촌은 주말극장과 축제를 통해 성숙된 시민들의 적극적인 예술향유 욕구에 부응해 주말문화체험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학생들의 체험실습교육과 교사연수, 직장인 연수, 어린이 연극캠프, 동호회 단합회, 연기자 연기 워크샵 등으로 세분화 돼있는 문화체험프로그램은 팀별 특색에 맞는 진행으로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체험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한 시민교육활동의 결실은 밀양 어린이음악교육극단 ‘반달’의 창단으로 이어졌다. 밀양지역 초중학생 40여명으로 구성된 반달은 매주말 연습을 통해 주기적인 연극공연을 하고 있다. 대도시가 아닌 밀양에서 어린이 극단이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공연까지 올릴 수 있다는 것은 타 지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예로 밀양연극촌과 밀양시민의 협력이 이뤄낸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최영 밀양연극촌 기획실장은 “밀양연극촌 예술가들과 지역주민들이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자생적인 예술단체를 태동시킨 것은 전문예술집단의 적극적인 창작활동이 지역사회의 예술활동에 대한 의지를 일깨우고 조직을 만든 사례다”며 “시민과 학생들이 연극과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처음엔 서울과 멀어지면 도태되지 않을까란 우려도 있었으나 이를 뿌리치고 안정된 작업 공간 마련을 위해 밀양에 내려왔다”며 “단원들이 같이 살면서 작품을 만들고 연습을 하게 됨에 따라 작품의 질과 규모가 더 커져 서울연극제에 나가면 상을 싹쓸이를 할 정도로 지금은 최고 극단이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방자치가 활성화되고 지역마다 저마다의 특정적인 문화컨텐츠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밀양연극촌은 지역의 예술 창작촌 중 최고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며 “밀양연극촌은 우뚝 솟은 굴뚝만으론 이뤄지지 않는 문화도시 밀양의 미래를 향해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밀양을 세계적인 연극 도시로
 
이처럼 시와 연극촌이 재정지원과 시민을 위한 예술프로그램 실행이라는 서로의 역할에 충실히 임해온 밀양연극촌은 밀양을 연극을 통해 전국에 알리고 많은 관광객을 유치함과 함께 시민들에겐 연극촌을 가지고 있음으로 ‘삶의 수준이 더 나은 도시’라는 자부심을 갖도록 하고 있다.
또 축제 기간 중엔 많은 사람들이 밀양을 찾음으로써 도시 분위기가 달라짐을 상인들이 먼저 느끼고 반기는 등 시와 연극촌의 의기투합의 결실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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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희 밀양시 문화예술담당은 “자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연극촌은 밀양시가 추진한 폐교 활용 중 가장 잘하고 있는 곳이다”며 “밀양연극촌과 더불어 밀양이 세계적인 연극 도시로 자리매김 해 나갈 수 있도록 계속 함께 노력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박 담당은 “폐교 활용사례를 보면 한 번에 많은 예산 투입한곳 보단 조금씩 천천히 자생적으로 개선을 해 나간 곳이 성공사례가 더 많다”며 “시설이 갖고 있는 고유의 분위기, 멋을 지키고 가꾸며 학교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술을 통한 지역사회 개발이라는 테마로 문화예술 지역 소득 향상을 꾀하는 밀양시는 미리벌민속박물관과 밀양영화학교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리벌민속박물관은 범평초등학교 폐교를 활용해 성재정 관장이 30여 년 동안 직접 모은 조상들의 손때가 묻은 사랑방, 안방, 주방유물 3천여 점등 사대부에서 서민까지 사용된 귀중한 민속품이 전시되어 있다
20005년 개교한 영화학교는 명례초등학교 폐교를 활용해 전문영화인 양성을 목적으로 강의실·스튜디오·실습실·시네마테크·기숙사 등을 갖추고 4년제 대안대학 형식으로 실습과 현장교육 위주의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밀양영화학교는 주말마다 운동장에 설치된 대형 야외스크린을 통해 무료 영화도 상영과 함께 자동차극장 운영으로 시민들의 상당한 호응을 받고있다.